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4년 4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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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0


곧 잎빛이 푸른 철이 온다. 겨우내 잠든 잎망울이 깨어나라며 잎샘바람이 분다. ‘잎샘’은 잎이 돋는 봄을 시샘하는 듯한 바람이라 여길 수 있으면서, 잎이 샘솟도록 북돋우는 바람이라 여길 수 있다. 수수한 사람을 들풀이나 풀잎에 빗대곤 하는데, 나뭇잎이며 잎으로 빗대어도 어울린다. 나무를 이루는 잎처럼, 푸른숨을 베푸는 잎처럼, 푸른봄을 기다린다.



잎빛

꽃은 꽃빛이고 풀은 풀빛이나. 하늘은 하늘빛이고 바람은 바람빛이다. 모든 곳에는 빛이 있으니, 모래빛도 흙빛도 다르고, 눈빛도 물빛도 새롭다. 풀과 나무는 ‘풀잎’하고 ‘꽃잎’을 내놓는다. 푸른 ‘잎빛’에 고운 ‘잎빛’이 있다. 풀빛과 매한가지로 잎빛이란 수수하면서 맑고 밝은 넋을 나타낸다. 풀빛이며 잎빛을 그리기에 아름다운 길로 걸어갈 만하다.


잎빛 (잎 + 빛) : 1. 잎에서 나는 빛·빛깔. 싱그러운 나뭇잎이나 풀잎이 띠는 빛·빛깔. (← 초록草綠, 초록색·초색草色, 녹색, 그린, 연두軟豆, 연두색,연둣빛, 식물, 녹색식물) 2. 해바람비를 머금으면서 싱그러운 풀잎·나뭇잎처럼 반짝이면서 맑고 밝게 퍼지는 빛이나 기운이나 결. (← 신록, 녹음綠陰, 녹음방초, 대자연, 천지자연, 생태, 자연, 천연, 녹색성장) 3. 나라·삶터·마을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나 숨결. 나라·삶터·마을에서 바탕으로 있고, 높거나 낮지 않으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뜻·생각·마음을 나누고, 스스로 이 터전에 뿌리를 내리면서 맑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이나 숨결. (← 국민, 백성. 백인百人, 민중, 민초, 양민, 중생衆生, 인민, 서민, 시민, 대중) 4. 나라에 깃든 사람으로서 으뜸길(헌법)을 함께 따르고, 제몫(권리·의무)을 누리면서, 스스로 삶을 짓고 꿈을 펴고 생각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 (← 국민)



오솔바다

좁고 길게 난 길이라 ‘오솔길’이다. 으레 숲에 난 좁으면서 호젓한 길을 가리키는데, 큰고장 골목길도 오솔길로 여길 만하다. 뭍 사이에 난 바닷길이라면 ‘오솔바다’로 가리킬 수 있다. ‘옹송그리다·옹크리다’는 조그맣게 움직이는 결이다. 조그맣게 패인 듯한 곳에서 솟기에 ‘옹달샘’이다. 조그맣게 뭉치듯 가까이 모여서 포근하게 이루는 사이라서 ‘오순도순’이다.


오솔바다 (오솔 + 바다) : 뭍 사이에 좁고 길게 있는 바다. 난바다를 잇는데, 뭍 사이로 좁고 길게 잇는 바다. (= 쪽바다·목·길목 ← 해협)

오솔길 (오솔 + 길) : 한 줄로 다닐 만큼 좁으면서, 조용하거나 아무도 없어 외롭다고 느끼는 길.



옷나래

예부터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옷을 갖춘 모습으로 달라 보일 수 있다고 여긴다. 어떤 차림새여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속빛을 읽을 수 있고, 새롭게 차리면서 힘을 낼 수 있다. 옷이 날개나 나래가 된다면, 옷이 꽃이 될 만하리라. 옷으로 드러내는 멋이나 맵시가 있고, 마음멋이나 마음꽃이나 마음날개를 펼 수 있다.


옷나래 (옷 + 나래) : 옷이 나래·날개. 나래·날개 같거나, 나래·날개를 단 듯한 옷이나 옷차림. 겉으로 보거나 느끼는 옷이나 모습. 옷으로 꾸미거나 차리거나 보여주는 모습. 틀에 가두거나 갇히지 않고서, 마음껏 입거나 즐기거나 누리는 옷. (= 옷날개·옷멋·옷맵시·옷꽃·옷이 나래·옷이 날개. ← 패션, 핏fit, 복식服飾, 복장服裝, 의관衣冠, 인상착의, 코디coordination, 외적外的, 외부, 외면外面, 외관, 외모, 외양外樣, 외장, 외형, 외견, 코스프레コス-プレ, 교복자율화, 자유복)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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みつけてくれる? (大型本)
松田柰那子 / あかね書房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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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5.14.

그림책시렁 1418


《みつけてくれる?》

 松田奈那子

 あかね書房

 2016.4.15.



  모르는 아이는 없습니다. 몰라야 한다고 길드는 아이가 있고,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느낀 아이가 있어요. 모든 아이는 모두 압니다. 모든 어른은 처음에 아이였으니, 모든 어른도 모두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가다가 잊는다”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배움터나 마을이나 집이나 나라나 둘레에 길드는 동안에 스스로 잊어버리는 굴레에 갇힙”니다. 《みつけてくれる?》는 아이가 동생인 아기를 만나기 앞서 얼마나 마음앓이를 하면서 설레는지 고즈넉이 보여줍니다. 아이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는지 잘 모르는 듯합니다. 그러나 집밖으로 뛰쳐나와서 들판과 숲에서 뛰노는 사이에 천천히 알아차려요. 그래요, 이 아이가 스스로 이렇게 뛰놀고 노래하고 웃듯이, 앞으로 동생하고 이처럼 함께 뛰놀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으면 즐겁습니다. 이 즐거운 웃음꽃이 씨앗으로 영글어 사랑으로 깨어날 테고요. 맏이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 줄줄이 태어나는 아이를 언제나 사랑으로 낳는 마음인 어버이나 어른이라면, 아이를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않을 노릇입니다. 설익은 부스러기를 가르치니 아이들이 자꾸 잊어버립니다. 무엇을 잊겠어요? 머리에 부스러기가 스며들면 사랑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찾아줄래? #마쓰다나나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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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일상 도감 - 500여 컷으로 그린 고양이의 모든 것
다나카 도요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5.14.

그림책시렁 1415


《고양이 일상 도감》

 다나카 도요미 

 햇살과나무꾼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0.2.3.



  고양이가 보내는 하루를 담아내려면, 새끼로 태어나서 어미로 살다가 고즈넉이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두 그릴 노릇입니다. 어느 대목을 귀엽게 여기는 눈길이라면, 고양이 온하루나 온살림이나 온빛이나 온마음하고는 멀다고 느껴요. 《고양이 일상 도감》은 여러모로 “잘 담은” 그림 같습니다. 그러나 아프거나 앓거나 다치거나 죽거나 괴롭거나 배고픈 고양이는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이 그림책이 “일상 도감”이라는 으리으리한 이름을 내걸려고 한다면, “고양이 죽음”까지 다뤄야 맞고, “아프거나 앓는 고양이”가 어떻게 스스로 돌보는지 짚을 뿐 아니라, 곁에서 사람이 어떻게 이바지할 만한가도 보탤 노릇입니다. 둘레에서 으레 “길고양이 죽음”을 보기가 매우 어렵거나 드물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억지로 길고양이 꽁무니만 좇는다면 “길고양이 죽음”을 못 볼 테지요. 언제나 이웃이나 동무로 마주하면서 아늑한 품으로 지내는 사이라면, 뜻밖에 길고양이가 어느 날 몸을 내려놓을 즈음 우리 보금자리 한켠에 깃들어 마지막으로 가르랑가르랑 별바라기 노래와 해바라기 가락을 남기고서 부드러이 눈을 감더군요. 이 그림책은 여러모로 알뜰하되 눈물과 어깨동무하지 못 해서 아쉽습니다.


#田中豊美 #動物スケッチ #ネコ #みぢかなともだち


ㅅㄴㄹ


《고양이 일상 도감》(다나카 도요미/햇살과나무꾼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0)


처마 위에서 하품 하는

→ 처마에서 하품 하는

→ 처마에 누워 하품 하는

5쪽


뭘 노리고 있을까

→ 뭘 노릴까

5쪽


야생의 습성을 간직한 고양이

→ 들빛을 지킨 고양이

→ 들숨이 흐르는 고양이

22쪽


뛰어난 운동 신경

→ 뛰어난 몸놀림

→ 잘 뛰는 힘

24쪽


지형지물을 교묘히 이용해 살금살금 사냥감에 다가가는 것이고

→ 둘레를 가만히 보며 살금살금 사냥감에 다가가고

→ 길을 꼼꼼히 짚으며 살금살금 사냥감에 다가가고

27쪽


집주인이 개와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게 하는 셋집에서 사는 나에게 드문드문 찾아드는 고양이는 큰 기쁨이었다

→ 집지기가 개와 고양이를 기르면 안 된다고 하는 삯집에서 살기에 드문드문 찾아드는 고양이는 무척 반갑다

88쪽


하지만 내 스케치북 속에서는 아직도 살아 있다

→ 그러나 이 그림꾸러미에서는 아직 산다

→ 그렇지만 이 그림모둠에는 아직 있다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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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04 : 지금 계속 만들어져가고 있다


지금도 무언가로 계속 만들어져가고 있다

→ 오늘도 꾸준히 거듭난다

→ 늘 새롭게 태어난다

→ 언제나 조금씩 거듭난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신지은, 마음산책, 2022) 7쪽


한자말 ‘지금’이나 ‘계속’을 쓴다고 해서 틀리지 않습니다만, 익숙하다고 여기는 한자말을 그냥그냥 쓰는 버릇을 그대로 두면, 어느새 얄궂거나 어긋난 말씨도 그냥그냥 쓰기 일쑤입니다. 작은 씨앗 한 톨이 커다란 숲으로 우거지듯, 낱말 하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모든 글결이 확 바뀝니다. 한자말 ‘계속’하고 “-져가고 있다”는 뜻과 결이 겹겹으로 맞물립니다. 또한 ‘지금’하고 ‘계속’도 자칫 뜻과 결이 맞물릴 수 있습니다. 새롭게 짓거나 태어난다고 할 적에 ‘-져가고’처럼 ‘-지다’를 붙이면 옮김말씨요, “-고 있다”도 옮김말씨입니다. 오늘도 꾸준히 거듭난다면, 늘 새롭게 태어난다면, 언제나 조금씩 바꾸어 간다면, 이러한 결을 꾸밈없이 드러낼 노릇입니다. 꾸밈없이 쓸 줄 아는 사람은 꿈길을 알아차리면서 하루를 가꾸고 살림을 일굴 수 있습니다. ㅅㄴㄹ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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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05 : 계속 것 -들 덕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너그러운 눈으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 너그러이 읽어 주시는 분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

→ 너그러이 보아주시는 분이 있기에 늘 글을 쓸 수 있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신지은, 마음산책, 2022) 8쪽


이 보기글은 ‘(무엇) -ㄹ 수 있는 것’을 임자말로 놓고서 ‘(무엇) -는 분들 덕분이다’로 맺습니다. 옮김말씨입니다. 임자말은 ‘글을 쓰는 나’로 잡아야 합니다. 다만, ‘나는’은 임자말이되 덜 수 있어요. 워낙 “나는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가 밑바탕이고, ‘나는’을 덜고서 “너그러이 읽어 주시는 분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말짜임을 차분히 챙기면서 ‘말을 하는 나’를 임자말로 제대로 놓아야 우리말답습니다. ㅅㄴㄹ


계속(繼續)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덕분(德分) :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 덕(德)·덕윤·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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