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5.


《산으로 간 물고기》

 김정희 글, 문학의전당, 2004.7.10.



미리뽑기(사전투표)를 한다는 하루이다. 마을알림을 시끄럽게 한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미리뽑기를 시끄럽게 알리지 않으리라. 시골에서는 ‘비오는 날’조차 ‘산불예방 알림’을 해댄다. 살림에 이바지하거나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길을 놓고는 여태 면사무소·군청·도청에서 마을알림을 한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한다. 며칠 앞서 미리뽑기를 하지 말고, 뽑기(선거)를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내내 하면 될 노릇일 텐데 싶다. 뽑기를 이틀에 걸쳐서 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나라일꾼과 마을일꾼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여덟 살부터 뽑을 수 있을 때라야, 이 나라 앞날을 살피는 길을 열리라 본다. 《산으로 간 물고기》를 되읽는다. 차분히 읊는 말가락이면 언제나 그대로 노래이게 마련이다. 꾸밀 적에는 노래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살아가고 살림하는 마음을 가만히 담으니 노래요 글이다. 해를 보고, 몸을 말리고, 새노래를 듣고, 꽃내음을 맡는다. 땅거미가 진 뒤부터는 개구리노래를 아스라이 듣는다. 곧 개구리노래는 우렁차게 퍼지리라.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한봄에 한봄빛을 살피는 마음으로 한봄글을 쓸 수 있기를 빈다. 한봄볕을 살피고, 한봄바람을 읽으면서, 한봄살림을 여미는 손으로 한봄글이 태어나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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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천의 


 천의 매력을 발산한다 → 갖가지로 사로잡는다 / 즈믄빛으로 홀린다

 천의 색깔인 양 → 끝없는 빛깔인 듯 / 온갖 빛깔인 듯


  ‘천(千)’은 “백의 열 배가 되는 수 ≒ 일천”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천 + -의’ 얼거리라면, 먼저 ‘즈믄’이나 ‘즈믄길·즈믄꽃·즈믄빛’으로 손보면서 ‘-의’를 털 만한데, ‘가지가지·갖가지·갖은’이나 ‘갖은길·갖은빛·갖은빛깔’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온갖·숱하다’나 ‘가없다·그지없다·끝없다’로 손보아도 돼요. ㅅㄴㄹ



플라톤의 ‘이데아’라는 이 괴물은 천의 얼굴을 지닌 데다가

→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라는 녀석은 갖은 얼굴인데다가

→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라는 놈은 온갖 얼굴인데다가

→ 플라톤 ‘이데아’는 숱한 얼굴을 하는데다가

《윤구병의 존재론 강의, 있음과 없음》(윤구병, 보리, 2003) 44쪽


천 명의 아이가 쓴 천 편의 시는 천의 얼굴처럼 다 다를 것이 당연하다

→ 즈믄 아이가 쓴 노래 즈믄 자락은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 즈믄 아이가 쓴 즈믄 가지 노래는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아동시론》(이오덕, 굴렁쇠, 2006) 27쪽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천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 아주 오래된 고장으로, 즈믄빛이 흐른다고도 여겨요

→ 아주 오래된 고을로,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고 여겨요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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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취미


 엄마의 취미라면 자전거이다 → 엄마는 두바퀴를 좋아한다

 오빠의 취미로 뜨개질이 있다 → 오빠는 뜨개질을 즐긴다


  ‘취미(趣味)’는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취미’ 얼개라면 ‘-의’부터털고서, ‘좋다·좋아하다’나 ‘즐기다·즐길거리’로 손보면 되고, ‘놀다·놀잇감·놀잇거리·놀거리’나 “마음에 들다·마음에 차다·마음이 가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재미·재미있다’나 ‘멋·맛’이나 ‘기쁘다·반기다’나 ‘가까이하다·곁에 두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할머니의 어릴 적 취미는 하늘과 태양과 구름을 관찰하는 일이었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즐겨보았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늘 보았지요

《파란 막대 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 18쪽


배두나의 취미는 베이킹과 꽃꽂이다

→ 배두나는 빵굽기와 꽃꽂이를 즐긴다

《두나's 도쿄놀이》(배두나, 테이스트팩토리, 2007) 21쪽


나의 취미생활을 아는 사람들은

→ 내가 즐기는 줄 아는 사람들은

→ 내 놀이를 아는 사람들은

《제주어 마음사전》(현택훈 글·박들 그림, 걷는사람, 2019)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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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동시대 同時代


 항상 동시대의 사람들을 앞서갔다 → 늘 또래를 앞서갔다 / 늘 둘레를 앞서갔다

 동시대의 우리가 감내하는 → 우리가 나란히 무릅쓰는


  ‘동시대(同時代)’는 “같은 시대”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일본말씨로 여길 만합니다. ‘같은때·같은철’이나 ‘같은무렵·같은즈음’으로 손볼 만하고, ‘비슷하다·엇비슷하다·어슷비슷’이나 ‘둘레·그즈음·그무렵·그때·이즈음·이무렵·이때’나 ‘한때·한꺼번에’로 손볼 수 있어요. ‘같이·똑같이·함께·나란히’나 ‘다같이·다함께·또래·한또래’나 ‘만나다·어울리다·어우러지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

→ 그곳에서 사는 같은때 사람들

→ 그곳에서 사는 한때 사람들

《월간 작은책》 2002년 10월호 75쪽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함께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이고 바람직한 삶터를 이루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란히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르다’고 여기고서 바람직한 터전을 일구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 83쪽


동시대를 살아도

→ 같은때를 살아도

→ 같은날을 살아도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현경미, 도래, 2014) 141쪽


다다이스트들과 동시대를 산

→ 꽝꽝이하고 함께산

→ 쾅쾅이하고 같이산

《소리 교육 2》(머레이 셰이퍼/한명호·박현구 옮김, 그물코, 2015) 69쪽


그것은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 친구들의 죽음이었고

→ 이는 나와 함께 이즈음을 사는 또래들 죽음이고

→ 이는 나와 같은때를 사는 동무들 죽음이고

→ 이는 나와 함께 이 땅에 사는 또래 죽음이고

《우리는 현재다》(공현·전누리, 빨간소금, 2016) 210쪽


동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고언苦言을 들려주었다

→ 같은철을 사는 숱한 이한테 쓴소리를 들려주었다

→ 나란히 사는 숱한 이를 가르쳐 주었다

→ 함께 살아가는 우리한테 따끔말을 들려주었다

《언어의 온도》(이기주, 말글터, 2016) 152쪽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로든 취미로든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고 그것을 다지며 사라가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나와 함께 살아가는 숱한 사람이 일로든 좋아서든 제 그림결을 찾고 다지며 사라지는 줄 조금도 생각지 못 했다

→ 나와 같이 살아가는 숱한 분이 일로든 즐기든 우리 그림결을 찾고 다지며 사라지는 줄 하나도 생각지 못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황수연, 스토리닷, 202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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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 - 지식과 문화의 공공성을 위한 길 찾기,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23
신남희 지음 / 한티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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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5.17.

다듬읽기 210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

 신남희

 한티재

 2022.1.17.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신남희, 한티재, 2022)은 우리나라 책숲을 어떻게 뜻있게 살리거나 북돋울 만할까 하는 마음을 엿볼 만한 줄거리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책숲지기나 책숲일꾼 스스로 뼈아프게 돌아볼 만한 대목은 끄트머리에 살짝 곁들이려 하다가 두루뭉술하게 맺습니다. 우리나라 책숲은 왜 “꾸준하게 새책을 아낌없이(?) 버릴”까요? 요사이는 마을책집에 ‘책들임’을 맡긴다고 하는데, 막상 ‘들인 책을 제자리에 놓는 일’마저 마을책집에서 도맡는 얼거리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책숲은 ‘책으로 이룬 숲’이 아닌 ‘인기도서 대여점’ 같습니다. 여러 책숲을 돌보거나 이끈 일을 했다는 글님이라면, 책숲이 그야말로 ‘책으로 푸르게 펴는 숲’으로 거듭날 길을 더 짚으면서 ‘고름’을 찬찬히 밝혀내고 풀어낼 실마리를 보태야 했을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청소년들에게 문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청년들이 힘을 모아

→ 푸름이한테 쉼터를 마련해 주고 싶던 이들이 힘을 모아

→ 푸른쉼터를 열어 주고 싶던 젊은이가 힘을 모아

6


오래된 도서관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도서관을 새로 건립하고 있다

→ 오래된 책숲을 고치거나 새로 짓는다

→ 오래된 책숲을 손보거나 새로 세운다

13


그 안에서 일할 사서들의 수는 충분한지

→ 그곳에서 일할 책숲일꾼은 넉넉한지

→ 그곳에서 일할 책숲지기는 알맞은지

14


행정직 관장이 잠깐씩 머무르다 떠나는 임시 정거장으로 여겨져 문제이다

→ 벼슬지기가 살짝 머무르다 떠나는 곳으로 여기니 골치이다

→ 벼슬지기가 한동안 머무르다 떠나는 데로 여기니 얄궂다

15


오래 일해도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 오래 일해도 오른다고 바라기 어렵다

19


민중들의 계몽과 각성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을 깨우고 눈뜨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가 깨우치고 나를 찾길 안 바라기 때문이다

23


복본이 다섯 권도 넘게 있었지만 서가에 책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 같은책이 다섯 자락도 넘지만 시렁에 없곤 했다

→ 같은책이 다섯도 넘지만 책꽂이에 없기 일쑤였다

274


그래서 민은 소외되고, 관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 그래서 들꽃은 구석지고, 들꽃은 벼슬을 믿지 못하며

→ 그래서 길꽃을 따돌리고, 길꽃은 나리를 따르지 않으며

35


신간 구입에 따르는 행정절차를 간소하게 하여

→ 새책을 사는 길을 간추려

→ 책을 새로 사는 틀을 줄여

48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경향은 다품종 소량이기보다 소품종 다량에 가까워서

→ 우리는 온갖 책을 고루 읽기보다 몇몇 책을 잔뜩 읽어서

→ 우리는 숱한 책을 두루 읽기보다 몇 가지만 그득히 읽어서

52


책을 늘리는 것은 좋은 책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 책을 늘리려면 알찬 책을 늘려야 한다

→ 빛나는 책을 늘려야 한다

→ 아름다운 책을 늘려야 한다

57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 맡겨서 꾸릴 적에는 더 얄궂다

→ 내맡겨서 이끌면 더 골아프다

61


자치단체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고을에서 꼼꼼히 보며 길을 세우는 줄 안다

→ 고장에서 샅샅이 보며 틀을 잡는 줄 안다

123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특정 출판사의 책이나 시류에 편승하는 책들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 목돈을 들여 알릴 수 있는 몇몇 펴냄터 책이나 바람을 타는 책이 열린책숲에 들어울 수도 있다

→ 큰돈을 들여 알릴 수 있는 여러 펴냄터 책이나 물결을 타는 책이 나라책숲에 놓일 수도 있다

198


양서의 폐기도 매우 안타깝다

→ 보금책을 버려 매우 안타깝다

→ 온책을 내버려 매우 안타깝다

199


많은 도서관들이 인기 작가나 인문학 강사를 반복적으로 초청하는 것이 우리 문화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 숱한 책숲이 이름난 글님이나 글바치를 자꾸자꾸 부르는데 우리 살림을 북돋우는 길에 어떻게 이바지할지도 돌아봐야 한다

→ 여러 책숲이 이름높은 글꾼이나 글바치를 똑같이 모시는데 우리 밑살림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도 얘기해 봐야 한다

20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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