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남성성 #젠더 #퀴어 #동물 #AI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기획, 김엘리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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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3.

까칠읽기 2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김엘리와 여섯 사람·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서해문집

 2024.1.5.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었다. 여러 고장 마을책집을 다니다가 눈에 띄어서 반갑게 집어들었으나, 한숨을 내쉬면서 제자리에 놓았다. 석 벌째 되읽을 즈음에는 잊어버릴까 했으나, 넉 벌째 되읽고서는 좀 잔소리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시골’에 안 살아 보고서 시골을 다루는 글을 ‘연구 논문’으로 냈다면 어떤 셈일는지 생각해 보자. 요즈음에는 ‘농민 기본소득’을 말하는 분이 제법 있고, 책으로도 나오는데, ‘시골’에서 살아가며 ‘땅(논밭)’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농민 기본소득’은 그저 구름떡이다. 그림떡조차 아닌 구름떡이다. 나는 2011년부터 전남 고흥 두멧시골에서 살아가는데, 이 두멧시골에서 살기 앞서까지 ‘땅 없이 빌려서 논밭을 부친 할매 할배’를 제대로 살피지 못 했다. 시골에서 살기 앞서까지 스스로 참 모르고 살았네 싶어 창피했다. 마을 할매나 할배 스스로 “난 머슴이었어. 종이었지.” 하고 읊으면서 사발로 불술(소주)을 들이켜는 어른을 으레 만났다. 시골살이를 하겠다면서 깃드는 여러 이웃과 젊은이도 비슷하다. 목돈을 쥐고서 시골로 오는 분은 드물다. 집도 빌리고 땅도 빌려서 ‘시골지기’로 살려는 분이 많다. 그렇다면, 집도 땅도 없이 ‘주민등록’만 시골인 ‘귀촌자’는 무엇일까? 이들 ‘귀촌 농부’는 ‘소작인’과 마찬가지라서 ‘무직자·실업자’에 든다. ‘농민’으로 들지 못 한다. 틀림없이 땅을 부치지만 ‘빌려짓기’를 하는 이들은 ‘농민’ 통계에 안 잡히고, 아주 마땅히 ‘농민 기본소득’ 울타리에 못 들어간다. 땅있는 분들은 너른땅을 쪼개기롤 해서 ‘서울로 떠난 딸아들’이나 여러 피붙이한테 나누어 돌리면, 이들은 너른땅 하나로 ‘농민 기본소득’을 몇 곱으로 받는다. 땅 없는 어버이 품에서 태어난 시골 어린이도 매한가지이다. ‘농촌 기본소득’이라는 이름과 얼거리로 뜯어고쳐야, 오랜 나날 머슴·종으로 고달팠던 흙지기 어르신한테 이바지하고, 시골살이를 하는 젊은이를 돕고, 시골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이 시골에 뿌리를 내리는 길에 밑받침을 이룬다.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자. 글쓴이가 굳이 싸움터(군대)를 다녀와야 싸움터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다. 또한, 싸움터를 누구나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있지도 않다. 얼결에 싸움터에 끌려갔어도 ‘노닥자리(땡 보직)’에서 지낼 수 있다. 곰곰이 보면 ‘군대 땡 보직’이 꽤 많다. ‘땅개(육군 소총수)’로 뒹구는 젊은 사내가 수두룩하지만, 여러모로 보면 오히려 적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땅개로 구른 슬픈 사내’를 20대·30대·40대·50대·60대·70대, 이렇게 나이에 따라서 두루 만나고 이야기를 귀담아듣는다면, 이 책은 얼거리도 줄거리도 사뭇 다르리라. 아무리 글감을 훌륭히 잡더라도, 책상맡에서 글자락만 붙들고서 싸움터와 싸울아비 삶길을 적으려고 한다면, 샛길로 빠지거나 ‘저놈은 군대를 모르는 채 썼네’ 하는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런 보기 하나를 들 수 있다. 나는 1995년 11월 6일에 강원도 양구군 동면 멧골짝(대암산·도솔산·대우산)으로 들어가서 늘 맨눈으로 금강산을 바라볼 뿐 아니라 펀치볼을 발밑에 두고서 한겨울에는 -47℃라는 온도계 숫자를 읽으면서 “압록강이나 중강진 북녘 또래는 얼마나 추울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달랬는데, 도솔산 막사는 “365일 가운데 해가 드는 날이 7일”뿐이던 곳이라, 한 해 내내 마른옷을 입은 적이 없고, 눈이 내리면 사람이 쓸어낼 수 없어서 장갑차가 눈더미를 밀어내 주는데,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군부재자투표’를 ‘각티슈 상자’에 넣어서 했고, 나는 군생활 내내 김치를 먹은 적이 없다. ‘최하급부대’에는 김치도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도 ‘부식’으로 아예 안 왔다. 김치는 구경도 못 했으나 양배추는 멧더미처럼 받았고, 우리 부대 취사병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김치 흉내’를 냈다. 이런 곳에서 1997년 12월 31일에 드디어 살아남아서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머물던 막사는 1998년 3월에 닫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혹’한 막사라서 ‘정권이 바뀌기 앞서 얼른 없애(증거인멸)’기로 했다더라.


우리나라 싸움터는 이등병 적에는 누구나 피해자로 구르다가 상병을 거치면서 오히려 가해자로 뒤바뀌는 슬픈 굴레이다. 왜 이런 굴레일는지, 이 모진 굴레를 어떻게 풀어야 할는지 안 살피거나 너무 얕게 건드리고서 넘어간다면, 또 이 바보스럽고 안타까운 굴레에 시달린 사람들 마음을 다독이면서 새길로 풀어내려는 이야기를 짜지 않는다면, 군대를 다룬 연구 논문은 하나같이 허방다리일 수밖에 없다. 내가 있던 군부대에는 〈우정의 무대〉를 찍으러 안 왔다. 너무 깊고 멀 뿐 아니라, 웬만한 ‘비무장지대 지오피’는 촬영금지이다. 군대를 마친 뒤에 여러 또래한테서 〈우정의 무대〉 증언을 술자리에서 겨우 들었다. 〈우정의 무대〉를 찍은 여러 또래는, 땡볕이 내리쬐는 연병장에 양반다리로 꼼짝없이 앉아서 새벽부터 밤까지 화장실조차 못 가면서 “웃는 얼굴로 손뼉을 크게 치는 흉내(연극)”를 해대야 하는 짓에 시달리느라, “야, 차라리 완전군장을 하고 일주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말고 걸으라고 할 때가 낫더라. 〈우정의 무대〉 녹화가 군생활에서 가장 힘들었어!” 하고 들려주었다. 민소매에 깡똥바지나 짧은치마 차림인 ‘걸그룹’이 나올 적에 호들갑을 떨면서 좋아하는 척하지 않으면 끝없이 다시 찍어야 했단다. 그러니까, 방송사는 ‘젊은 군인’을 얼간이로 뒤집어씌우면서 온나라 사람들을 속여먹은 셈이다.


‘군인·군대’라고만 하면, 어떤 일이고 곳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낱말책에서 뜻풀이를 살핀들 두 갈래를 하나도 알 길이 없다. ‘군인’이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쓰러뜨려서 나라를 지키는 몫을 맡는 사람”이라 해야 맞고, ‘군대’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쓰러뜨리는 솜씨를 익힌 사람을 모아서 나라를 지킨다고 여기는 곳”이라 해야 맞다. 이른바 모든 ‘군대 훈련’은 “더 쉽고 빠르게 많이 사람을 잘 죽이는 솜씨”를 길들이는 짓이다. ‘군대 : 합법 살인 지대’요, ‘군인 : 합법 살인자’인 얼개이다. 이 얼개를 안 읽거나, 이 밑뜻을 몸으로 겪은 바 없다면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처럼 책상머리에서 붓대만 굴리는 먼나라 수다만 어렵게 꼬아서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싸움터(군대)를 보면, 숱한 ‘돈·이름·힘’이 없는 밑바닥 사내가 총알받이로 구른다. ‘돈·이름·힘’이 있는 놈은 운전병을 비롯해서 한갓진 자리를 맡는다. ‘군인·군대’는 ‘평화’하고 한참 동떨어졌다만, ‘군인·군대’가 터럭만큼이라도 ‘평화’에 이바지한다면, 순이(여성)는 운전병이나 정훈병이나 취사병이나 의무병이나 서무병을 맡을 수 있겠지. 군수공장이나 정비공장에서 순이도 일할 수 있다. 다만, ‘군인·군대’는 “다른 사람을 죽이고 쓰러뜨려서 나라를 지킨다”는 줄거리가 깊은 곳인 터라, 우리 삶터에 조금도 알맞거나 아름답지 않다. 날마다 “사람 죽이는 솜씨”를 ‘훈련’이라는 허울로 길들이는데, 이런 군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숱한 돌이(남성)가 넋나가지 않고서 어떻게 버틸까? 붕뜬 말만 길게 늘어놓으면, 오히려 순이돌이가 서로 싸우는 불씨가 될 뿐이다. 우리부터 스스로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평화’를 참답게 풀고 맺는 길을 찾을 노릇이고, “사람 죽이는 솜씨”에 길들면서 몸과 마음이 다치고 젊은날을 헛되이 버려야 한 딱한 ‘돈·이름·힘’이 없는 작은이를 보듬는 길을 열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와 온누리를 제대로 바라보는 눈을 틔운다. 부디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기를 빈다. 군대 이야기는 ‘기록’이 아닌 ‘증언’으로 엮어야 맞다고 본다. 왜 그렇겠는가? 군대 민낯과 속낯은 ‘증언’ 아니고는 찾아볼 길이 없도록 깡그리 숨기고 감추고 가리면서 사람들 눈코귀입을 틀어막는걸.


ㅅㄴㄹ


[표준국어대사전]

군인(軍人) : 군대에서 복무하는 사람. 육해공군의 장교, 부사관, 병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 융병·융사

군대(軍隊) :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가지고 조직된 군인의 집단 ≒ 군·사도


[숲노래 낱말책]

군인 : 다른 사람을 죽이고 쓰러뜨려서 나라를 지키는 몫을 맡는 사람 (합법 살인자)

군대 : 다른 사람을 죽이고 쓰러뜨리는 솜씨를 익힌 사람을 모아서 나라를 지킨다고 여기는 곳 (합법 살인 지대)



군대에 가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가 드러날 때에야 비로소 곱씹어진다

→ 싸움터에 가는 순이와 나란사랑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곱씹는다

→ 싸움터에 가는 순이와 무지개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곱씹는다

4쪽


국민의 군대이지만 국민은 군대에 관해 안전하게 말하지 못했다

→ 우리 싸움밭이지만 우리는 싸움밭을 느긋하게 말하지 못했다

→ 우리 싸움터이지만 우리는 싸움터를 근심없이 말하지 못했다

4쪽


군인들을 위한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싸울아비를 달래는 놀거리

→ 총칼바치를 다독이는 놀잇감

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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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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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3.

까칠읽기 1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난다

 2024.4.20.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 난다, 2024)를 읽었다. 부산마실을 하며 들른 마을책집에 갓 들어왔다고 하기에, 서서 읽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사려고 했으나, 서서 다 읽은 뒤에 곱게 내려놓았다. 손웅정 님이 들려준 ‘말’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들려준 ‘말’에 거의 다 나왔다. 숱한 만나보기나 이야기에서 이미 들은 ‘말’을 다시 들어도 즐거웠되, 이 책 나름대로 손웅정 님 ‘글’을 못 살리네 싶더라. 그렇다면, 엮은이나 펴낸이는 왜 ‘글’을 살리지 못 한 채 뒤죽박죽으로 ‘말’을 섞었을까? 손웅정 님은 자꾸자꾸 “난 무식한 놈”이라고 말하는데, “난 모른다(무식)”고 하는 말에 어떤 밑뜻이 흐르는지 얼마나 새겼을까? 곰곰이 보면, 누가 손웅정 님한테 뜬금없구나 싶은 말로 물어보더라도, 손웅정 님은 곧고 굳게 “삶으로 배운 말”을 들려주고, “곁님과 아이하고 살림하면서 익힌 말”을 들려준다. 다시 짚어 본다면, 엮은이나 펴낸이는 손웅정 님처럼 ‘살거나 살림하거나 사랑하지 않은’ 채 이 꾸러미를 여미었구나 싶다. 스스로 길을 찾아서 즐겁게 걸어가는 사람은, 예닐곱 해뿐 아니라 스무 해나 서른 해 동안 밑동(기본기)을 익히면서 보내더라도 짜증내거나 싫어할 까닭이 없다. 첫머리에 나오는 여러 말 가운데 “머리 나쁜 놈은 또 하고 다시 하고 거듭 하고”를 들려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는 으레 ‘다시하기·새로하기·거듭하기’를 거의 안 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다시 안 하고 새로 안 하고 거듭 안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낱말책(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하는 내 얘기를 적어 본다면, 나는 ‘가다’ 같은 낱말을 벌써 10000이 거뜬히 넘도록 낱말책에서 뜻풀이를 다시 살피면서 읽고 새긴다. ‘존재·시작·필요’ 같은 일본 한자말도 나란히 10000이 훨씬 넘도록 낱말책에서 다시 살피고 읽고 돌아본다. “이미 안다”고 여길 적에는 끝이요 죽음이다. “예전에는 예전만큼 알았어. 오늘은 오늘만큼 새로 배우자”고 여기기에 다시 하고 또 하고 새로 하면서 스스로 선다. 날마다 밥을 새로 해서 먹고, 날마다 숨을 새로 마시고, 날마다 햇볕을 새로 쬔다. 이 밑동을 엮은이와 펴낸이가 그닥 못 읽고 못 느낀 채, 여러모로 보면 좀 서두르거나 섣불리 책을 낸 듯싶다. 애쓴 땀은 알겠으나, “(아들 손흥민) 기본기 훈련 7년이 즐겁다”고 들려준 ‘말’처럼, 예닐곱 해쯤 품을 들이고 땀을 들였으면, 예닐곱 해쯤 품을 들이고 땀을 들이는 나날이 지겹거나 짜증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즐겁다고 여겼다면, 아마 아주 놀랍고 아름다운 책이 태어났으리라 본다.



“어쩔 수가 없어요. 머리 나쁜 놈에게는 반복 또 반복, 반복만이 답이니까요.” (18쪽)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20쪽)


“아이가 이거 정말 하고 싶다 그러면요, 부모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들어줘야 해요.” (22쪽)


+


몇 날 며칠을 허송으로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그냥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넋놓고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멍하니 보냈습니다

7쪽


이 노트가 이토록 자유럽게 여러 권으로 기록될 수 있던 건 단 한 번도 책으로의 귀환을 꿈꿔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책으로 낼 마음이 아예 없기 때문에 글을 마음껏 썼습니다

→ 책을 낼 뜻이 조금도 없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글을 썼습니다

8쪽


저에게 책은 절대적인 거지요

→ 저한테 책은 모두이지요

→ 저한테 책은 하늘이지요

→ 저는 책을 대단하게 봐요

15쪽


뭔가 타격감이 다르더라고요

→ 치는 맛이 다르더라고요

→ 때리는 맛이 다르더라고요

16쪽


사자성어나 새길 단어에는 별 표시도 하고

→ 넉글씨나 새길 낱말에는 별도 그리고

→ 네글한자나 새길 말에는 별도 넣고

16쪽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가정이야말로 최초의 학교고, 또 최고의 학교란 걸 계속 말해 줬어요

→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집이야말로 첫 배움터고, 또 으뜸 배움터인 줄 자꾸 말해 줬어요

해 줬어요

→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집에서 처음 배우고, 또 으뜸으로 배운다고 내내 말해 줬어요

22쪽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결국에는 사색하게 만든다고요

→ 그렇게 바라보라 하고, 그리라 하고, 돌아보라 하고, 마침내 생각하라 하고요

→ 그렇게 보라 하고, 그리라 하고, 헤아리라 하고, 마침내 생각하라 하고요

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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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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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13.

책으로 삶읽기 927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

 콘노 아키라

 이은주 옮김

 미우

 2024.4.30.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을 보면, 바야흐로 쿠지마를 알아가는 사람이 늘어난다. 마음을 나누는 동무가 늘고, 마음으로 마주하는 이웃이 늘며, 마음 깊이 품으려는 살림길을 이루려고 한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만 쿠지마를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받아들였고, 거의 모두 쿠지마 겉모습에 소스라치거나 무서워하거나 꺼렸다. 우리한테 눈이 있으니 겉모습을 안 볼 수 없다고는 하되, 눈은 겉모습만 쳐다보는 곳에 안 쓰는 줄 잊은 셈이라고 할 만하다. 곰곰이 보면 ‘속눈’이나 ‘마음눈’처럼 따로 ‘속-’하고 ‘마음-’을 덧붙인다. 이렇게 덧붙여야 할 만큼, 우리 누구나 속빛을 잘 안 보려 하고, 마음으로 만나거나 품으려는 몸짓하고 멀다는 뜻이지 싶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본다” 같은 오랜 말씨도 곱씹을 일이다. 한 눈으로 보건 두 눈으로 보건 무엇이 대수롭겠는가. 그렇지만 “눈으로도 멀쩡히 못 알아본다”는 밑뜻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더라도 좀처럼 속빛을 못 느끼거나 겉모습에 휘둘린다”는 밑뜻이기도 하다. 낯이 설기에 꺼린다면 못 배운다. 낯이 선 마을이기에 더 천천히 더 느긋이 더 가만히 돌아보는 사이에 어느덧 스며들면서 마음으로 사귄다. 모든 길과 삶과 하루를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누구나 스스로 ‘참눈’을 뜨고서 ‘참살림’을 짓는 ‘참나’를 이룰 테지.


ㅅㄴㄹ


“아라타한테 완벽하게 맛있는 초콜릿을 대접하고 싶지 않아?” “끽소리도 안 나오네.” “왜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구는 거지?” “윽!” (61쪽)


“혹시 직접 만든 거야?” “응. 오늘 둘이서 만들었어.” “그렇구나. 직접 만든 초콜릿을 받는 거 처음이야. 기대된다. 고마워, 마코토.” (64쪽)


“미안해. 그냥 뭔가 형은 괜찮을 거라고, 합격할 거라고 생각해서, 형 생각은 안 하고 늘 시끄럽게 떠들고, 나만 쿠지마랑 즐겁게 놀고, 내 생각밖에 안 했어.” (101쪽)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


좋은 아침!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왔다가 갈게

→ 잘 잤어! 내가 끝나고 집에 와서 갈게

7쪽


그럼 5인분 좀 사다 줄래?

→ 그럼 닷몫 좀 사다 줄래?

→ 그럼 닷그릇 사다 줄래?

8쪽


쿠지마의 존재를 들켜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놀랐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떨떨했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허둥댔지만

35쪽


좋은 질문이야

→ 잘 물었어

→ 잘 말했어

50


중탕, 다 했습니다

→ 다 데웠습니다

→ 다 녹였습니다

59쪽


깜짝이야∼∼. 쿠지마를 생매장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산묻이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막묻이한 줄 알았네

84쪽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 안 멀쩡해 보이는데

→ 안 나아 보이는데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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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학교생활 2024.5.2.나무.



나무만 심는다고 해서 길이나 마을이 푸르지 않아. 애써 심은 나무를 안 쳐다보면 무슨 보람이겠니. 나무를 안거나 쓰다듬을 수 없어도 부질없어. 나무는 심었으나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나무를 그저 괴롭히는 짓이고, 사람 스스로 죽음길을 치닫는 셈이야. “나무를 심었다” 하고 말하려면, 나무가 자라서 나무씨를 떨구어 어린나무가 새로 자랄 수 있어야 한단다. 큰집을 세우고 길잡이를 두고 책을 꽂기에 배움터(학교)이지 않아. 배움터에 보내기에 ‘배움살림(학교생활)’이라고 여기지 않아. 하루를 다니건, 몇 해를 다니건, 아예 안 다니건, 스스로 눈코귀입을 틔우면서 마음을 열고 온누리를 담아내는 길일 적에 ‘배움살림’이란다. ‘배웠다’거나 ‘학교를 다녔다’고 말은 하지만, 매무새(기본예절)가 덜되거나 엉터리인 사람이 수두룩하구나. 책을 읽거나, 영화·유튜브를 보았어도 ‘읽고 새겨서 익히’지 않는다면, 허울이나 탈이나 겉치레로 그쳐서 수렁에 잠긴단다. 어디를 다닌다면 ‘다닐’ 뿐이야. ‘배움길’은 어느 곳에서만 가지 않거든. 네가 살아가는 모든 곳이 배움터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배움동무야. 네가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이 배움길잡이란다. 네가 맞이하는 모든 날이 배움날이지. 네 마음에 피어나는 모든 생각은 배움꽃이야. 네가 읽는 모든 글과 모습과 빛은 배움책이란다. 집에서 즐겁게 배우고, 들숲바다에서 푸르게 배우고, 나들이를 하면서 새록새록 배우고, 밥을 차리고 나누면서 오붓하게 배우기를 바라. 배우기에 자라. 자라기에 튼튼해. 튼튼하니까 살아가지. 살아가면서, 문득 사랑을 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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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봉우리 2024.5.3.쇠.



나무줄기에 비닐끈을 동여매어 걸개천을 붙이는 사람이 많구나. 나무가 몸이 조여서 아픈 줄 모를 뿐 아니라, 나무한테 다가가서 마음을 나눌 줄 모르는 탓이야. 네 손목이나 배나 목을 비닐끈으로 조인다고 생각해 보렴. 견딜 수 있겠어? 숨막히겠지? 나무도 비닐끈 탓에 숨막힌단다. 숨막히는 나무는 푸른바람을 일으키기 힘들어. 쓰러지거나 무너질 판이야. 높게 솟은 봉우리는, 밑자락부터 풀과 나무로 둘러. 조이거나 묶거나 매이지 않은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봉우리와 멧자락이기에 ‘숲’을 이루고, 이 멧숲은 온목숨이 싱그럽고 기쁘게 살아가는 터전이란다. 예부터 사람은 “호젓한 숲”과 “이 호젓한 숲을 품은 봉우리”한테 폭 안겨서 살아왔어. 호젓한 멧숲자락에서 살림을 여미고 하루를 누리기에, 사랑을 느끼고 나누면서 마음씨를 달래고 가꾸지. 마음씨가 퍼지면서 생각이 자라고, 생각은 어느새 꿈으로 뻗고, 이 꿈은 새삼스레 삶으로 드러난단다. 먼곳을 바라볼 적에는 봉우리(멧봉우리)인데, 곁을 살펴볼 적에는 봉오리(꽃봉오리)야. 부드럽게 자라다가 어느 날 곧고 반듯하게 서고 솟는 봉오리이지. 꽃잎은 봉긋하게 솟아나면서 둘레를 밝혀. 꽃빛(꽃봉오리빛)은 네가 늘 삶터에서 스스로 밝게 반짝이는 하루인 줄 알아보라고 알린단다. 그러니까, 보면 돼. 봉우리를 보고, 봉오리를 보렴. 마음에 꽃봉오리를 품고 멧봉우리를 품으렴. 풀과 나무가 우거진 멧숲에서 솟은 샘은 어느덧 물줄기를 이루어 들을 적시는구나. 들을 가르는 물줄기는 곧 바다로 이어가서 숱한 이야기씨앗을 흩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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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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