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바다·나무 좋아 (2013.6.27.)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놀면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지만, 옆에 종이를 나란히 펼쳐 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를 그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그림을 그리며 놀도록 할 때에 좋고, 아이와 함께 그림놀이를 즐길 때에도 좋습니다. 어버이나 어른은 어떤 대단한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도 ‘화가 되어 빚는 작품’ 아닌 ‘날마다 새롭게 놀며 꿈꾸는 이야기’를 그려요. 어버이나 어른이 ‘화가’라 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릴 적에는 그저 즐겁게 그릴 뿐입니다. 생각을 밝히고 마음을 빛내는 그림놀이입니다. 아이 앞에서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네지 않습니다. 아이더러 ‘이렇게 좀 그려 보라’고 들볶지 않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제 결에 맞게 그림을 즐기고, 어른은 어른대로 착한 넋 되어 그림을 즐깁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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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6.27. 큰아이―바다에서 그림

 


  바다를 그리고 싶어 아이들 데리고 발포 바닷가로 갔다. 물놀이 한 차례 즐기고 나서 자전거수레에서 종이를 꺼낸다. 걸상 바닥은 우둘투둘하지만 그냥 그린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그린다. 천천히 천천히 우리가 누린 바다를 종이 한 장에 살포시 담는다. 바다에서 놀며 마음 깊이 받아들인 파란 숨소리를 고운 빛으로 옮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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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도 맨발이 좋아

 


  누나 따라서 고무신 벗고 맨발로 달리는 산들보라. 누나가 신을 섬돌 앞에 두라 이야기하니, 누나 말 잘 듣고는 덥석 들어서 옮긴다. 그러고는 또 신나게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린다. 아무래도 너희 모두 맨발이 좋지. 참말, 맨발 맨몸 맨손 맨마음이 가장 좋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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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3-06-30 22:49   좋아요 0 | URL
사진 안 고무신이 참 정겹습니다.
그리고 통통한 다리로 뛰는 아이 모습도요.

올리신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칠월을 앞둔 더운 날 조금은 시원한 바람을 품어봅니다.


숲노래 2013-06-30 23:45   좋아요 0 | URL
즐겁게 노는 아이들이
지친 어른들한테
맑은 숨결
불어넣는다고 느껴요.

빛고운 칠월 기쁘게 맞이하셔요~~
 

달리기놀이 1

 


  달린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달린다. 저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달린다. 처음에는 고무신을 꿰고 달리더니, 어느새 고무신을 벗는다. 맨발로 씩씩하게 달린다. 우리 집 마당이 시멘트 아닌 흙땅이라면, 맨발로 달리며 놀 적에 얼마나 즐거울까.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하다. 시멘트이건 흙이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마음껏 달리고 개구지게 달린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거침없이 달린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까르르 웃고 노래하면서 달린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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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2] 여름날 저녁 일곱 시
― 따사로운 바람이 좋아

 


  아침부터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낮 네 시 무렵까지 네 차례 물놀이를 합니다. 마당에 커다란 고무통을 놓고 물을 채우지요. 아이들은 삼십 분 즈음 물놀이를 하고는 몸이 차다며 밖으로 나와 알몸으로 평상에서 뛰다가 마당 한쪽에 펼친 천막에 들어가서 놉니다. 이러다가 밥을 먹고, 또 물놀이를 하고, 다시 평상으로 알몸 되어 올라선 다음 천막에 들어가서 놀지요. 한참 놀면서 졸린 낯빛이기에 낮잠을 재우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더 놀고파 합니다. 이러다가 작은아이는 더는 견디지 못하겠는지 아버지 품으로 안겨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한 시간 즈음 보더니 작은아이 곁에 눕습니다. 이렇게 두 아이를 눕히니 겨우 홀가분한 몸 되는데, 아버지라 해서 쇳몸은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 나란히 누워 책을 조금 넘기다가 슬며시 눈을 감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눕지만, 아이들이 자다가 뒤척이면 이불을 여미고, 쉬 마렵다 낑낑대면 안아서 쉬를 누입니다. 파리가 달라붙으면 파리를 쫓습니다. 나는 같이 누웠어도 잠을 잔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녁 일곱 시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아이들 깨어나면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천천히 지는 긴 여름해를 내다보다가, 낮에 넌 빨래가 마당에 그대로 있습니다. 안 걷었구나.


  빨래를 하나하나 걷습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었는데 빨래에 이슬 기운 스미지 않습니다. 여름빨래는 이렇군요. 봄과 가을에는 다섯 시를 넘길 수 없는 빨래요, 겨울빨래는 네 시를 넘기지 못합니다. 봄가을에는 다 안 말랐어도 네 시 즈음 걷어야 하고, 겨울에는 세 시 즈음 걷어서 집안으로 들여야 해요.


  햇살도 바람도 구름도 나뭇잎도 좋습니다. 한낮에는 퍽 후끈후끈 달아오르지만, 마룻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우면 참 시원합니다. 마루에서 풀잎과 나뭇잎 춤추는 소리를 들으면 호젓합니다. 여름이더라도 해가 오래도록 하늘에 걸리고, 해가 오래도록 걸리더라도 저녁 다섯 시를 지나면 햇살이 뜨겁지 않으며, 예닐곱 시에는 슬몃슬몃 마실 다니기 좋아요.


  하루가 긴 여름입니다. 하루가 밝은 여름입니다. 하루 내내 아이들 실컷 뛰노는 여름입니다. 처마 밑에 빨래를 놓아도 보송보송 마른 채 걱정없는 여름일는지 모릅니다. 온갖 목숨이 저마다 기쁘게 노래하는 여름입니다. 사람도 멧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푸나무도 서로서로 사랑스레 어우러지는 여름입니다.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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