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16] 시골 돌아와 살아나다
― 도시 다녀오면 따분한 아이들
이틀을 경기도 일산과 서울에서 보낸 아이들이 사흘째 저녁 드디어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버지가 서울에 볼일이 있어 두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을 다녀옵니다. 옆지기는 미국으로 배움길을 떠난 터라, 아이들은 아버지하고 시골에서 지냈고, 아버지가 이리 가거나 저리 갈 때마다 언제나 함께 움직입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은 저희 마음껏 뛰고 달리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뒹굴면서 놉니다.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은 이리로도 달리고, 저리로도 구릅니다. 아이들은 옷에 흙이 묻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마을 빨래터에서건 논도랑에서건 웅덩이에서건 철벅철벅 뛰면서 물투성이가 됩니다. 들꽃을 꺾어 머리에 꽂거나 반지를 만들며 놀고, 꽃다발을 한아름 안으며 달리기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시외버스를 몇 시간 타고 기차를 또 몇 시간 타다가는, 전철과 택시를 자꾸 갈아타야 하니 아주 힘들밖에 없습니다. 버스에서건 기차에서건 전철에서건 택시에서건, 아이들은 ‘얌전히’ ‘꼼짝 말고’ ‘입을 다물면서’ ‘뛰지 말고’ ‘목소리 낮추어’ ‘아무것이나 만지지 말며’ 잔소리를 들어야 해요. 시골집에서는 무엇이건 신나게 즐기면서 누리던 아이들이지만, 도시에서는 어디에서고 홀가분하게 뛰놀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처럼 도는 아이들이 왜 ‘죽이고 죽는 게임’에 빠져들고 ‘죽이고 죽는 영화와 만화’에 젖어드는지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너무 짓눌리고 끔찍하게 억눌린 나머지, 아이들은 몸이 갇히고 마음이 갑갑해요. 놀지 못한 채 ‘학습’만 하다 보니, 아이들은 슬프고 괴롭지요. 이 가녀린 도시 아이들은 어른들 흉내를 내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말아요. 이 불쌍한 도시 아이들은 어른들 흉내를 내며 거친 말씨와 막말을 따르고 말아요. 장난감 총으로 노는 아이들이 되지요. 동무를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때리면서 히죽히죽 웃어요.
아이들이 아이답자면 아이로서 해맑게 웃고 노래면서 뛰놀 수 있어야지 싶어요. 그래, 우리 집 두 아이는 사흘째에 이르러 시골집으로 돌아오니, 읍내에서 시외버스 내리고 택시를 불러 느즈막한 저녁에 비로소 집과 가까워지자 뒷자리에서 뒹굴고 노래하고 소리치고 웃고 떠듭니다. 이틀 동안 꽁꽁 갇히거나 묶인 굴레를 벗어던집니다.
살아나는구나. 아이다운 빛으로 살아나는구나. 살아나며 웃는구나. 스스럼없이 웃고, 거리낌없이 노래하면서 아리따운 이야기를 우리 집과 마을에 흩뿌리는구나. 4346.7.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