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쩍 뛰어노는 어린이

 


  동생 꽁무니에 붙어 막대기놀이를 하던 큰아이가 혼자 펄쩍 뛰면서 논다. 달음박질을 하다가 펄쩍 뛰어오르니 제법 높이 난다. 달리다가 뛰고, 또 달리다가 뛰며, 다시 달리다가 뛴다. 가볍게 달리면 가볍게 뛰고, 신나게 뛰면 신나게 날 수 있지.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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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7-25 05:23   좋아요 0 | URL
아이들 몸은 이제 나았나요? 아이가 한번 아프기라도 하면, 저렇게 뛰어 노는 것만 봐도 안심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그런데 이젠 함께살기님 몸이 많이 피곤하고 힘드신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숲노래 2013-07-25 07: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렁저렁 많이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차츰 나아지는구나 싶어요.

저도 즐겁게 기운을 내야지요 ^^;;;
 

막대기놀이 1

 


  작은아이가 대나무 막대기를 가랑이 사이에 꽂고는 하늘을 난다며 마당을 걷는다. 어느새 큰아이가 동생을 덥석 안으며, 나도 나도 날게 해 줘, 하며 달라붙는다. 둘이 훨훨 날아 봐라.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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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이 다시 안아 재우기

 


  꼭 서른 해 앞서, 내가 열 살 즈음이던 때 방학을 맞이해서 집에서 뒹굴거리며 놀던 나날을 떠올린다. 나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으며 만화책을 읽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를 오려 무언가 만들다가 이래저래 쉬잖고 논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마루에서 툇마루에서 큰방에서 쉬잖고 움직이면서 집안일을 한다. 집안일을 얼추 마치셨다 싶으면 가게나 저잣거리로 마실을 다녀오고, 마실을 다녀오시면 저녁을 차리기 앞서까지 부업을 하신다. 아버지 도시락을 싸고 내 아침을 차려 주신 뒤에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신다. 어머니는 딱히 나더러 청소하라 말씀을 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말없이 마룻바닥을 걸레로 훔칠 적에 천천히 방에서 나와 걸레를 빨아 곁에서 걸레질을 거든다. 그런데 이렇게 걸레질을 하면 “네 방(형과 함께 쓰는 방)이나 치워.”라든지 “거기 좀 제대로 닦아.” 하는 소리를 듣는다.


  비질과 걸레질을 마칠 즈음 빨래기계가 멈춘다. 기계빨래가 다 되었다고 한다. 빨래를 함께 넌다. 이불은 욕조에 넣어 발로 밟아서 빨래한다. 여름방학은 며칠마다 한 차례씩 이불을 밟아서 빨래하며 보낸다고도 할 만하다. 5층짜리 아파트 열다섯 동으로 이루어진 동네인데, 집집마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때가 엇비슷하다. 우리 집에서 이불을 툇마루 난간에 척 하고 걸칠 언저리에 1층부터 5층까지 서로서로 이불 빨래를 척 하고 걸친다. 빨래한 이불 아닌 말리기만 할 이불을 널 적에는 웃층을 먼저 올려다본다. 웃집에서 젖은 이불을 말리느라 물방울 떨어지면 이불말리기 하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웃집에서 사는 사람도 아랫집을 살핀다. 아랫집 이불이 어느 쪽에 있는가를 헤아려 물방울이 아랫집 이불에 안 닿는 자리에 걸친다.


  부업을 한창 하시는 어머니는 저녁을 차려야 할 때가 다가오면 으레 묻는다. “오늘 저녁 뭘 할까?” 그무렵 어머니가 왜 이렇게 묻는지 몰랐다. 오늘에서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 밥상 차리면서 ‘오늘은 아침에 뭘 할까?’라든지 ‘오늘은 저녁으로 무얼 차리지?’라든지 ‘오늘은 낮에 샛밥으로 무얼 주지?’와 같이 생각하니까 어릴 적 어머니 말씀이 새록새록 스며든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이른새벽부터 늦은밤까지 허리 펼 겨를 거의 없이 하루를 보낸다. 형과 내가 훨씬 어려 갓난쟁이였거나 서너 살짜리였다면, 또 대여섯 살밖에 안 된 때였으면, 집안일은 더더욱 많아서 눈코를 뜰 수 없었을 테며, 그때에는 빨래기계 따위는 아예 있지도 않았을 테고, 냉장고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나마 시골살림 아니기에 끼니마다 절구 빻아 쌀겨 벗기고 키질 해서 부스러기 날린 다음 조리개로 돌 일지 않아도 된다뿐이었지만, 우리 식구 먹던 쌀은 정부미였기에 끼니마다 조리개로 돌 이는 몫은 내가 맡았다. 애써 돌 일었다 하더라도 밥을 먹다가 누군가 돌 씹으며 아작 소리를 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어머니는 아무 말 않으시지만 아버지나 형이 돌을 씹으면 밥상머리에서 꿀밤을 맞는다.


  어제와 그제는 아이들 재우며 노래를 못 불렀다. 내 몸이 몸 같지 않다 싶어 그냥 드러누워서 아이들 땀 흘리지 말라고 부채질을 하다가 내가 먼저 곯아떨어졌다. 오늘은 두 아이 나란히 눕히고는 노래를 조곤조곤 부르며 큰아이 먼저 재우고 작은아이 늦게 재운다. 그런데 큰아이가 자꾸 뒤척인다. 한참 머리카락 쓰다듬고 배와 가슴 문지르다가, 큰아이더러 일어나 보라 해서 가슴에 안는다. 큰아이 안고 부엌으로 가서 얼굴과 코에 물을 바른다. 코에 살짝 물을 넣으며 풀어 보라 한다. 큰아이 안고 대청마루에 서서 밤바람을 쐰다. 오늘 하루 큰아이를 얼마나 안아 주었는가 돌아본다. 살며시 자리에 누인다. 머리카락 다시 쓸어넘기면서 다리께를 부채질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등판을 만진다. 땀이 배었나 없나 살핀다. 땀이 배었으면 부채질을 해야 할 테고, 작은아이가 또 바지에 쉬를 했다면 갈아입혀야지.


  뒤척이던 큰아이가 달게 잠든다. 품이 그리웠을까. 마당에까지 와서 우는 개구리 노래를 듣는다. 사이사이 풀벌레 노래가 씨이씨이 울린다. 호젓하다. 내 자장노래가 이 개구리와 풀벌레 노래처럼 보드랍게 아이들 마음으로 젖어들기를 빈다. 내 손길이 풀잎처럼 부드러우면서 푸르게 빛나기를 빈다.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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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13-0724-03 04
나리꽃 책읽기

 


  아이들을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워 면소재지 다녀오는 길에 나리꽃 본 지 보름쯤 되었지 싶다. 그동안 나리꽃 곁을 휙휙 스쳐서 지나가기만 하고, 막상 나리꽃 곁에 자전거를 세워서 꽃내음 맡은 적 없었다고 깨닫는다. 오늘은 자전거를 천천히 세운 다음 나리꽃 앞으로 간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나도 냄새 맡을래. 나도 만져 볼래.” 하고 말한다. 그래, 자전거에서 내려 느긋하게 만지면서 냄새를 맡자.


  어떤 나리일까. 참나리일까 하늘말나리일까 또는 다른 이런저런 나리일까. 아마 또렷하게 가르는 이름이 있으리라. 나는 아이한테 더 낱낱이 가르는 이름을 찾아내어 알려줄 수 있고, 그저 ‘나리꽃’이라 알려줄 수 있다. ‘노란나리’라느니 ‘주홍나리’라 말할 수 있다. 아니면, 내 나름대로 새 꽃이름 지어서 알려줄 수 있다. 다른 전라도사람이나 서울사람이 이 꽃을 가리켜 이런저런 이름을 읊는다 하더라도 고흥 도화면 동백마을 시골순이로서는 새 시골말 하나 빚어서 가리켜도 된다. 어여쁜 꽃을 바라보며 어여쁘게 붙이는 이름이니까.


  그런데, 시든 꽃송이는 누가 똑똑 끊었을가. 시든 꽃송이는 하나도 안 보이고 꽃송이 떨어진 자국이 많이 보인다. 들일 하며 지나가던 마을 할매나 할배가 시든 꽃은 똑똑 끊었으려나.


  활짝 피어난 꽃도 어여쁘지만, 시든 꽃도 어여쁜데. 시들다 못해 말라서 비틀어져 툭 하고 떨어져 길바닥에 흩어져도 어여쁜데.


  너른 들에 나무 한 그루 없지만, 밝은 꽃송이 꼭 이곳에서만 피어나며 들판을 새롭게 밝힌다. 한길에서 한참 꽃놀이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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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적에

 


  글을 쓸 적에는 살가운 벗과 이웃과 살붙이한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이 되지 싶어요. 글을 쓰지 않을 적에는? 글을 쓰지 않을 적에는 살가운 벗과 이웃과 살붙이한테 입으로 도란도란 말을 베풀 테지요.


  이야기를 쓰기에 글쓰기입니다. 이야기를 하기에 말하기입니다. 글자를 그린다고 글쓰기가 되지 않고, 조잘조잘 떠든다고 말하기가 되지 않아요. 이야기를 담아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빛낼 때에 글이 되거나 말이 돼요. 이야기를 실어 사랑과 꿈을 펼칠 적에 비로소 글도 말도 됩니다.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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