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야

 


  읍내마실을 하려고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큰아이는 어느덧 저 옆마을로 버스가 지나가는 소리를 알아채고는 동생을 부른다. “보라야, 보라야, 버스야.” 동생은 누나가 하는 말 듣고는 놀이를 그만두고 누나 곁에 서서 버스를 바라본다. 그래 버스가 오는구나. 우리 저 버스 타고 읍내에 가서 이것저것 장만해서 집으로 즐겁게 돌아오자. 4346.7.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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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6 17:03   좋아요 0 | URL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예전에는 할머니랑 읍내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숲노래 2013-07-26 18:49   좋아요 0 | URL
모든 어른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들 모습을 안고
무럭무럭 자랐겠지요
 

예쁘구나

 


  아이들이 똥을 누었기에 똥그릇 들고 뒷밭으로 가서 뿌린 다음, 똥그릇을 씻으려고 바깥수도에 갔더니, 작은 수세미 끄트머리에 조그마한 풀개구리 앉아서 쉰다. 너 거기가 어딘지 알고 거기에서 쉬니. 풀개구리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똑같이 있었다. 풀개구리야, 우리 식구가 이 집에서 쉰 해 오백 해 살면, 너도 쉰 해 오백 해 내내 그 수세미 끄트머리에 앉아 한여름 날 생각이니. 4346.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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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6 17:03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쁩니다.^^
청개구리가 맞지요?
개구리 안 본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숲노래 2013-07-26 18:47   좋아요 0 | URL
네, 청개구리예요.
그런데 저는 '풀개구리'라고 가리켜요.
곰곰이 생각하니,
청개구리는 풀밭에서만 보고,
풀밭에서 보는 이 개구리는 '풀빛'이더라구요.

참 앙증맞게 작으며 예뻐요~
게다가 요 작은 녀석 노랫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무지개모모 2013-07-26 17:48   좋아요 0 | URL
몇 해 전에 집에서 김장하려는데
배추에서 청개구리가 나왔던 일이 생각나네요...=.=
청개구리는 참 예뻐요.

숲노래 2013-07-26 18:49   좋아요 0 | URL
오오 대단하군요.
배추에 옮겨 다니며 살아간 풀개구리라니!
 

마흔 해 만화쟁이 한길 걸어온 이희재 님한테 꼭 한 말씀 여쭙고 싶다. 당신이 이렇게 ‘스케치 여행’을 한 발자국만으로도 도톰하고 제법 비싼 값 붙는 만화책이 한 권 태어난답니다. 그러면, 만화쟁이로서 마흔 해 한길을 이어 쉰 해 한길과 예순 해 한길을 어떻게 나아가면 아름다울까요? ‘스케치 여행’을 보여주는 만화책은 이 한 권으로 가볍게 끝내고, 이제부터 ‘이야기 여행’을 누리고, ‘이야기 삶’을 보여주는 만화책을 들려주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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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풍경- 이희재의 스케치여행
이희재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13년 07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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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채우는 즐거움

 


  나 혼자 쓰는 방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무렵부터 얻었지 싶다. 이때에 내 책꽂이를 하나 얻었다. 처음 얻은 내 책꽂이에 꽂을 책은 얼마 안 되었다. 다달이 서너 권씩 또는 너덧 권씩 사서 읽는다 하더라도 몇 달이 지나도록 한 줄을 빽빽하게 채우기 어려웠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헌책방에 눈을 뜬다. 이제 헌책방에서 주마다 열 권이나 열다섯 권씩 책을 사들여 읽는다. 대입수험생이지만 내 가방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아닌 책이 언제나 다섯 권이나 일곱 권쯤 함께 깃든다. 갑작스레 책에 눈을 뜨면서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은 나머지, 가방에 여러 가지 책을 잔뜩 챙긴다. 학교로 걸어가는 길에 읽고, 쉬는 때에 읽으며, 낮밥과 저녁밥을 학교에서 먹는 동안에도 읽는다. 자율학습으로 돌리며 밤 열한 시까지 붙잡을 적에도 참고서 밑에 책을 숨기며 읽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도 책을 펼친다. 길거리 밝히는 등불 빛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에 내 책을 헌책방에서 100권 넘게 사서 읽을 수 있어 놀라웠고 기뻤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150권쯤 사서 읽었던가.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자습서와 교과서와 문제집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하루에 두세 권씩 읽겠다고 다짐을 하며 책을 사들여 읽는다.


  어느덧 책꽂이 하나로는 모자란다. 책꽂이를 새로 들인다. 새로 들인 책꽂이도 머잖아 꽉 찬다. 책을 겹쳐 꽂는다. 바닥에 쌓는다. 침대 아래에 쌓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누군가는 책을 침대처럼 바닥에 깔고 드러눕는다고 하기에 나도 한 번 해 보는데, 책탑이 흔들흔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느낀다.


  이러구러 스무 해가 흘러 서른아홉 살이 되고, 내가 건사하는 책꽂이 갯수는 백 개가 넘는다. 따로 세지 않아 잘 모른다. 곧 이백 개가 넘어가리라 생각할 뿐이다. 책꽂이 빽빽하게 채우도록 책을 아끼는구나 싶어 내 삶이 새삼스럽구나 싶고, 이 책들과 책꽂이들은 스스로 알록달록 어여쁜 빛을 이루며 새롭게 나한테 다가온다고 느낀다.


  새책방은 출판사에 주문해서 책꽂이를 채운다지만, 헌책방은 헌책방지기 스스로 책을 한 권 두 권 사서 모아서 책꽂이를 채운다. 한꺼번에 책꽂이 꽉 채우는 헌책방은 한 군데도 없다. 썩다리까지 아무렇게나 책꽂이를 채우는 헌책방은 없다. 더디 걸리거나 여러 해 걸리더라도 헌책방은 어느 곳이든 찬찬히 책꽂이를 채운다.


  마땅한 노릇이리라. 책을 좋아하고 아끼며 사랑하니, 책을 즐겁게 읽으며 책꽂이 채우는 책사랑꾼처럼, 책방지기도 손으로 하나하나 살피고 훑으며 이녁 일터인 책방에 건사할 책을 그러모으리라.


  대영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처럼 으리으리한 건물은 아닌 헌책방이요, 열 평조차 안 되는 다섯 평짜리 헌책방도 많지만, 이 조그마한 헌책방 책꽂이를 들여다보면 빙그레 웃음꽃이 핀다. 예뻐서, 고와서, 사랑스러워서 방실방실 웃으면서 손을 뻗어 한 권 두 권 살며시 쓰다듬는다. 너희 가운데 누가 우리 집 책꽂이로 옮겨 와서 곱다시 꽂히겠니? 4346.7.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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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책방

 


  아이들이 태어나기 앞서, 옆지기와 만나 아기를 밴 뒤, 아기가 갓 태어나고 나서, 아이들이 차츰 자라 스스로 걷는 동안, 이제 뛰고 달리면서 까르르 웃고 노는 아이들이 먼저 앞장서면서, 조그마한 헌책방 찾아다닌다. 조그마한 헌책방도 나이를 먹고, 헌책방지기도 나이를 먹으며, 나도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나이를 먹는다.


  자주 보든 오랜만에 보든 서로 알아보며 인사를 나눈다. 내가 조그마한 헌책방 책시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느끼는 사이에, 헌책방지기는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자라 몰라보게 튼튼해졌는가를 느낀다.


  나무가 나이를 먹듯이 책이 나이를 먹는다. 사람도 나이를 먹고 책방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 사람들이 책방에서 만나 ‘나이 먹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래지 않아 이 아이들 스스로 씩씩하게 책방마실 다니면서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요’라든지 ‘우리 어머니가 지난날에요’ 하는 이야기를 할머니 헌책방지기나 할아버지 헌책방지기하고 도란도란 주고받으리라 생각한다. 4346.7.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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