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가 살 만한 숲은 나날이 줄어듭니다. 고라니에 앞서, 범과 곰과 여우와 늑대가 살 만한 숲은 모조리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나라 숲에서 들짐승이나 멧짐승이 고즈넉하게 살아가기는 어렵다 할 만합니다. 그래도, 조그마한 들짐승과 멧짐승이 씩씩하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이 지구별과 이 나라에 사람만 있어서는 사람 스스로도 아름답거나 즐겁게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고운 노래로 들려주면서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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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네 오누이
장주식 지음, 박철민 그림 / 재미마주 / 2010년 12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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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7.23. 큰아이―아버지 곁에서

 


  아버지가 어떤 글 하나를 쓰려고 한참 밑글을 쓴 뒤 깨끗한 종이에 옮겨적는다. 큰아이가 “아버지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해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써야 할 글이 있어서 이렇게 써.” 마당에 놓은 평상에 엎드려서도 쓰고, 부엌 밥상을 책상으로 삼아서도 쓰며, 마룻바닥에 엎드려서도 쓴다. 셈틀을 켜서 자판을 두들긴다면 그리 오래 안 걸릴 만한 일거리이다. 그러나 아이 곁에서 손으로 종이에 글을 쓸 적에 함께 할 만한 무언가 있구나 느껴 이렇게 해 본다. 큰아이는 어느새 공책을 들고 아버지 곁에 앉는다. 무얼 하나 넘겨보니 큰아이는 공책에 머리카락과 치마가 길디긴 제 모습을 신나게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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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누나 모자 쓰고는

 


  큰아이가 이모한테서 선물로 받은 모자를 작은아이가 슬쩍 쓴다. 여느 때이건 다른 때이건 큰아이가 이 모자를 쓰며 놀지 않으니 방바닥 한켠에 얌전히 있기만 한데, 작은아이가 문득 뭔가 생각이 났는지 한 번 쓴다. 큰아이는 동생이 제 모자를 빼앗았다며 운다. 얘야, 네가 쓰지도 않는 모자를 동생이 한 번 집어서 쓸 뿐이란다.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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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8 12:08   좋아요 0 | URL
ㅎㅎ 본의 아니게 누나를 울린 산들보라.
문득 모자를 쓴 산들보라를 보니,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나온
비요른 안데르센이 해변에서 이런 모자를 쓴 모습이 떠오르네요...^^

숲노래 2013-07-28 15:44   좋아요 0 | URL
에이구, 그러게요.
그나저나 작은아이도 저 모자 쓰면 제법 예쁘더라구요

무지개모모 2013-07-28 12:22   좋아요 0 | URL
케이크 먹을 때 맨 위에 있는 딸기나 체리를 일부러 마지막에 먹는 것처럼
모자를 가끔 특별할 때 쓰려고 아끼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허락 맡고 썼으면 안 울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산들보라가 너무 어리네요^^;

숲노래 2013-07-28 15:44   좋아요 0 | URL
음... 그럴 수 있겠지요.
작은아이한테 '허락'이라는 말은
아직 머나먼 말인 듯해요 @.@
 
다녀왔어 노래 5
후지모토 유우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58

 


마음을 나누는 곳에서
― 다녀왔어 노래 5
 후지모토 유키 글·그림,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2013.8.15./4500원

 


  아버지 자리와 어머니 자리가 있습니다. 아버지 자리를 누가 맡아 주지 못하고, 어머니 자리를 누가 채워 주지 못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낳은 아이 자리도 누가 끼어들지 못해요.


  이웃이 깃드는 자리가 있고, 동무가 서는 자리가 있습니다. 풀이 자라는 자리가 있으며, 나무가 크는 자리가 있어요. 풀벌레 노래하는 자리와, 개구리 복닥거리는 자리가 있어요.


  시골에는 마을 이장님 자리도 있어, 여름날에는 새벽 너덧 시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마을방송을 합니다. 요 며칠 새벽 너덧 시 마을방송을 가만히 듣습니다. 너무 커다랗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깰까 걱정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이 시끄러운 소리에 새벽잠을 깨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요즈음 마을방송은 농약 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칠월 지나고 팔월 첫머리에 ‘위에서’ 검사하러 온다고, 검사하러 와서 ‘농약을 쳤는지 안 쳤는지’를 살피는데, 지난해에는 첫 해라서 그냥 넘어갔지만, 올해에는 친환경농약 아닌 성분이 나오면 모두 큰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쌀 수매값이 뚝 떨어져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마을사람들더러 ‘제발 아무 농약이나 사다가 뿌리지 말’고 ‘이장 집에다가 친환경농약 얻어 놓았으니 이것 가져가서 뿌리라’고 덧붙입니다.


- ‘그냥 충고해 준 것뿐인데.’ “재미없어서 미안하게 됐구나.” (9쪽)
- “넌 정보량이 너무 부족하다고 기각시켰지만, 학교에서 원예부 화단을 메우기로 한 모양이야.” “왜?” “부원이 후쿠다밖에 없어서 졸업하면 원예부가 폐부되기 때문이래. 좀 불쌍하지 않아?” (11∼12쪽)

 


  가을걷이 끝나고 마늘을 심기 앞서까지는 시골마을에서 지낼 만합니다. 이때에는 어느 집에서도 농약을 안 쳐요. 마늘을 심은 뒤에는 시골마을에서 지내기 퍽 고단합니다. 이때에는 어디에서나 농약을 치느라 바람이 매캐합니다. 한겨울 지나고 봄이 올 무렵에는 마늘 캐기 앞서 또 농약을 치느라 숨이 막혀요. 이러다가 마늘을 다 캔 뒤 모를 낼 때까지는 숨통을 틉니다. 못자리 하면서 약을 치는 사람은 없거든요. 이맘때에는 비가 잦기도 해서 농약을 못 치기도 해요. 그러다가 모가 제법 자라 짙푸르게 빛날 무렵 다시금 마을마다 농약을 친다며 복닥거립니다. 경운기 소리에 모터 소리에 아주 시끄럽지요. 냄새도 잔뜩 퍼져서 머리가 띵해요.


  일손이 달려 농약을 쓴다고 하지만, 일손이 달리면 이렇게 엉터리로 지어서는 안 될 흙일이라고 느낍니다. 일손이 달리면 차라리 논이고 밭이고 묵혀야지요. 일손이 없는데 왜 자꾸 약만 쳐대면서 곡식과 열매가 농약에 찌들도록 하나요. 왜 이렇게 시골마을과 흙과 들과 숲이 농약으로 죽도록 내몰아야 할까요.


  마을마다 논에 농약 치느라 부산한 며칠 지나더니, 다시금 논개구리 밤노래는 사그라듭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논개구리 한 마리 울음소리조차 못 듣습니다.


- ‘답답하고 혼자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고, 나에게도 있는데.’ (19쪽)
- “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행복이 오니까.” (160쪽)

 


  밤이 조용하고, 낮도 조용합니다. 밤에 노래할 목숨들이 농약에 빠져 죽으니 밤이 조용합니다. 낮에 노래할 목숨들이 농약 때문에 먹이찾기가 어려운 나머지, 또 낮목숨도 농약에 시달려서 사라졌는지 조용합니다.


  시골 할매 할배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농약에 기댑니다. 시골 할매 할배가 나이를 먹는대서 ‘일찌감치 도시로 떠난 당신 딸아들’이 조금 더 자주 시골로 찾아와서 흙일을 거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요즈음 시골로 농촌봉사활동 오는 대학생 찾아보기도 어렵고, 젊은이 가운데 농촌체험활동 하는 사람도 없으며, 도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노동자 가운데 휴가를 농사일돕기로 보내려는 사람도 없습니다. 도시에는 일거리 없어서 노는 사람 많다지만, 시골에 와서 풀을 뽑거나 벨 만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어요. 아니, 시골 중·고등학교에서 철마다 들일이나 바닷일 시킨다며 학교를 쉬는 일 없어요. 시골에서마저 모두들 대학입시와 취업(도시로 떠나도록 등을 떠미는 취업)에 목을 매달 뿐입니다.


  가난한 이웃나라 찾아다니면서 선교도 할 만하고 구호활동도 할 만합니다. 그리고, 이 나라 시골 곳곳 찾아다니면서 흙일 거들며 말동무 되는 시골살이도 누군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귀촌이나 귀농까지 바라지 않아요. 봉사활동이니 체험활동이니 바라기도 어려워요. 그래도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하루쯤은 흙일을 몸으로 겪으면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가 어떻게 태어나거나 자라는가를 느끼거나 살피거나 알아야지 싶어요.


- “미안하지만 이미 업자와 공사 계약을 해 버렸다. 이제 와서 취소는 안 돼.” “하, 하지만 신입부원이 들어왔어요! 화단을 없애지 말아 달라는 서명도 이렇게 많이 모았는데.” “이중에서 몇 명이나 진심일 것 같냐? 다들 그냥 별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쓴 거잖아. 큰 화단은 관리하기가 힘들어. 부원도 적고. 작은 화분이라도 괜찮지 않겠니? 그걸로는 활동을 못해?” “그, 그건 안 돼요. 그 화단은 선배들 때부터 어떤 걸 심을지 계획해서 씨와 구근을 모으고 흙을 만들고, 그렇게 가꾸어 온 화단이에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요.” (35∼36쪽)
- “그럼 설명해 주세요. 대체 이유가 뭐죠?” “너희야말로 지금 뭐 하는 짓들이냐! 시설을 관리하는 건 학교 측이야!” “알고 있어요! 학교의 화단은 학생들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화단에는 화단을 가꾸어 온 학생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38쪽)

 


  후지모토 유키 님 만화책 《다녀왔어 노래》(대원씨아이,2013) 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다섯 아이가 씩씩하게 살림을 꾸리는 이야기가 싱그럽게 흐릅니다. 만화책이니 이렇게 밝게 웃고 맑게 노래하는 이야기가 흐를까요? 만화책 아닌 삶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없을까요?


  《다녀왔어 노래》 다섯째 권에서는 ‘마음을 나누는 곳’은 어디인가 하고 넌지시 묻습니다. 집이란 어떤 곳일까요? 학교란 어떤 곳일까요? 일터(회사)란 어떤 곳일까요? 시골은? 도시는? 숲은? 고속도로는? 공장은? 놀이공원은? 전철역은? 버스는? 우리를 둘러싼 이곳과 저곳은 저마다 어떠한 삶자리 노릇을 하는가요?


- “왜, 왜 불렀어?” “아니,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기에, 잘 지내나 하고.” (57쪽)
-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시설에 있었고, 친부모님은 아예 기억도 안 나고, 지금의 부모님이 친딸처럼 키워 주셨제. 없는 것만 헤아리다 보면, 지금 있는 걸 소중히 여기지 못할 것 같데이.” (106쪽)


  일반농약 잔뜩 쓰면서 친환경쌀 인증을 받아 가을수매 할 적에 쌀금 곱으로 받으려는 어설픈 생각은 사라질 수 있기를 빕니다. 아니, 친환경농약을 친다 하더라도 개구리와 풀벌레가 몽땅 죽고, 작은 새들마저 모조리 죽는데, 친환경인증이란 참말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유기농을 한다 하더라도 거름으로 쓸 만한 똥오줌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까 알 턱이 없습니다.


  도시에서 해마다 쏟아지는 몇 조 원어치 밥쓰레기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도시사람이 날마다 누는 똥오줌은 또 어떤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요? 도시사람이 쓰는 전기 때문에 태우는 석유와 석탄으로 매캐해지는 바람과 더러워지는 물과 흙은 어떻게 해야 하지요? 새 물건 자꾸자꾸 만들며 나오는 쓰레기는 어떡하지요? 아파트 자꾸 재개발하면서 나오는 건축쓰레기는 어떡하지요?


  지구별에서 대한민국은 삶을 나누는 곳인지, 사랑을 나누는 곳인지, 꿈을 나누는 곳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나라는 삶도 사랑도 꿈도 아닌, 쓰레기와 겉치레와 눈가림만 나누는 노릇 아니랴 싶습니다. 학벌을 나누고 지연과 학연을 나누며 재산에 따라 계급과 신분을 나누는 곳 아닌가 싶습니다.


- ‘하나하나 쌓아 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노력을. 그것은 조용히 내려쌓여 우리만의 단단한 땅이 된다.’(188∼189쪽)


  천 리 길을 한 걸음씩 걷듯이, 아름다운 보람을 천천히 쌓습니다. 그리고, 아름답지 못한 수렁과 굴레도 나날이 차근차근 쌓기 마련입니다.


  무엇을 쌓으며 살아갈 하루이겠습니까. 무엇을 바라보고 즐기고 누리고 나누면서 빛낼 삶이겠습니까. “다녀왔어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고맙게 마무리하고 새날을 기쁘게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보금자리는 어느 곳에 몇 군데쯤 있을까 궁금합니다.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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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책


 

  우리가 아는 책은 모든 책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책은 ‘책 꼴로 나온 책’입니다. 이런저런 이름난 외국 작가 책이 꽤 한국말로 나오지만, 우리는 모든 외국문학을 알지 못해요. 한국말로 나오는 외국문학은 ‘외국에서 이루어지는 그 나라 문학’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토막 하나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한국책이라고 해서 모든 한국문학을 두루 밝힐 만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모든 문학작품이 책으로 태어나지 않아요. 모든 문학작품이 두루 읽히지 않아요. 몹시 아름답다고 하는 문학이라지만, 제대로 책 꼴을 못 갖추곤 합니다. 뒤늦게 알려져 뒤늦게 읽히는 아름다운 문학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끼리만 알음알음으로 나누는 조용한 문학이 있어요.


  기자와 전문가와 평론가만 몇몇 작가를 추켜세우거나 다루지 않아요. 여느 책손도 몇몇 작가 책에만 둘러싸인 채 살아가요.


  너른 이웃을 헤아려요. 넓은 마을을 살펴봐요. 고흥군에도 수백 군데 작은 마을이 있어요. 이웃 다른 군에도 수백 군데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요 작은 마을 한 곳에도 온갖 이야기가 넘쳐요.


  널리 사랑받는다는, 아니 널리 팔려서 널리 읽힌다는 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널리 읽히는 책만 자꾸 다룰 때에는 우리 둘레 작은 이웃이 그만큼 묻히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읽을 때에 아름답게 빛날까요. 우리는 어떤 이웃을 사귀면서 어떤 이야기꽃을 피울 때에 환하면서 즐거운 삶 누릴까요.


  태어나지 않은 책이 있어요. 책 꼴로 태어나지 못한 책이 있고, 아직 안 읽혔기에 태어나지 않은 책이 있으며, 읽히기는 했지만 제대로 읽히지 못해서 아직 못 태어났다 할 만한 책이 있어요.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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