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생각해 봐요. 사람들 보금자리는 어디에 있어야 가장 아름다울까요? 내 보금자리는 어디에 두어야 가장 사랑스러울까요? 아이들은 어버이가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할 적에 가장 즐겁게 하루를 누릴까요?


  새도 벌레도 풀도 나무도 아무 데에나 씨앗을 뿌리지 않아요. 이녁 스스로 가장 아름답게 살아갈 만한 데에서 뿌리를 내려요. 사람은 어디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나요. 우리들은 어느 곳을 우리 보금자리로 삼나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나요?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나요?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나요? 아니면, 돈을 벌거나 이름값을 얻거나 권력을 거머쥐며 살아가고 싶나요?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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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7-29 00:06   좋아요 0 | URL
집을 고르는 일이 삶을 고르는 일이네요=.=

숲노래 2013-07-29 08:3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당신은 어른입니까 25] 자전거읽기
― 자전거와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대단히 많은 모습을 봅니다. 내 둘레 사람들은 나더러 자동차를 몰면 훨씬 멀리 더 빠르게 달릴 뿐 아니라, 책방마실을 하고 나서 짐칸에 책 거뜬히 싣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달리며 마주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모습이랑, 두 다리로 거닐며 누리는 아주아주 많은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반갑고 남다르구나 싶어서 자동차를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몸이 많이 힘들면 택시를 불러서 탑니다. 택시는 참 너그럽지요. 부르면 달려오고, 가고 싶다는 데에 태워 주거든요. 택시삯이 비싸다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자동차 장만해서 보험삯 내고 기름값 치르며 굴리는 값을 생각하면 택시삯은 매우 싸요. 그러면 자전거는? 자전거는 아예 아무런 돈이 안 든다 할 만하지요.


  나는 세발도 네발도 아닌 두발로 달리는 자전거를 처음 몰던 느낌을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아로새깁니다. 꽤 어린 나이였을 텐데, 작은 바퀴 둘을 떼고 두발로 자전거를 달리며 얼마나 들뜨고 설레며 기뻤는지 몰라요. 다만, 들뜸과 설렘과 기쁨만 생각하다가 그만 고꾸라져서 팔뚝이 아주 크게 까지고 찢어졌어요. 이마에서 피도 흘렀어요. 그런데, 이렇게 까지고 찢어졌어도, 두발자전거로 달리는 들뜸과 설렘과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그 뒤로는 두발자전거로만 달렸어요. 어머니가 말리셨지만 이듬날에도 또 두발자전거로 달렸고, 또 크게 고꾸라져서 다친 데가 더 찢어지고 피는 훨씬 많이 흘렀어요.


  오늘 나는 두 아이와 살아갑니다. 작은아이는 수레에 태우고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태워, 앞에서 샛자전거와 수레를 끌고 두 아이를 태우며 달리는 자전거 발판을 밟자면 힘이 무척 많이 듭니다. 자전거 무게도 퍽 무겁고, 언덕길 오르자면 온몸에서 땀이 옴팡지게 쏟으면서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서 길바닥을 적셔요. 그렇지만, 이런 자전거를 거의 날마다 탑니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거의 날마다 누려요.


  자전거로 면소재지나 읍내 언저리를 달리고 보면, 시골길에서는 온갖 죽음을 마주합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곧 알아채요. 길바닥에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멧짐승과 뱀과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와 사마귀와 메뚜기와 달팽이와 개미뿐 아니라, 너구리도 오소리도 삵도 제비도 비둘기도 박새도 소쩍새도 있어요. 다람쥐도 고라니도 자동차에 치여 죽습니다. 이 모든 슬픔을 자전거를 몰며 더 끔찍하게 느껴요. 아마, 자동차 모는 분들은 모를 텐데, 자전거로 달리거나 두 다리로 거닐다 보면, 길바닥에 자동차에 치여서 죽어 날개가 바람 따라 팔랑거리는 나비 주검 되게 많아요. 자동차에 밟힌 개구리와 개미는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 저기 밟지 말아요!” 하고 먼저 알아채서 외치기도 하지요.


  자동차를 장만하면서 자전거를 함께 장만하는 어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동차를 장만할 적에 이것저것 옵션 한두 가지쯤 줄여 백만 원쯤으로 자전거 한 대 함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어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생각을 기울여 보면, 자동차 몰면서 한 달 기름값 십만 원쯤 아끼면 한 해에 백이십만 원을 모아 ‘좋은 자전거’ 한 대 장만할 수 있어요. 한 달 기름값 오만 원쯤 아끼면 한 해에 육십만 원을 모아 ‘썩 나은 자전거’ 한 대 장만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마음을 쏟는 어른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어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까요? 이 길은 어떻게 달릴 때에 즐거울까요?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 가장 빨리 갈 수 있나요? 이곳에서 저곳으로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자전거로 삶을 노래하는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자전거로 기쁘게 나들이 누리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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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3-12-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시로 읽는 책 41] 사진찍기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선물합니다.
  마음을 찍어 사랑을 건넵니다.

 


  반가운 이웃들한테 아름다운 사진을 선물로 주셔요. 아름다운 사진이란 멋들어진 모습을 그럴듯하게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사랑을 즐겁게 담을 때에 아름다운 사진이 됩니다. 작품으로 찍는 사진이 아니라 즐겁게 사랑을 찍는 사진입니다. 예술품 되라며 찍는 사진이 아니라 기쁘게 노래하며 찍는 사진입니다. 돈으로 헤일 수 없는 즐거움 나누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즐겁게 찍는 사진은 처음부터 돈값을 따지지 않아요. 기쁘게 노래하며 찍는 사진은 사랑을 담을 뿐이라, 사랑을 한 가득 나눕니다.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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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8 21:25   좋아요 0 | URL
참 좋습니다.^^
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숲노래 2013-07-28 21:48   좋아요 0 | URL
이웃 서재님 글에 댓글을 남기다가
그 댓글에 살을 붙여서
다시 뚝딱 해 보았어요.

이웃 서재를 다니며
댓글을 남길 때마다
그 댓글이 나한테 참 아름다운 생각
북돋우는구나 하고 느껴요.

[시로 읽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은 모두
이웃 서재님들 글에 댓글 붙이면서
떠오른 생각에 살을 붙여서
석 줄짜리 시를 쓰고
이야기를 덧다는 글이랍니다~
 

아침 낮에

마을빨래터 청소하며 물놀이 했다.

큰아이가 오늘 아침에 비로소 다 낫고는

조잘조잘 떠드는 수다쟁이로 돌아왔다.

아플 적에는 온 집안 조용하더니

다 낫자마자 아주 시끌벅적하다.

 

이리하여 마을빨래터에 열흘 만인가

청소하며 물놀이를 하러 갔다 오는데

이것으로는 모자라는구나.

 

그래, 낮 네 시 지나며

더위 살짝 꺾이는 이무렵

바닷가로 자전거 타고 다녀와야겠네.

 

바다 다녀와서 모두들 기운 쏙 빠져서

새근새근 잘 자면 좋겠다.

아마 너희 아버지도 기운이 옴팡 빠져서

쓰러져 잠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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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8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바닷가에 가서 자전거 타고 놀고 싶네요.
상상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숲노래 2013-07-28 21:49   좋아요 0 | URL
꼭 누리셔요.
반드시 먼 바다까지 가야 하지 않고요.
시골까지 안 가도 돼요.

자동차 짐칸에 자전거 실어 가도 되지요.
바다에 서고, 바닷가를 따라 자전거 밟으며
바람을 쐬고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참말 깨끗해진답니다.

hnine 2013-07-29 18:07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가 이제 나았다니 제일 반갑네요.
아이가 아프면 정말 집안이 조용하지요. 그러다가 아이 목소리가 집안을 채우기 시작하면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숲노래 2013-07-29 19:40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 아프면 참 힘들어요.
반갑지요.
집안이 다시 '시끄러우'니 반갑고
개구지게 잘 놀아서 반갑습니다~~
 

자전거쪽지 2013.7.8.
 : 바다를 보고 싶어

 


- 사름벼리가 바다를 보고 싶다 노래한다. 이렇게 무더운 날 바다를 가야 할까 싶으나, 곧 휴가철 되어 사람들이 바닷가로 잔뜩 놀러오면 우리 식구 느긋하게 쉴 자리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오늘 바다에 가자. 마을빨래터나 마당고무통은 언제나 누릴 수 있는 물놀이인 만큼, 자전거 타고 바다 보러 가자.

 

- 발포 바닷가로 갈까 하다가 자전거를 돌린다. 다른 바닷가에도 가 보고 싶다. 익금 바닷가도 퍽 좋았다 싶은데, 그곳은 지나가며 보았으니, 오늘은 아직 안 가 본 바닷가로 갈까 싶다. 도화면 가화리 바닷가 쪽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 면소재지 빵집에 들러 빵 몇 점 산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일찌감치 잠든다. 샛자전거에 탄 큰아이는 작은 빵조각 반쯤 뜯어먹다가 아버지한테 내민다. 더 못 먹겠다고 한다.

 

- 날이 워낙 덥기에 달리는 틈틈이 쉬며 큰아이한테 물을 준다. 구름이 빠르게 흐르면서 길에 구름그림자 남긴다. 참 예쁜 빛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구름이 그림자 드리울 때에는 참으로 시원하고, 구름이 걷혀 햇볕이 내리쬐면 무덥다.

 

- 도화면소재지 벗어날 즈음 길가에 무궁화나무 있다. 누가 따로 심었겠지. 지등마을과 이목동마을 지나 황촌마을 어귀부터 바다가 보인다. 저쪽 바닷가로는 아직 간 적이 없다. 포구만 있을는지 모래밭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돌려 대통마을로 접어든다. 조그마한 동산을 빼고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온통 들판인 길을 땀을 쪽 빼며 달린다. 바닷가까지 온다. 생각했던 대로 황촌·대통마을 바닷가는 포구일 뿐, 아이들이 몸을 담그며 놀 만한 바닷가는 아니다. 이 아이들이 더 나이를 먹어 헤엄을 잘 칠 만하면, 이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며 신나게 놀 테지. 아이들아 씩씩하게 자라며 헤엄을 잘 배우렴.

 

- 마을회관이지 싶은 곳에 느티나무 한 그루 우람하게 섰다. 저렇게 우람하게 나무 한 그루 서니 그늘 아주 시원할 테지. 들판에서 나락도 알뜰히 거두어야 할 테지만, 들판 곳곳에 이렇게 나무 몇 그루 자라도록 하면, 일하면서도 한결 느긋하게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황촌마을에서 벗어나 여의천마을로 간다. 여의천마을 바닷가는 어떠할까. 여의천마을도 황촌마을처럼 포구이지, 모래밭이 아니다. 그런데, 여의천마을 바닷가에는 아이들이 쉴 만한 평상이 있네. 누구라도 와서 쉴 평상이 여럿 있다. 화장실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 꽤 좋다고 느끼면서 이곳에서 쉬기로 한다. 마침 작은아이도 깬다. 큰아이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서운하게 생각한다. 다음에는 물에 들어갈 만한 바다로 갈게, 미안하구나. 오늘은 이 나무그늘 평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며 놀자.

 

- 평상이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바닷가를 빙 둘러 시멘트 퍼붓는 공사를 한다. 황촌마을 바닷가에서도 이런 공사를 보았다. 왜 바닷가를 빙 둘러 시멘트벽 세우려 할까. 충청도 태안 바닷가에서는 이런 시멘트벽 때문에 오히려 모래가 바다로 휩쓸리고 말아 시멘트벽 다시 없애려고 돈을 들이는데, 전라도 고흥에서는 거꾸로 간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남은 사랑스러운 바닷가에 시멘트를 그예 들이붓는다. 이런 막공사와 막개발을 발전이라고 여길까? 이렇게 해서 자가용으로 ‘드라이브’ 하기 수월하도록 하면 ‘관광상품’이 된다고 여기는가? 제주섬에서도 바닷가를 빙 둘러 찻길을 닦는 바람에 바닷가 모래밭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며 사라진다. 제주섬 해수욕장에서는 모래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비수기에는 모래밭을 꽁꽁 덮어둔다. 성수기를 앞두고는 다른 데에서 모래를 퍼서 나르기 바쁘다. 고흥군 관계자와 공무원은 이런 대목을 알기나 하는지, 살피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 바닷물에는 못 들어간 채 바다마실을 마친다. 그래도 다음에는 가화리 원도동마을과 화옥마을에도 가려 한다. 그곳도 포구일 뿐 모래밭이 없다 하더라도, 크레파스와 종이를 챙겨, 바닷가에서 그림 그리며 놀 수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로 씩씩하게 달리려 한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도화면소재지에 다시 들러서 ‘카페 유자나무’에 들른다. 이곳에서 팥빙수를 시켜서 아이들 먹인다. 시원하게 팥빙수 먹은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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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9 00:09   좋아요 0 | URL
'카페 유자나무' 이름이 참 좋습니다. 벼리와 보라가 먹은 팥빙수도 참 맛나게 보이네요.^^
문득, '카페 사과나무'가 머릿속에 슬그머니 떠올라...ㅎㅎㅎ
보라가 오늘은 누나의 예쁜 원피스를 입었군요~

숲노래 2013-07-29 08:38   좋아요 0 | URL
아주 조그맣고 예쁜 시골 찻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