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6. 길에서 (2013.7.12.)

 


  사름벼리야, 네 아버지는 네가 다니는 길만 생각하지, 다른 아이가 이런 길 저런 길 어찌 다닐까 하는 생각은 안 해. 사름벼리 네가 숲길을 걷든 들길을 걷든 늘 네 모습을 바라볼 뿐이야. 너는 네 앞만 보면서 걷지. 그래, 그 걸음걸이가 옳고 맞으면서 곱단다. 그대로 걸어가렴. 고스란히 너한테 가장 아름다운 푸른 숨결 마시며 씩씩하게 걸어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07-30 23:59   좋아요 0 | URL
저도 저 길을 걷고 싶습니다.^^

숲노래 2013-07-31 06:51   좋아요 0 | URL
저렇게 숲길 안 깎아도
얼마든지 더 나은 골짜기 될 텐데
자동차 드나들게 하려고 이렇게 만들어요.

숲을 오직 두 다리로 걸어서
다니게끔 한다면
훨씬 아름다운 빛 감돌리라 생각해요.
 

산들보라 궁둥이 예뻐

 


  천등산 골짝물에 아무도 놀러 다니지 않고 우리 식구만 조촐히 마실을 다닐 적, 너 산들보라 놀면서 바지가 물에 젖어 궁둥이 예쁘게 드러나는 모습 얼마나 재미나던지, 아버지는 네 궁둥이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단다.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07-30 23:59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정말 예쁘고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숲노래 2013-07-31 06:51   좋아요 0 | URL
복숭아 두 알이 통통통 움직여요

appletreeje 2013-07-31 15:31   좋아요 0 | URL
ㅎㅎㅎ~에구~너무 예뻐요, 산들보라 궁둥이! ㅎㅎㅎ
정말 잘 익은 복숭아 두 알 같은, 예쁜 산들보라 궁둥이~! ^^

숲노래 2013-07-31 16:35   좋아요 0 | URL
복슬복슬 참 예뻐
앙 깨물 수밖에 없답니다~
 

두렵지 않은 마음

 


  아버지로서 아이들 도맡아서 돌볼 적에 두렵다고 느낀 적은 아직 없어요. 왜냐하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무엇이 두려울까 싶어요. 내가 어른으로서 이런저런 바깥일, 그러니까 사회 활동을 못할까 두려울까요? 그러나, 나는 이런 느낌 받은 적 없어요. 강의나 강연을 가더라도 늘 먼저 말해요. “저는 늘 아이 돌보기를 도맡아 하기에, 강의를 하러 갈 적에도 아이를 데려가요.” 하고. 다시 말하자면, 어린 아이들 데리고 갈 수 없는 강의 자리는 아예 가지 않아요. 이러다 보면, 강의 자리는 아주 뜸하고, 돈을 벌 자리도 되게 많이 줄지요.


  그렇지만 내 삶에서는 ‘강의’보다 ‘아이’가 먼저예요. 강의 한 번 할 적에 100만 원을 준다 하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는 자리라면, 나로서도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없는 자리가 되리라 느껴요.


  아이 둘을 도맡아 돌보니까, 자전거를 타더라도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함께 태워야 해요. 큰아이가 다섯 살이던 해에는 둘 모두 수레에 태웠고, 큰아이가 여섯 살 된 뒤부터는 큰아이는 따로 샛자전거를 붙여서 샛자전거에 태워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자전거를 탈 때면, 자그마치 40킬로그램 가까운 수레와 샛자전거를 붙이고는, 40킬로그램쯤 되는 두 아이를 태우고 다니지요. 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를 몰면서 두렵다고 느낀 적 없어요. 오르막에서는 되게 무겁네 하고 느끼면서도, 그만큼 더 힘을 내야지 하고 생각해요.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라고 할까요, 새로움이라고 할까요.


  적잖은 아버지들은 아이 하나나 둘을 도맡아 하루를 보내야 할 적에 몹시 두렵다고 말해요. 스물네 시간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하니, 스물네 시간 이녁 마음대로 못 쓰거든요. 그런데, 참 마땅한 노릇이에요.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떠나, 어버이라면, 아이하고 스물네 시간 함께 보내야 맞아요. 어느 어버이가 아이하고 스물네 시간 안 보내면서 살아가겠어요.


  아버지들이 스스로 어떻게 태어나 오늘까지 살아갈 수 있는가 생각할 수 있기를 빌어요. 아버지들이 아름다운 삶과 사랑스러운 꿈을 마음에 담고 즐겁게 하루하루 누리는 길을 걸어가기를 빌어요.
  아이들은 말예요, 하루 스물네 시간 아니라, 하루 마흔여덟 시간도 참말 개구지게 놀아요. 노니까 아이들이에요. 그냥 아이들과 놀면 되어요. 아버지들, 이 나라 모든 예쁜 아버지들, 아이들과 활짝 웃으면서 놀아요. 빙긋빙긋, 싱긋싱긋, 곱게 웃으면서 놀아요. 참말 재미있답니다. 두려움 아닌 기쁨만 있어요.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보스러운 눈물

 


  나는 만화영화나 일반영화를 볼 때나 눈물을 참 잘 흘린다. 우리 옆지기는 무엇을 보든 눈물을 거의 안 흘린다. 마음이 메말랐기 때문이 아니라,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대목에서 한결 깊은 곳을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풀이 씨앗을 떨구고 겨울에 시들어 죽을 적에 눈물을 흘리는가. 나무가 헌 잎을 떨구면서 눈물을 흘리는가.


  그러나, 풀도 나무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눈물을 흘릴는지 모른다. 풀도 나무도 언제나 눈물을 흘리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할 수 있으리라.


  여섯 살이 된 큰아이가 만화영화 보고 싶다 해서 이런저런 만화영화를 틀어 줄 적에, 아버지는 으레 눈물을 흘리곤 한다. 슬프면서 아름다운 작품을 볼 때에는, 이 작품을 백 번을 보았거나 천 번을 보았거나 늘 새롭게 눈물을 흘린다. 큰아이는 세 살 적까지는 눈물이 없이 그냥 웃으면서 보더니, 네 살 적부터는 아버지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만화영화를 본다.


  옆지기는 함께 만화영화를 보다가 ‘얼씨구! 아버지와 딸이 똑같네!’ 하면서 빙긋이 웃는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눈물이 나는걸. 큰아이도 아버지 곁에서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만화영화를 본다. 바보스러운 눈물일까. 그래, 바보스러운 눈물일 테지. 나는 이제껏 늘 바보스러운 눈물을 흘렸고, 앞으로도 바보스러운 눈물을 흘리리라. 우리 큰아이가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또 우리 큰아이가 나중에 아이를 낳아 이 아이를 돌보며 지낼 적에도 나는 늘 바보스러운 눈물을 흘리겠지.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30 21:53   좋아요 0 | URL
'바보스러운 눈물'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진실한 눈물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바보'들은 뭔가를 계산하지 않고,
그저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니까요..

숲노래 2013-07-30 22:29   좋아요 0 | URL
웃음도 눈물도
참말
아름다움 앞에서
나오는 이슬빛이로구나 싶어요

후애(厚愛) 2013-07-30 22:05   좋아요 0 | URL
저도 눈물이 참 많습니다.
슬픈 책들이 영화만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려 내려요..

숲노래 2013-07-30 22:28   좋아요 0 | URL
눈물을 흘리면서 저마다
아름다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느냐 싶어요...

울보 2013-07-31 00:44   좋아요 0 | URL
전 언제나 울보 엄마라 그 마음을 알것같은데,,,,

숲노래 2013-07-31 06:50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마음을 알고 읽는 사람이
참 사랑스러웁구나 하고 느껴요
 

아이와 만화영화 보는 책읽기

 


  일본사람 후지코 후미오 님 만화책 《도라에몽》은 천 번이 아니라 만 번을 보아도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느낀다. 한국사람 이진주 님 만화책 ‘하니’ 연작 가운데 널리 알려진 《달려라 하니》와 《천방지축 하니》 또한 천 번이 아닌 만 번을 보아도 늘 새롭구나 하고 느낀다.


  오늘도 두 아이와 함께 《도라에몽》 만화영화 두 꼭지를 보았고, 다음으로 《천방지축 하니》 만화영화를 보는데, 이 만화영화를 한두 번 아닌 참 숱하게 많이 보았는 데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없도록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으면서 눈물을 쏟게 한다. 아마, 어른들한테 《토지》나 《혼불》 같은 작품이 아이들한테는 《도라에몽》이나 《하니》나 《둘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도라에몽》은 배경그림 하나까지 놀랍도록 훌륭하고, 《하니》와 《둘리》는 밑그림이 여러모로 어설프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서로 같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아닌 2010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담으면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나누려는 만화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한국에서는.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