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물

 


  잠든 아이들 부채질을 틈틈이 해 준다. 아이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안 솟을 때까지 부채질을 틈틈이 한다. 이제 부채질을 안 해도 되는구나 싶을 무렵,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나도 몸 한 차례 씻을까 생각한다.


  몸을 씻는 김에 빨래 두 점 한다. 낮에 골짜기에서 놀 적에는 골짝물이 아주 차갑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우리 집 물은 사뭇 다르다. 우리 집 물은 쓰면 쓸수록 차갑다. 땅밑에서 길어올려 쓰는 물인 만큼, 한여름에는 얼마나 시원하면서 더위를 가시게 하는지. 참말 시골물이란 이렇게 차갑고 시원하며 맑아야 시골물이지.


  도시에서는 아파트에서건 호텔에서건 여관에서건 찬물이 없다. 냉장고로 식히는 찬물은 있을 테지만, ‘늘 흐르는 찬물’이 없다. 수도물은 쓰고 또 써도 늘 미지근하다. 그러고 보면, 찬물이 없는 도시이기에 여름이 훨씬 무더우면서 고단하리라 본다. 찬물이 없는 도시이니 도시사람은 물빛과 물결이 어떠한가를 살피지 못하면서 지내는구나 싶다. 물맛과 물숨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우리 몸이 온통 물로 이루어진 얼거리를 못 깨닫는구나 싶다. 4346.7.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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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글날에 맞추어 태어날 '초등 높은학년 우리말 이야기책' <숲말>에 붙일 '커다란 부록'인 '낱말풀이'에 쓸 글을 맛보기로 걸칩니다. 한창 온마음 모아서 낱말풀이를 붙이느라 다른 일은 어느 한 가지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오늘 일찍 잠들어 주어, 더 바지런히 이 일을 합니다. 땀나도록 하다가 살짝 쉬며, 슬쩍 몇 가지 걸치니 즐겁게 읽어 보셔요.

 

 

= 1. 꽃 : 꽃처럼 피어날 말 =

 

 

꽃봉오리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곧 피어날 꽃을 가리키는 낱말이 됩니다.

 

꽃몽우리
  한창 여무는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꽃망울
  아직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말뜻만 놓고 살피면, ‘꽃봉오리’와 ‘꽃몽우리’와 ‘꽃망울’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헤아리기 어려울 수 있어요. 날마다 어느 꽃 한 가지를 오래도록 들여다보셔요. 이제 막 봉오리 맺힌 모습부터 가만히 들여다봐요. 많이 자라거나 여물었지만 아직 피어나기 먼 봉오리라면 ‘망울’이 맺혔다고 가리켜요. 이 망울이 곧 터질듯 말듯 보이면 ‘몽우리’라 가리키곤 해요. 몽우리가 벌어지며 확 피어나면, 이때에는 ‘꽃송이’라 가리킵니다. “한창 여물다”와 “아직 여리다”는 같은 모습을 가리킬 수 있어요. 다만, 두 가지 말씨는 느낌이 다를 뿐입니다. ‘꽃봉오리’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을 가리키기에, 꽃송이 되려고 애쓰는 조그마한 몽우리나 망울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한편, 곧 피어날 꽃을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꽃봉오리’이니, 이때에는 몽우리와 망울과는 달리 거의 다 여물거나 이제 다 자랐다고 느낄 수 있어요. 세 낱말은 모두 똑같은 자리에 쓸 수도 있는 한편, 느낌에 따라 다 다른 자리에 쓸 수 있습니다.

 

찬찬히
  ‘찬찬히’는 ‘찬찬하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두 가지 뜻으로 써요. 첫째는, 마음씨나 몸가짐이나 솜씨가 꼼꼼하면서 따뜻하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가리킬 때에는 ‘천천히’하고 뜻이 비슷해요. ‘찬찬히’는 여린 말이고 ‘천천히’는 센 말입니다. 서두르지 않는데 좀 많이 느리게 보인다면 ‘천천히’라는 낱말을 쓰면 잘 어울립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할 적에는 ‘천천히’가 어울리고, 그냥 서두르지 말자 할 때에는 ‘찬찬히’가 어울립니다.

 

여물다
  곡식이나 열매가 잘 익을 때에 ‘여물다’라고 해요. ‘영글다’는 ‘여물다’하고 뜻이 같다고 해요. 곡식이나 열매가 넉넉히 익을 때에는 ‘무르익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낱말들은 사람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써요. 철이 잘 들거나 제 솜씨가 한창 돋보일 때에 이런 낱말을 써서 가리킵니다.

 

여리다
  요사이에는 한자말 ‘약하다’를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한국말 ‘여리다’가 제자리를 거의 못 찾아요. ‘세다’와 맞서는 낱말이 ‘여리다’예요. ‘부드럽다’와 비슷하지만, ‘여리다’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없는 느낌을 가리켜요. 한편, 마음이나 다짐이 단단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킬 적에도 이 낱말을 써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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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숨결과 맑은 눈빛 흐르는 만화책이 10권 20권 잇달아 나오기는 쉽지 않을까. 만화책 《리넨과 거즈》가 넷째 권으로 마무리되는구나. 아이자와 하루카 님은, 사랑스레 살아가는 사람들 고운 빛깔이 알록달록 어우러지는 이야기로 태어나는 이 조그마한 만화책을 즐겁게 마무리지으셨을 테니, 이 다음으로 새롭게 빚는 착한 숨결과 맑은 눈빛 흐르는 다른 만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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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과 거즈 4- 완결
아이자와 하루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3년 07월 3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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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삶을 만화를 그리며 이은 한 사람 넋은 어떤 빛이었을까. 데즈카 오사무(테즈카 오사무) 님이 선보인 작품 모두 한국말로 옮겨지지 않았다. 한국사람이 모르는 이녁 작품이 무척 많다. 일본글 읽을 줄 알고, 일본책 곧잘 사서 읽는 분 가운데에는 일본에서만 나온 이녁 작품을 즐겁게 읽고 아름답게 새기기도 했으리라 본다. 데즈카 오사무 님 작품을 굵직하게 《아톰》과 《블랙잭》과 《불새》,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곤 한다. 《아톰》을 바탕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잇달아 태어났고, 《블랙잭》을 선보이며 온갖 이야기를 두루 펼쳤으며, 《불새》를 마무리지으려 하면서 만화로 삶 밝히는 빛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느낀다. 만화로 삶을 밝히는 빛을 크게 북돋운 《블랙잭》이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는가 하는 뒷얘기가 나온다고 하는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둘째 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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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2: 1947 ~ 1959
반 토시오, 테즈카 프로덕션, 아사히 신문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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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차례

 


  날이 더울 적에 아이를 아홉 차례 씻긴 적 있다고 장모님이 말씀한 적 있다. 그래, 더운 날에는 이렇게 씻길 수 있구나. 참말 더운 날이라면 아홉 차례가 대수로울까. 열 차례 스무 차례도 씻겨야 할 수 있겠지. 손과 낯을 자주 씻기고 옷도 자주 갈아입히면서. 4346.7.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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