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조선학교가 있고, 한국에 한국학교가 있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아이들은 같습니다. 가르치는 책은 다르나, 자라나는 마음은 같고, 살아가는 터전은 다르나, 꿈꾸는 사랑은 같습니다. 아이들은 맑은 빛을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밝은 숨결 건사하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지럽거나 어수선한 나라에서 서로 치고받는 고단한 삶 아닌, 싱그럽고 아름다운 나라에서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삶 누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시험기계 아닌 착한 삶벗으로 마주해 보셔요. 아이들을 ‘예비 수험생’이나 ‘예비 회사원’이 되도록 내몰지 말고, ‘고운 넋’과 ‘즐거운 꿈’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아 보셔요. 오늘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똑똑히 돌아보면서, 오늘 우리 아이들이 집과 학교와 마을에서 무엇을 배울 때에 튼튼하며 씩씩하게 클 수 있는지 헤아려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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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학교- 3.11대지진 이후 도후쿠, 후쿠시마의 '우리 학교' 이야기
김지연 지음 / 눈빛 / 2013년 8월
17,000원 → 16,150원(5%할인) / 마일리지 49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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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시집을 앞가방에 챙겨서

 


  선물받은 시집을 앞가방에 챙겨서 두 아이를 데리고 순천으로 나들이를 간다. 시외버스에서건 어디에서건 살짝 틈을 내어 읽으려 한다. 그러나, 바깥일을 보고 두 아이 건사하느라 첫날은 한 쪽조차 못 펼치고, 이튿날 아침에 겨우 몇 쪽 펼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는 작은아이 무릎에 앉혀 재우면서 나도 곯아떨어지느라 바빠 더는 못 읽는다. 그나마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풀면서 ‘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앞가방에 시집을 넣고 나들이를 나왔네.’ 하고 깨닫는다.


  아이가 하나만 있던 때에도 나들이 다니면서 책을 읽기란 무척 힘들었다. 아이를 돌보거나 살피는 데에 힘을 쏟을 뿐이었다. 아이를 둘 데리고 다니며 1분이나 10초쯤 책을 손에 쥐어 펼치기란, 여섯 살 세 살 어린 아이들이니 아직 바랄 수 없는 노릇이려나 싶다. 작은아이가 일고여덟 살쯤은 되어야 나들이 다니는 길에도 슬쩍 책 한 권 꺼내어 몇 분쯤 누릴 수 있을까.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가 드물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며 가방에 책을 챙기는 아버지라면 훨씬 드물겠지.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어머니 가운데 가방에 책을 한 권 챙기는 분은 몇 사람쯤 있을까. 아이들 건사하기에도 바쁠 텐데 책을 가방에 넣어 괜히 무겁게 들고 다니려 한다고 해야 할까. 덧없거나 배부른 몸짓이 될까. 아이들 신나게 놀고 뛰고 노래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살가운 책읽기 되니, 어버이로서는 애써 종이책에 매이기보다 ‘아이책’ 또는 ‘삶책’을 한껏 누리자 여기면 될까.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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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를 마친 뒤

 


  바깥나들이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이런 뒤 아이들 옷 몽땅 벗겨 씻긴다. 아이들 옷 빨래하면서 내 몸을 씻는다. 빨래를 마친 옷을 널고, 집을 비운 동안 집안에서 잘 마른 옷을 걷어 갠다. 이러는 동안 머리가 빙빙 돌고, 이럭저럭 집일을 마쳤다 싶으면 기운이 쪽 빠진다. 아이들이 배고프다 하면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먹인다. 따로 밥을 해서 먹일 만한 힘을 내지 못한다. 이윽고 아버지가 쓰러지면, 아이들은 저희끼리 조금 더 놀다가 책을 보다가 스르르 아버지 곁에 찰싹 달라붙으며 드러눕는다. 긴긴 고요한 밤이 이루어진다. 4346.8.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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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만화영화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어난다. 아이들은 늦게까지 개구지게 놀고도 새벽같이 일어난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아침에 일어나는 때는 비슷하구나. 여관방은 한 칸짜리이면서 텔레비전이 아주 크다. 가장 눈에 잘 뜨이는 곳에 텔레비전이 있으니 텔레비전을 켜서 만화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만화를 보여주는 곳을 찾는다. 이 만화 저 만화 곰곰이 본다. 이 만화도 저 만화도 ‘싸움’투성이라 할 만하다. 또는 ‘운동경기’를 한다. 싸우는 줄거리 나오는 만화에는 싸움 빼고는 아무런 보여줄 것이 없다. 예쁘장하거나 멋들어져 보이는 캐릭터가 나와, 이 캐릭터로 된 장난감을 사도록 부추기는 광고가 이어진다. 운동경기 줄거리 나오는 만화에는 ‘시합’이나 ‘시작’ 같은 일본 한자말이 아무렇지 않게 흐른다.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도 제대로 생각을 안 기울이는 어른들 말투에 길드는데, 이렇게 만화영화를 보면서 캐릭터 장난감에다가 얄궂은 말투에 물드는구나.


  숲을 노래하는 이야기 흐르는 만화영화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다. 풀을 아끼고 꽃을 보듬으며 나무를 사랑하는 이야기 흐르는 만화영화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다. 고무줄놀이나 소꿉놀이나 술래잡기나 온갖 놀이가 나오는 만화영화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다. 모두들 손전화 기계를 만지작거리거나 이런저런 기계를 손에 쥔다. 무척 어린 아이들이 만화영화에서 자가용을 모는 모습으로 나오기도 한다.


  스스로 밥을 짓거나 옷을 짓거나 집을 짓는 사람들 모습이 만화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삶을 배거나 사랑을 물려주는 일이란 없는 텔레비전 만화영화로구나 싶다. 기계와 컴퓨터가 모든 심부름을 다하고, 돈과 카드가 있으면 살림살이에 마음 하나 안 써도 되는 흐름으로 나오는 만화영화로구나 싶다.


  어른들은 어떤 마음이 되어 만화영화를 만들어 아이들한테 보여주려 할까. 어른들은 만화영화를 보는 아이들이 어떤 마음이 되기를 바랄까. 그러고 보면, 어른들은 어떤 마음이 되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나 대학교 같은 데를 보내는가.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며 어떤 마음이 될까. 4346.8.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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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글, 소리나는 글

 


  누구나 종이에 글을 쓰던 지난날에는 ‘조용한 글’이었다. 이제 거의 모두 셈틀 켜서 글을 쓰는 이즈음에는 ‘소리나는 글’이 된다.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흐르고, 셈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밤에는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쓰더라도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 사각사각 소리는 개구리나 풀벌레 노랫소리와 함께 아이들 새근새근 재우는 소리일 테지.


  예전에 등불이나 촛불 조그맣게 밝혀 조용히 글을 쓰려던 이들은 이녁 아이들 깨우지 않으려고 얼마나 살금살금 차근차근 글힘을 북돋았을까. 나 또한 두 아이가 깊은 밤에 즐거운 밤노래 한껏 들으면서 꿈나라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6.8.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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