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시집은

 


아침에 일어나서,
선물받은 시집 읽으려
두 쪽 넘길 무렵

 

작은아이 이것 해 달라
큰아이 저것 해 주라
복닥이다 보니,

 

아침밥 끓여야 할 때.

 

어제 불린 쌀 안친 다음,
엊저녁 작은아이 똥 싼 바지랑
어젯밤 작은아이 오줌 싼 기저귀랑
빨래한다.

 

빨래를 마당에 널고
국을 끓인다.

 

어제 남은 반찬에다가
소시지와 양파 잘게 썰어 함께 볶다가
밥상을 닦고
부엌바닥을 쓴다.

 

아이들 불러
수저 놓으라 이른다.

앞마당 밭에서
풀 몇 포기 뜯고
날무와 곤약과 오이를 썰어
밥상 마무리.

 

선물받은 시집은
언제 읽나.

 


4346.8.5.달.ㅎㄲㅅㄱ

 

..

 

appletreeje 님 시집과 소시지와 사탕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시집소시지 이야기로 시가 하나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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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8-05 17:36   좋아요 0 | URL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08-05 18:00   좋아요 0 | URL
네, 시집도 소시지도 선물도
후애 님 댓글도
다 좋습니다~
 

[시골살이 일기 20] 파란하늘 하얀구름
― 삶자리에서 누리는 빛

 


  가까운 도시이든 먼 도시이든, 또 읍내나 면내이든, 시골집을 벗어나 어디로든 나들이를 다녀오면 꼭 한 가지를 크게 느낍니다. 시골집이 아니고는 하늘 올려다볼 겨를이 없고, 같은 시골 하늘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내에서마저 하늘 볼 일이 없구나 싶어요. 조그마한 도시로 나들이를 가든 커다란 도시로 나들이를 가든, 하늘 보기 어렵기는 똑같아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는 높은 건물 때문에 하늘이 가리고, 지하철이나 지하도 때문에 하늘 볼 생각조차 잊기 일쑤인데, 조그마한 도시라 하더라도 아파트는 높이 솟고 자동차가 넘쳐요. 길을 거닐 적에도 자동차 때문에 두리번두리번 살펴야 하고, 길바닥이 깨졌는지 뭐 다칠 만한 게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해요. 아이들 데리고 도시에서 걷자면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는지 모를 오토바이까지 살펴야 하고, 자전거 모는 분들도 찻길보다 거님길을 즐겨 달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딪힐까 조마조마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도시에서 살거나 지내면서 하늘 느긋하게 올려다보며 파란빛과 하얀빛 누리기란 참 어려운 노릇이에요.


  도시에는 드넓게 트인 곳이 드뭅니다. 저 먼 데까지 들이거나 숲이거나 바다가 이루어지는 자리는 아주 드뭅니다. 하늘빛 시원하게 누리면서 구름빛 맑게 마실 만한 자리를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늘빛을 누리지 못한다면 하늘숨을 마시지 못합니다. 구름빛을 즐기지 못한다면 구름맛을 나누지 못합니다.


  가을도 하늘이 높지만, 여름도 하늘이 높아요. 가을에도 하늘빛 짙게 파랗지만, 여름에도 하늘이 짙게 파래요. 끝없이 달라지면서 흐르는 구름이 드리우는 고운 그늘에서 함께 쉴 수 있기를 빕니다. 찬찬히 흐르며 뜨거운 햇볕 식히는 밝은 구름그림자에서 다 같이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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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임수경

 


  헌책방 책시렁에 두 사람 책이 나란히 꽂힌다. 하나는 서슬퍼런 1970년대 군사독재이자 유신독재 불바람을 타고 나온 《새마음의 길》이라는 책이요, 다른 하나는 1990년에 나온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이다.


  두 가지 책은 나란히 꽂힐 만한가? 두 가지 책은 나란히 꽂혀도 될 만한가? 나는 이쪽도 잘 모르겠고, 저쪽도 잘 모르겠다. 서슬퍼런 군대 총칼과 권력 주먹질로 꽁꽁 짓밟으면서 읊던 ‘새마을’과 ‘새마음’이 얼마나 참다운 빛줄기가 되었을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민간인’은 왜 남녘에서 북녘으로 가면 안 되고 북녘에서 남녘으로 오면 안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정치권력자가 휘몰아친 새마을운동에 따라 이 나라 모든 마을에 농약과 텔레비전과 시멘트와 석면과 비닐이 퍼졌다. 정치권력으로 내세운 새마음운동에 따라 이 나라 아이들은 반공과 애국에 한몸 바치도록 닦달받았다.


  생각해 보면, 독재권력자도 어머니 사랑을 받아 태어난 목숨이다. 어머니 사랑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태어나지 못한다. 어머니 사랑을 먹으며 아이들이 자라고, 이 아이들은 꿈과 사랑을 아름답게 품는다. 어머니가 아이를 둘 낳을 적에 두 아이가 서로 다투며 고개 홱 돌린 채 다투기를 바랄까. 열 아이 낳으면 열 아이 모두 애틋하며 그립기 마련인 어머니이다. 다 다른 길을 걷고 다 다른 꿈을 품을 아이들이지만, 다 같은 사랑이요 다 같은 빛이 되기를 바랄 어머니이다.


  《새마음의 길》은 누가 읽은 뒤 헌책방으로 들어왔을까. 수만 수십만 권 엄청나게 찍어서 골골샅샅 기관과 학교에 뿌렸기에 아직까지도 책이 남아돌아 헌책방마다 그득그득 있을까.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는 일찌감치 불온도서가 되어 새책방 책시렁에서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는데, 어떤 손길을 타고 잘 살아남아 이렇게 헌책방 책시렁에 곱다라니 꽂힐 수 있을까. 앞으로 쉰 해 뒤, 박근혜 임수경 두 사람 모두 흙으로 돌아간 뒤에 이 책들 어떤 손길을 탈 만한지 궁금하다.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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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36. 2013.7.31.ㄴ

 


  한여름 무더위 흠씬 드리운다.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함께 그림책 읽는다. 큰아이가 동생더러 책 읽어 준다면서 종알종알 노래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찰싹 붙으며 종알종알 노래하듯 읽는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도 함께 드러누워 그림책 읽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부채질을 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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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4] 달라지는 삶

 


  마음 삶 사랑
  늘 아름답게 거듭나며
  날마다 달라지는 사람.

 


  아주 어릴 적부터 깨달았어요.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오늘과 모레는 다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일기쓰기 숙제를 하면서도, 학교에서 하는 공부란 늘 똑같은 틀로 나아간다 싶더라도, 언제나 다른 하루요 삶이라고 깨달았어요. 2학년이나 3학년이나 4학년이나 5학년이나 딱히 학교 울타리에서는 달라질 구석이 없구나 싶지만, 내 몸과 마음만은 늘 달라진다고 느꼈어요. 학교에서 교사들은 우리를 모두 똑같은 틀로 찍어내려 했고, 여느 어버이들도 이녁 아이들이 똑같은 회사원이나 노동자 되기를 바라는 듯싶었어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똑같을 수 없고, 어느 누구라도 똑같은 날 누리지 않아요. 학교수업 하는 동안 으레 딴짓을 했어요. 늘 똑같은 쳇바퀴 같은 수업은 귀에 안 들어와요. 마음은 하늘나라에서 춤추며 ‘날마다 다른 삶’이 얼마나 재미난가 하고 생각했어요. 이러다가 으레 꾸지람을 들었지만.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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