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도토리순이 (2014.1.30.ㄴ)

 


  설마실로 음성에 갔는데, 마루에 있는 큰 텔레비전에 말썽이 생겼다. 큰아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조르며 텔레비전 보여 달라 하지만,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못 본다고 하니 몹시 서운해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망가졌대잖아. 아버지는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얘야, 우리 집에도 없는 텔레비전인데, 모처럼 텔레비전 있는 집에 와서 못 보니 서운하지? 그렇지만, 텔레비전 없으니 아주 조용히 그림놀이 할 수 있잖아? 큰아이와 한참 그림놀이를 하는데, 큰아이가 불쑥 “나 그려 주셔요.” 하고는 종이를 내민다. 종이를 받고 책상에 올려놓고는 한참 생각한다. 먼저 큰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서 싱긋 웃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도토리를 큼지막하게 그린다. 큰아이를 도토리 안에 넣는다. 도토리껍질을 무지개빛으로 한 꺼풀씩 입힌다. 이제서야 큰아이는 “아, 도토리구나.” 하고 알아채면서 도토리 속을 채우겠다면서 슥슥 같이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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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6. 나도 양말 널겠어 (2014.2.2.)

 


  아버지 곁에서 누나가 빨래널기를 거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네 살 산들보라가 얼른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네 살 아이는 빨랫대까지 손이 잘 안 닿는다. 까치발을 해야 겨우 손끝이 닿을락 말락. 다른 옷가지는 널지 못하고 양말 몇 켤레를 한 짝씩 들고 나르면서 영차영차 얹는다. 한 켤레를 얹고는 다른 양말을 그 위에 더 얹는다. 얘야, 그렇게 포개어 놓으면 안 마른단다. 그러나, 뭐 네가 처음으로 손이 살짝 닿으며 빨래널기를 거들어 주었구나. 살림돌이가 되고 싶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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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빨래널기 거들래

 


  빨래를 마친 옷을 잔뜩 안고 평상에 놓는다. 옷걸이에 꿸 옷가지는 옷걸이에 꿰어 널고, 그냥 널 옷가지는 그냥 넌다. 처음에는 아버지 혼자 하는데, 어느새 큰아이가 알아보고는 “나도 할래!” 하면서 옷걸이를 들고 천천히 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며 마음이 자라는 큰아이가 여러모로 일손을 거드니 한결 일찍 끝나면서 개운하게 마무리짓는다. 4347.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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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 즐거우냐

 


  마당에서 뛰어놀려는 아이들이 신을 꿴다. 양말 안 신고 그냥 뛰쳐나간다. 작은아이는 처음에 고무신을 꿰려 하다가 긴신으로 바꾸어 꿴다. 큰아이는 털 달린 긴신을 꿴다. 두 녀석 모두 맨발이다. 바람이 싱싱 부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두 녀석 쳐다보는 아버지도 맨발로 섬돌에 선다. 아이들 둘레를 맨발에 고무신을 꿴 채 함께 걷고 달린다. 나부터 양말을 찬찬히 신은 다음 고무신을 꿰면, 두 아이 모두 양말부터 찬찬히 신은 다음 저희 신을 찾아서 발에 꿰려나. 뭐, 놀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 느낄 테지만, 양말을 신을 적보다 맨발일 적에 한결 홀가분하다. 양말을 신고 한참 달리거나 뛰다 보면 발에 땀이 찬다. 맨발로 놀아도 발가락에 땀이 날 테지만, 땅바닥에 닿는 느낌은 맨발일 적에 더 재미나다. 이 재미를 더욱 느끼고 싶어 맨발로 뛰노는지 모른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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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자전거 환경지킴이 3
이상교 지음, 오정택 그림 / 사파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2

 


자전거를 달리는 즐거움
― 초록 자전거
 오정택 그림
 이상교 글
 사파리 펴냄, 2010.2.25.

 


  이상교 님이 쓴 글이 오정택 님이 그림옷 입힌 《초록 자전거》(사파리,2010)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풀빛 자전거는 시커먼 자동차를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훨훨 날기도 하고, 빨간 풍선을 매달고 사뿐사뿐 나긋나긋 달리기도 합니다. 도심지를 벗어나 자전거길 있는 공원을 달리면서 풀내음을 마시기도 합니다.


.. 방학을 맞아 엄마가 새 자전거를 사 주셨어요. 날씬한 초록 자전거는 내 마음에 쏙 들었어요 ..  (3쪽)


  자동차가 한 대만 지나가도 아주 시끄럽습니다. 자동차를 모는 사람이 아닌, 여느 길을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라도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더라도 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이 담에 바싹 붙거나 비켜야 합니다. 자동차에 꼭 한 사람이 탔어도 수십 수백 사람이 비키거나 물러서야 해요.


  이 나라 교통법이나 교통행정에서는 언제나 자동차가 으뜸입니다. 걷는 사람은 맨 꼴찌입니다. 아니, 걷는 사람은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서울을 생각해 봐요. 서울에서 자동차가 한강을 건너도록 수많은 길이 있으나, 서울에서 사람이 한강을 건너도록 알맞게 길을 내지 않아요. 사람만 건널 수 있는 한강다리란 없습니다. 사람이 한강다리 한쪽 귀퉁이에서 살금살금 건널 수 있으나, 자동차 때문에 귀가 찢어져야 하고 매캐한 배기가스를 엄청나게 마셔야 합니다.

 


..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자전거처럼 조용히 지나가면 참 좋을 텐데 ..  (19쪽)


  서울을 비롯해 자전거길 있는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자전거길을 달리는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공원을 지킨다는 이들조차 자전거 아닌 오토바이를 몹니다. 게다가, 자전거길에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이 있고, 자전거길에서 뒤로 걸으며 운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손을 맞잡고 나들이를 하는 젊은 짝꿍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길 아닌 거님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뒤죽박죽입니다.


  어느 도시에는 찻길 한쪽에 자전거길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시마다 있는 자전거길은 거의 주차장입니다. 상주도 순천도 창원도 인천도, 자전거길은 자전거 다니는 길이 아니라 주차장 구실을 합니다. 자전거가 자전거길을 달리지 못합니다.


  더없이 슬프고 고단한 우리 삶터를 돌아본다면, 그림책 《초록 자전거》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삶이 너무 팍팍하고 메마르며 고달픈 나머지, 그림책에서는 시커먼 자동차를 우습게 여기듯이 자전거가 훨훨 날아요.

 


..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자 씽씽이의 바퀴살 소리가 들려왔어요 ..  (22쪽)


  그런데, 그림책 《초록 자전거》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 그림이 엉터리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자전거를 엉거주춤하게 등을 구부리고 타요. 게다가 팔꿈치가 손잡이 아래로 처집니다. 무릎도 제대로 펴지 못하면서 발판을 굴러요. 도무지 알맞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적에는 등을 곧게 펴야 합니다. 아주 빨리 달리려는 경주용 자전거가 아니라면 등을 구부릴 까닭이 없어요. 더욱이, 자전거를 달릴 적에 손잡이는 곧게 편 등허리에서 곧게 뻗어서 잡습니다. 손잡이를 잡은 손등은 내 얼굴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앞쪽으로 살짝 기울이도록 해야 올바릅니다. 팔을 곧게 펴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손잡이가 이리저리 춤추어요. 아니,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옆으로 팩 쓰러집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를 적에는 한쪽 다리가 곧게 펴질 만큼 안장대를 맞추어야 무릎 관절이 안 다쳐요. 곧, 그림으로 그리자면, 한쪽 다리가 발판 아래쪽까지 곧게 뻗도록 그려야 올바릅니다.


  한편, 자전거 꽁무니에는 풍선을 줄에 매달아 달면 안 됩니다. 아주 위험합니다. 줄에 매달아 풍선을 달면, 자전거를 달리다가 풍선이 이리저리 춤추다가 줄이 뒷바큇살에 걸려요. 줄이 뒷바큇살에 걸리면 자전거가 갑자기 섭니다. 이러면서 크게 다치지요. 자전거 뒤쪽에 무엇을 달자면, 깃대꽂이를 붙인 다음, 대나무살처럼 튼튼하면서도 바람에 따라 알맞게 휘는 깃대를 꽂은 다음, 이 깃대에 달아야 합니다. 깃발이든 풍선이든 줄로 매달면 안 됩니다. 줄로 매단 채 자전거를 달리면 옆을 달리는 자동차한테도 위험하고, 마주 달리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자전거한테도 몹시 위험하지요.


  그림책 《초록 자전거》 뒤쪽에는 “자전거를 탈 때에는 이렇게 하기로 해요!” 하면서 여덟 가지를 밝히지만, 정작 이 그림책에서는 ‘자전거를 위험하게 타는 모습’을 그린 셈입니다.


  한 가지를 덧붙여, “자전거 안전 수칙”만 아이들한테 되풀이해서 들려주기 앞서,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기를 빌어요. 어른들 스스로 자동차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시원하나 따뜻하나 자전거로 마실을 하는 기쁨과 웃음과 사랑을 한결 포근하게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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