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북녘은 나비도 다르나요 - 나비 박사 이승모 우리 인물 이야기 23
이상권 지음, 신민재 그림 / 우리교육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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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기 56

 


나비는 사람한테 ‘나쁜 벌레’인가
― 이승모 할아버지의 남녘북녘 나비 이야기
   나비 박사 이승모, 남녘 북녘은 나비도 다르나요
 이상권 글
 이제호 그림 / 신민재 그림
 청년사 펴냄, 2003.4.30.
 우리교육 펴냄, 2009.9.1.

 


  전라남도 함평이라는 곳에서 ‘나비 잔치’를 합니다. 나비를 아끼고 사랑하는 잔치마당이라 할 텐데, 다른 시골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않는 잔치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 시골에서는 나비를 몹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날에는 나비와 벌이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고 여겼습니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밀어막친 비료농사와 농약농사 물결은 나비 애벌레가 푸성귀와 열매를 갉아먹는다고 여깁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비료와 농약을 퍼붓는 농사를 지으면서 나비 애벌레가 갉아먹을 풀잎과 나뭇잎이 모조리 사라지거든요. 나비 애벌레가 찾을 먹이는 사람들이 밭에서 돌보는 푸성귀와 열매밖에 없습니다.


  논둑이고 밭둑이고 여느 풀이 자랄 틈이 없는 오늘날 시골입니다. 밭고랑이고 들이고 숲이고, 여느 나무를 그대로 지켜보지 않는 오늘날 시골입니다. 사람들 스스로 나비가 ‘좋은 벌레’ 아닌 ‘나쁜 벌레’가 되도록 내몰았지만, 사람들은 다시금 나비를 괴롭히기만 합니다.


.. 허허허, 그럴 거야. 요즘은 애벌레만 벌거지라고 하니까. 하지만 예전에는 애벌레뿐 아니라 작은 곤충들도 다 벌거지라고 불렀단다. ‘곤충’이라는 말도 없었어. 풀밭에서 꿈틀꿈틀 기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것들을 다 벌거지라고 했어. 그러니까 너희가 아는 벌거지와는 조금 다르지 … 나이 드신 어른들은 요즘도 고급스럽고 깨끗한 옷을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이라고 하신단다. 그리고 예전에 어른들이 예쁜 옷을 입고 다니는 처녀들을 보고 말씀하신 것도 생각나는구나. “꼭 잠자리 날개처럼 옷을 입고 다니네.” 너희도 잠자리 날개를 자세히 보렴. 맑고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  (17, 47쪽)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골사람이 나비를 어떻게 여기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비가 깨어나거나 말거나 눈길을 두지 않습니다. 바쁜 일이 아주 많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에서는 나비가 알을 까고 먹이를 찾을 만한 빈터나 들이나 숲이 없습니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마다 꽃밭을 두기는 하지만 시골 못지않게, 때로는 시골보다 훨씬 많이 농약을 뿌립니다. 도시에도 틀림없이 곳곳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있으나, 막상 나비를 구경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뿌려대는 농약 때문에 나비가 살아날 틈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퀴퀴한 바람인 도시인데, 농약을 더 끼얹으니 어른이고 아이이고 맑은 바람을 마시가 몹시 어렵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벌이 어떻게 나고 죽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벌이 깨어나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회사와 가게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렇게 바쁘고 부산스러운 도시사람인데, 돈 얼마쯤 치러 꿀을 사다 먹습니다. 벌이 없으면 꿀을 얻지 못할 테지만 벌을 알지도 못한 채 꿀을 사다 먹습니다. 벌이 있어도 들과 숲에 고운 꽃 피우는 온갖 풀과 나무가 우거져야 벌이 꿀을 모으지만, 막상 시골 들과 숲에 풀과 나무가 우거져야 하는 줄 헤아리지 않습니다. 시골 들과 숲에 고속도로를 내거나 철길을 닦거나 골프장을 놓거나 공장을 짓기에 바쁠 뿐, 벌이 꿀을 모을 푸르며 아름다운 들과 숲을 지키는 일에는 젬병입니다.


.. 우리 집은 학교에서 30리나 떨어져 있었단다. 5리가 2킬로미터이니까, 30리면 12킬로미터쯤 돼. 부지런히 걸어도 두 시간 남짓 걸리니, 아침 일찍 나서야 지각을 하지 않았단다. 먼길이긴 했지만 대동강변에 있는 둑길이라, 강바람이 부는 풀밭 길을 달려가면 되었어. 요즘처럼 신호등을 건널 필요도 없었고, 차나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없었지. 그리고 그 먼길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또 있단다. 그 둑길을 지나다 보면 개구리랑 곤충 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 … 요즘은 차가 없으면 어디를 다니기가 힘든 세상이야. 하지만 나는 여태껏 차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단다. 산이나 들로 다닐 때마다 차가 아쉽기도 했지. 그런데 이 할아버지 생각에는 말이야, 우리 나라에서 차를 몰고 다니면 성격을 버릴 것 같더구나. 조금만 막히면 짜증 내고, 운전자들끼리 욕하고, 그럴 때는 위아래도 없이..  (20, 90쪽)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봄에 제비가 찾아오거나 말거나 알지 못합니다. ‘제비’라는 새는 이름으로는 알지만, 제비를 그림을 그리라 하면 제대로 그릴 줄 아는 어른이나 아이는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제비를 본 일이 있어야지요. 어릴 적에 보았다 하더라도 까맣게 오래된 일입니다. 제비가 왜 도시로 찾아오지 않는가를 살피지 않습니다. 제비가 왜 시골에서조차 자취를 감추는지 알아보지 않습니다.


  너무 마땅한데, 제비는 먹이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없습니다. 처마가 없어도 살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너무 많아 아슬아슬한 데에서는 자동차에 치여 죽습니다. 날쌘 제비이지만, 시골에서 자동차에 받혀 머리가 터진 채 죽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 제비가 잡아먹을 애벌레나 풀벌레나 벌나비가 없는 도시입니다. 도시에서 제비가 어떻게 살겠어요. 시골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들이붓다 보니, 제비가 잡아먹을 애벌레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헬리콥터로 시골 들과 숲에 농약을 뿌려대니, 제비는 이 농약을 맞고 숨을 거두기까지 합니다.


.. 어느 날 나는, 풀밭에서 베짱이 한 마리를 잡았어. 베짱이를 방에다 풀어 놓으면 밤새도록 우는데, 그 소리가 참 듣기 좋아. 그래서 나는 베짱이를 아예 키우려고 생각한 거야 …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어. 내 몸 안에서 들리는 시냇물 소리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지냈지. 잠자리에 들 때는 내일은 어떤 곤충을 보게 될까 하는 마음에 설레곤 했어 …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빵이나 돈이 아니라 나비였어. 사실 나비 한 마리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놈을 보자 배고픔이 싹 달아나고 마치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거야. 아, 눈물이 나더구나 ..  (34, 55, 68쪽)


  이상권 님이 쓴 《이승모 할아버지의 남녘북녘 나비 이야기》(청년사,2003/우리교육,2009)를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전라남도 함평은 어떤 마음으로 나비 잔치를 꾀했을까 궁금합니다. 전라남도 함평군 공무원과 군수는 어떤 넋으로 ‘오늘날 시골에서는 나쁜 벌레로 여기는 나비’를 주인공으로 삼아 잔치를 벌이려고 했을까 궁금합니다.


  나비는 꽃가루를 쪽쪽 빨아서 먹습니다. 풀꽃과 나무꽃이 꽃가루받이를 하도록 돕습니다. 나비 애벌레는 잎사귀를 알맞게 갉아먹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나비가 잎사귀를 솎아내고, 거위벌레는 가지를 톡톡 끊어 줍니다. 제비를 비롯해 수많은 멧새는 나비와 나비 애벌레와 거위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제비가 날갯짓하는 논밭 언저리에는 둠벙이 있기 마련이요, 참개구리와 풀개구리가 봄부터 깨어나 작은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거미도 작은 벌레를 잡아먹지요. 잠자리도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데, 거미와 제비와 숱한 멧새는 잠자리를 새삼스레 잡아먹습니다.


  저마다 알맞게 어우러지는 숲살이예요. 서로서로 고르게 어깨동무하는 숲살림입니다. 숲살이를 돌아볼 수 있을 때에 시골이 아름답습니다. 숲살림을 보듬을 수 있을 적에 시골이 사랑스럽습니다.


.. 정말 이렇게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치어나 잠자리 애벌레들은 서로 적당히 잡아먹는단다. 알고 보면 서로서로 개체수가 많아지지 않도록 조절을 해 주는 거야 … 북쪽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낮나비’와 ‘불나비’라고 부른단다. 낮에 날아다니는 나비, 밤에 불을 보고 찾아오는 나비라는 뜻이야 … ‘호랑나비’는 북쪽에서는 ‘범나비’라고 불러. 많은 사람들이 ‘범’이 한자고, ‘호랑이’는 한글인 줄 알더구나. 하지만 범이 한글이란다. 호랑이는 범을 뜻하는 ‘호(虎)’ 자와 늑대를 뜻하는 ‘랑(狼)’ 자가 합쳐진 말이야 … 하늘소라는 말은 중국식 이름인 ‘천우(天牛)’라는 말을 그대로 풀어 놓은 거야. 누가 맨 처음 하늘소라고 썼는지는 모르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야. 북한에서는 하늘소를 ‘돌다래’라고 해. 돌다래란 발로 돌을 들어올린다는 뜻이거든 ..  (60, 80, 81, 82쪽)


  함평에서는 나비 잔치를 하지만, 함평군에서도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는 함평을 등집니다. 다른 시골에서도 아이와 어른 누구나 시골을 떠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학교교육은 초·중·고등학교 어디에서도 ‘시골에서 즐겁게 흙을 만지며 살도록’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교육 열두 해에 걸쳐, 아이들이 손수 흙을 만지면서 씨앗을 심거나 나무를 돌보도록 이끌지 않습니다. 학교에서조차 학교나무에 농약을 쳐대는걸요. 학교에서마저 학교나무 이름을 교사도 학생도 모르는걸요.


  도시나 시골이나 입시교육으로 바쁩니다. 애써 대학교에 간다 한들,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는 길만 헤아립니다. 대학교를 마친 뒤, 도시에서 예술인이나 문화인이 되는 길을 생각하지, 시골에서 예술꽃이나 문화나무 가꾸려는 젊은이가 없습니다. 밥과 옷과 집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슬기롭게 가르치는 학교교육이 도무지 없습니다.


.. 함평 군청 사람들은 자운영뿐 아니라 나비의 애벌레들이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다 심겠다고 했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우리 생각을 받아 줄까 하는 의심이 들더구나. 나비 애벌레가 곡식을 뜯어먹으니까 농약을 치는 건데, 군청에서는 그런 나비를 키우겠다고 하니 말이야. 그리고 이 엄청난 사업을 작은 군청에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 예전에는 함평에 탱자나무가 참 많았다고 하더구나. 지금처럼 콘크리트 담이 생기기 전에는 보통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대. 탱자나무는 일 년 내내 보기 좋단다. 봄이면 울타리를 하얀 꽃이 뒤덮고, 여름이면 초록색으로 물들이지. 그리고 가을에는 황금 같은 열매가 달리고 겨울에는 가시만 드러나지만 참새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단다 ..  (114, 116쪽)


  이승모 할아버지는 “도감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야. 우리 조상들은 도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어. 당신들이 연구해서 쓴 책은 책이름 끝에 ‘지’를 붙였지, 도감이란 말은 붙이지 않았단다(106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승모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도 학교에서는 안 가르칩니다. 학교에서도 안 가르치지만 사회에서도 모릅니다. 학교와 사회에서도 안 가르칠 뿐 아니라, 마을에서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왜 가뭄이 찾아오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왜 큰물이 지는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왜 산사태가 생기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4대강 삽질을 한대서 나아질 일이 없습니다. 바닷가 갯벌을 둑으로 막아 없앤대서 좋아질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모조리 도시로 보낸대서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함평에서는 나비 잔치를 벌이지만, 다른 시골에서는 나비가 ‘나쁜 벌레’입니다. 나비뿐 아니라 제비를 비롯한 온갖 멧새도 ‘나쁜 새’입니다. 잠자리와 거미와 개구리를 반기는 시골은 자꾸 사라집니다. 오로지 농약과 비료만 춤춥니다. 함평에서 꾀하는 나비 잔치가 도시 관광객만 불러들이는 놀이판이 아닌, 시골이 시골스럽게 푸른 빛으로 맑게 숨쉬도록 이끄는 한마당이 되기를 빕니다. 4347.2.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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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2-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입장에서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다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라는 걸 뒤늦게 깨닫곤하지요.

자연과 환경이 관광자원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땅과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더 세심하게 보아야하지 않을까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4-02-15 17:01   좋아요 0 | URL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이란 '자연'이지만, 막상, 늘 자연을 먹는 줄 제대로 이야기하거나 배우거나 가르치지 못하곤 해요. 우리가 마시는 물과 바람(공기)도 모두 자연인데, 학교에서는 이를 하나도 안 가르치곤 해요.

앞으로 언제쯤 이런 대목을 차근차근 가르치고 배우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삶이 이루어질까요. 그래도, 믿고 기다리고, 또 믿으면서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면 길을 열 수 있겠지요...
 

[시로 읽는 책 111] 어머니 손맛

 


  된장찌개가 어머니 손맛.
  밥 한 술이 어머니 손맛.
  자리끼 한 모금이 어머니 손맛.

 


  딱히 대단한 것 없더라도 모두 아름다운 ‘맛’이 되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물려주는 맛이란 사랑일 테니까요. 흔한 부추 한 줌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나 아버지가 손수 뜯어서 밥상에 올리는 맛은 새롭습니다. 라면 한 그릇을 끓여서 내놓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수 밥상에 올리는 맛은 남다릅니다. 4347.2.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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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손가락’으로 꽃과 풀과 나무를 살릴 뿐 아니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치는 만화책 《그린 핑거》 여섯째 권까지 읽는다. 첫째 권을 읽으면서 무척 놀라운 만화책이네 하고 생각했으나, 뒤엣권을 더 읽고 나서 이 만화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여겼다. 이제 여섯째 권까지 다 읽었고, 일곱째 권과 여덟째 권을 읽을 텐데,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풀이 읊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마음결을 그리는 만화가 참으로 따사롭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나무와 풀이 베푸는 빛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둘레 사람하고 얽히고 설키는 삶에서도 한결 깊은 마음빛을 헤아릴 수 있겠지. 이런 이야기가 만화책에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살건 시골에서 살건, 사람들 누구나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무노래를 듣는 한편, 이웃사람 사랑노래를 나란히 들으면서 활짝 웃을 수 있다면 기쁘겠다. 4347.2.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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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싫으면 쓰면 안 된다

 


  옛사람은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누리를 얼마나 헤아려 보았을까 궁금하다. 오늘날은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에서 그때그때 댓글이나 덧글을 달면서 노는 사람이 많다. 손전화를 켜서 바로바로 쪽글을 보내고 받는 사람이 매우 많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채 지내더라도 마치 옆에 있기라도 하는 듯이 사귄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곰곰이 돌아보면, 아주 멀리 있는 사람하고도 인터넷으로 사귀는 만큼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하고는 얼마나 이야기를 잘 나누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대한민국 주민 가운데 99퍼센트는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99퍼센트에 이르는 도시사람 가운데 1퍼센트에 이르는 시골사람 삶터와 삶자리를 살갗으로 느끼거나 마음으로 읽는 이웃은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글을 쓰든 스스로 즐겁게 쓸 때에 글이 된다. 어떤 사진을 찍든 스스로 즐겁게 찍을 때에 사진이 된다. 문학이 되도록 쓸 수 있는 글은 없다. 예술이 되도록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이다. 댓글이나 덧글과 쪽글 모두 ‘글’이 될 수 있고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예술’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즈음 사람들은 ‘예의를 차린다’면서 인터넷에서 댓글이나 덧글을 달곤 하며, 손전화로 쪽글을 보내곤 한다. ‘스스로 쓰고프기에 쓰는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이 아니라, 누군가 나한테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을 보내거나 붙여 주었’기에, 예의를 차린다면서 이런 글을 붙이곤 한다.


  다시금 곰곰이 돌아볼 노릇이다. 예의를 차린다면서 붙이거나 보내는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은 참말 ‘예의를 차리는’ 셈일까? 마음을 기울여서 쓰는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이 아닐 적에는 ‘예의를 안 차리는 모습’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글 한 줄을 쓰든 댓글 한 마디를 붙이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기에 깊은 사랑과 짙은 꿈을 실어서 붙일 수 있는 댓글과 덧글과 쪽글이어야 한다고 느낀다. 나는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을 달거나 보낼 적에도 마음을 많이 쓴다. 마음을 안 쓰면 아무 글을 쓰지 못한다.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을 쓰기로 했다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뿐 아니라 가장 아름다우면서 밝고 착한 글을 이녁한테 선물하고픈 마음이 된다. 인터넷이나 손전화로 띄우는 짧은 글조각은 쉽게 써서 보낼 수 있다지만, 나는 언제나 손으로 종이에 편지를 써서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우표를 붙여 띄운다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내가 쓴 글에 누군가 ‘온마음 가득 실어서 손편지를 띄우듯이 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을 달아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한테는 바랄 까닭 없이 나 스스로 내가 살아가고픈 대로 살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글을 쓰는 마음이다. 원고지 100장짜리 글을 쓰든 한 줄짜리 댓글을 쓰든 모두 똑같은 글이다. 온마음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어느 글도 쓸 수 없다. 쓰기 싫은데 예의를 차리면서 쓰는 글이라면, 아무 마음이 깃들지 못한다. 아무 마음을 깃들이지 못하면서 쓰는 글(댓글이나 덧글이나 쪽글 모두)이라면, 서로 마음으로 사귀지 못하고, 사랑을 꽃피우지 못한다.


  짧은 글조각이라서 사랑꽃을 못 피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짧은 글조각에서 새로운 사랑꽃이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다. 우리는 저마다 글빛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서로 글 한 줄로 어여쁜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4347.2.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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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2-15 11:42   좋아요 0 | URL
제 맘을 들킨 것 같네요 *^^*
항상 고운 댓글을 올려주셔서 저도 답례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고민할 때가 있었거든요.
가식적인 거 같아 매번 공감만 누르고 있답니다. ㅎ

숲노래 2014-02-15 12:40   좋아요 0 | URL
굳이 댓글을 꼭 달아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함께 나눌 이야기를 적는 일이 댓글이니까요.
저도 모든 이웃님들 글에 댓글을 다 달지는 못해요.
모든 글에 댓글을 달자면...
하루가 모자라겠지요 @.@

공감하기를 누르는 일만으로도
'댓글쓰기'와 같다고 느끼기도 해요.
서로 마음이 닿았을 테니까요~ ^^
 

한국사람은 '동무'라는 한국말을

얼마나 제대로 살피거나 알면서

아이와 함께 '말'을 나눌까 하고

곰곰이 돌아봅니다.

 

..

 

 

또래·동무·너나들이
→ 가까이에서 늘 보면서 어울리는 사람이 ‘동무’입니다. ‘친구(親舊)’라는 한자말은 한국사람이 거의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녘과 북녘이 갈리면서 뜻밖에 ‘동무’라는 낱말이 따돌림을 받았어요. 몇몇 어른들이 ‘동무’라는 낱말은 북녘에서만 쓰는 낱말이라도 되는 듯이 몰아붙였습니다. 그래도 시골에서는 ‘동무’라는 낱말이 제법 쓰였지만, 새마을운동과 함께 싹 자취를 감추어야 했는데, 요즈음 다시 이 낱말이 살아납니다. 정치와 새마을운동이 크게 힘을 떨치던 때에도 아이들은 ‘소꿉동무’와 ‘어깨동무’ 같은 말을 잃지 않았고, ‘놀이동무’와 ‘책동무’와 ‘꿈동무’ 같은 낱말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차츰 제 빛을 되찾습니다. ‘또래’는 나이나 생각이나 마음 가운데 어느 하나가 비슷한 사람들을 아울러 가리킵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만 비슷해도 되고 모두 비슷해도 돼요. 그래서, 나이가 한참 벌어져도 어느 한 가지를 좋아해서 마음이 맞으면 서로 또래가 됩니다. 또래가 되면서 늘 가까이에서 어울리면 ‘또래 동무’가 되지요. 또래 동무에서 한 발 나아가면 ‘너나들이’입니다. 서로 아무런 허물이 없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를 가리키는 ‘너나들이’이니, 또래와 동무를 더한 느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요.

또래
: 나이나 생각이나 마음이 서로 비슷한 사람들
 - 이 자리에는 우리 또래가 없나 봐
 - 언니 또래는 모두 저쪽에 있어요
동무
1. 늘 가까이 어울리는 사람
 - 옆집에서 찾아온 동무하고 놀았어요
 - 우리 마을에는 좋은 동무가 많다
2.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사람
 - 함께 놀아 놀이동무, 이야기 나누니 이야기동무
 -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할 동무를 찾는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
 - 너하고 나는 마음을 읽는 너나들이로 지내자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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