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5] 달걀부침

 


  우리 집 아이들은 ‘계란후라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릅니다. 곁님과 내가 이런 말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드나들지 않고, 바깥밥집이나 이웃집에 찾아가는 일이 드물기도 해서 이런 말을 들을 일조차 없습니다. 이웃집 마실을 아이들과 할 적에 함께 밥을 먹는다면, 이웃집에서 아이들 입맛에 맞을 먹을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헤아리면서 달걀을 부쳐 주시곤 하는데, 아이들이 못 알아들으니 으레 갈팡질팡하시곤 합니다. ‘계란후라이’가 아니면 무어라 말해야 할는지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부침개를 하거나 지짐이를 해요. 빈대떡이건 ‘전(煎)’이건 부치거나 지집니다. 달걀을 톡 깨서 넓게 편 다음 기름으로 지글지글 익힌다면, 이렇게 지글지글 익히는 그대로 ‘달걀부침’이나 ‘달걀지짐’입니다. 딱히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런 낱말을 쓰지 않아요. 꽃지짐을 하고 부추부침을 합니다. 오리알을 톡 깨서 지글지글 익힌다면, 오리알부침이나 오리알지짐이 될 테지요. 언제나 그러할 뿐입니다. 4347.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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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5) -의 시작 1 : 비극의 시작

 

이 비극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렇게 과격하게 테러를 행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23쪽


 이 비극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일어난 자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생긴 곳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비롯한 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처음을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첫 자리를 떠올립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사랑이 피어나는 첫머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그립니다.


  언제부터 사랑이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시작”이 아닌 “사랑이 피어난 자리”를 떠올립니다. 사랑이 언제 싹트고 어떻게 자랐는가 돌아봅니다.


  처음 눈을 뜬 자리가 있습니다. 처음 비롯한 곳이 있습니다. 처음 생겨난 발판이나 바탕이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아주 조그마한 데에서 스멀스멀 꿈틀꿈틀 움직였겠지요.


  실마리가 무엇인가 헤아립니다. 실타래를 어떻게 엮는지 살펴봅니다. 조그마한 실마리가 차츰 커다란 실타래로 바뀌겠지요. 4347.2.22.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렇게 끔찍하게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

 

“과격(過激)하게 테러를 행(行)한”은 “끔찍하게 테러를 저지른”이나 “무시무시하게 테러를 한”으로 손봅니다.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는 사실(事實)이 문제(問題)였다” 같은 글은 군더더기가 붙었습니다. 이 글에서 ‘사실’은 ‘것’과 같은 쓰임이고, ‘문제’는 ‘말썽’이나 ‘일’을 가리킵니다. 단출하게 가다듬어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로 끊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작(始作)’은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을 뜻하는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이 한자말을 한국사람이 언제부터 썼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이 한자말을 쓴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한국사람은 “처음과 끝”이라고 말하며 살았습니다. “시작하자!”라 하지 않고 “하자!”라 말하며 살았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첫머리’를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보기글에서 “이 비극의 첫머리”라고 손질해도 ‘-의’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말투 아닌 한국사람이 쓰는 말투로 헤아려, “비극이 비롯한 곳”이나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처럼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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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태어났습니다.

아이와 어른 누구나

한국말을 슬기롭고 아름답게 새로 배우면서

즐겁게 이야기꽃 피우는 삶을 밝히고 싶은 이야기를

새록새록 담은 책입니다.

 

오늘부터 책방에 들어가는군요.

저를 아껴 주시는 분뿐 아니라,

글과 책과 숲과 시골과 사랑을

아끼고 보살피는 이웃님들 모두

기쁘고 즐겁게 이 책을 장만해서 읽어 주셔요.

 

그리고,

신나게 책소개도 해 주셔요~ ^^

앞으로 10년 동안 99만 권을 찍어서

우리 나라에 어여쁜 숲말이 깃들도록

모두들 힘껏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말 고맙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463484

 

 

..

 

머리말 :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국어사전을 펼치면 수없이 많은 낱말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옛사람은 누구나 국어사전 없이 어버이한테서 말을 물려받았고,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나면, 스스로 어버이 되어 새로운 아이 낳아 다시 말을 물려주었어요. 옛사람은 국어사전도 없었지만, 학교도 없었고, 책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두 해 아니고, 백 해나 이백 해도 아닌, 또 천 해나 이천 해도 아닌,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아우르면서 말을 빚고 말을 나누며 말을 이었어요.


  국어학자는 옛책을 들추어 말밑을 살피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국어학자도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 언제부터 썼는지 몰라요. 말밑뿐 아니라 말뿌리조차 밝히지 못해요. 그런데, 단군 옛이야기에 쑥과 마늘 이야기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쑥이나 마늘 같은 낱말은, 아무리 짧아도 오천 해 가까이 묵은 낱말인 셈이에요.


  이렇게 따지면, ‘풀’이나 ‘꽃’이라는 낱말은, ‘사람’과 ‘바람’이라는 낱말은, ‘해’나 ‘달’이라는 낱말은, 얼마나 오래되고 깊으며 얼마나 너른 낱말일까요. ‘어깨동무’나 ‘길동무’ 같은 자리에도 쓰고 ‘소꿉동무’나 ‘얘기동무’ 같은 자리에도 쓰는 ‘동무’라는 낱말도 얼마나 오래되며 깊으며 너른 낱말일까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고 하는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말을 찾아보려는 실타래를 풀고 싶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우리말이나 국어학에 밝은 어른 한 사람이 온갖 지식과 정보를 그러모아서 착착착 가르쳐 주는 책은 아니에요. 우리말이나 국어학에 밝은 어른뿐 아니라, 이제 막 우리말 하나둘 배우는 어린이들도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우리말 뿌리와 결과 너비를 살피자는 책입니다. 푸름이도 같이 손을 맞잡고 우리말 품과 사랑을 헤아리자는 책입니다. 어버이와 교사도 나란히 두레를 하고 품앗이를 하면서 우리말 무늬와 빛깔을 살찌우고 북돋우자는 책입니다.


  모든 사람은 숲에서 태어났고, 숲에서 착하게 살아갑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피면, 99%라고도 할 만큼 거의 모든 사람이 서울이나 도시에서 살고, 시골에서 흙을 만지거나 시골에 남아 숲에 깃드는 사람은 1%가 될락 말락 할 만합니다. 그나마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몽땅 도시에 있는 큰 학교나 회사나 공장으로 떠나요. 이런 흐름에서 도시 문명과 사회를 들려주는 우리말 이야기 아닌, 숲을 밝히고 숲을 생각하는 우리말 이야기라 한다면, 외려 더 어렵거나 힘들다고 여길 수도 있으리라 느껴요. 그렇지만, 이 글을 써서 예쁜 벗님과 나누고 싶은 시골 아저씨는 즐겁게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밥을 먹고 국을 마셔요. 밥은 아스팔트에 심어서 거두지 못해요. 국이 될 물과 푸성귀는 시멘트에 심어서 가꾸지 못해요. 벼도 보리도 밀도 흙땅에 씨앗을 내려 자라요. 냇물과 골짝물 또한 흙바닥에서 흐를 때에 가장 정갈하며 시원한 1급수 돼요. 이 나라 사람 100%가 도시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숲이 없다면 도시사람은 모두 굶습니다. 참말 100%가 도시에서 일하고 집을 얻어 지내더라도, 시골 흙 일구며 아끼고 사랑하는 딱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밥을 먹든 빵을 먹든 할 수 있어요. 시골 흙일꾼 없이 포도주스나 감귤주스 마실 수 없어요. 시골 흙일꾼 있기에 딸기 먹고 수박 먹어요.


  한 사람으로 기쁘게 태어나 살아가는 흐름을 ‘말’에 바탕을 두어 생각해 보자는 뜻을 잘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그냥 태어난 말이 없고, 모두 깊은 사랑을 받아 태어난 말인 줄, 이 책 읽는 모든 분들이 찬찬히 헤아려 주기를 바랍니다. 좋은 마음 되어 좋은 생각 빛내는 좋은 삶 일구기를 빌어요.


전남 고흥 동백마을에서.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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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2-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드디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나왔군요!
책이 참 예쁘고 책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도 참말 아름다울 듯 싶습니다~
저도 사서 벗들에게 부지런히 선물하겠습니다~
그간 애 많이 쓰셨고,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옆에 있는 것은, 엽서인가요?^^ 엽서도 너무 예쁘네요~)

숲노래 2014-02-22 07:29   좋아요 0 | URL
엽서는 책에 끼워 주지 못하고,
행사하는 자리에서 나눠 준다든지,
작가인 제가 이웃한테 나눠 줄 때에만 써요.

표지가 '변형 판'이라 남는 종이가 꽤 많아,
남는 자리에 엽서를 여덟 장 안쳤어요.

1쇄 찍은 뒤에는 50장씩만 얻었는데,
2쇄 3쇄를 찍으면 엽서를 잔뜩 얻을 수 있어,
그때부터는 저도 신나게 둘레에 선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좋은 마음으로 읽는 분들은
언제나 좋은 빛을 길어올리면서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느껴요 ^^

고맙습니다~

2014-02-2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02-22 07:27   좋아요 0 | URL
고흥 여행을 하신다면
살짝 틈을 내어
저희 사진책도서관도 둘러보셔요 ^^

고흥은 아주 조용하며 한갓진 시골이랍니다~

보슬비 2014-02-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네요. 축하드려요~~~
저는 집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

인쇄하면서 남는 자리에 엽서를 만들수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답니다.
엽서속 그림들이 참 이뻐요.

숲노래 2014-02-23 13:11   좋아요 0 | URL
오오, 도서관에 이 책이 들어가면
더 많은 분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네요 ^^

'신국판'이나 '국판'이 아닌 '변형판'으로 나오는 책들은 거의 다
종이가 엄청나게 남는답니다.
이렇게 남는 종이는 거의 다 버려지지요.

출판사 책소개 찍힌 책갈피 있잖아요?
그런 책갈피는 바로 이렇게 '표지 인쇄를 하면서 남는 자리'에
디자인을 해서 앉힌 다음 만들어요.

남아서 버리는 종이가 워낙 많으니 이런 일을 잘 안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엽서나 책갈피를 만들면
나중에는 또 엽서와 책갈피가 엄청나게 쌓여서
요새는 출판사에서 이런 일을 잘 안 하기도 해요 ^^;;

그림책은 변형판이 많아서 엽서를 안 만들어 주면
그야말로 종이가 아주 많이 버려집니다 ^^;;;;
 

몸살을 견디면서 일하기

 


  딱 하루만 인천에서 묵고는 이틀치기로 서울마실을 하니, 시외버스로 움직인 열 몇 시간 동안 시달린 속을 쉬어야 했는데, 서울시 공문서를 손질하는 일을 마무리지어야 했기에, 이틀을 오로지 이 일에만 매달리면서 보냈다. 몸이 아야아야 하면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모른다. 참말 아파서 죽음 문턱에 이른 사람들 삶이 어떠했을까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오랜 나날 아픈 몸으로 살아오며 빛을 밝힌 어르신들을 곰곰이 되새긴다. 아버지가 바깥일 때문에 시골집에서조차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책상맡에서 일손만 붙잡더라도 씩씩하게 놀며 기다려 준 아이들이 고맙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 아이들이 있기에 더 기운을 내어 일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 4347.2.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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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건너뛸 수 없는 기저귀 빨래

 


  아무리 바빠도 기저귀 빨래는 건너뛸 수 없다. 여느 빨래는 좀 건너뛴다 하더라도 기저귀 빨래만큼은 늘 꼬박꼬박 해야 한다. 두 아이 자라는 동안 두 아이 오줌기저귀와 똥기저귀는 날마다 수없이 빨래했고, 두 아이 젖물리기 끝나고 난 뒤에는 곁님 핏기저귀 빨래를 다달이 한다. 여러모로 일이 몹시 바빠 아이들한테 밥을 제대로 차려 주지 못한 나머지 라면이나 국수만 삶아서 주더라도, 기저귀 빨래는 건너뛰지 못한다. 엉덩이도 너무 아프고 빨래를 미룰 수도 없어, 씻는방에 쪼그려앉아 핏기저귀 아홉 장을 빨면서 며칠 미룬 빨래꾸러미를 복복 비빈다.


  쪼그려앉아 비빔질을 하는 데에도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프다. 그래도 어깨가 결리지 않으니 고맙다. 어깨가 결릴 적에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누울 수 없었다. 이제는 엉덩이가 아프니 이리 엎드리다가 저리 엎드리곤 하는데, 허벅지까지 쑤시니 엎드리더라도 힘들고, 모로 누워도 뻐근하다.


  잘 비비고 헹구어 물기를 짠 핏기저귀 아홉 장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햇볕이 포근하다. 곧 삼월이 다가온다고 느낄 만하다. 해가 퍽 높아 이제는 처마 안쪽으로 잘 깃들지 않는다. 겨울에는 해가 꽤 낮아 마루로 햇볕이 깊이 들어온 터라, 온도가 낮아도 집안이 퍽 따스했다면, 봄이 가까운 탓에 해가 높다 보니 한낮에는 마루로 아예 햇볕이 스미지 못한다. 삼월을 지나 사월쯤 되어야 비로소 집안에 따스한 기운이 퍼지겠구나 싶다.


  처마란 참 대단하구나. 철 따라 햇볕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구나.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하고 겨울에는 포근하도록 하는 처마로구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처마를 맨 처음 누가 떠올렸을까.


  오줌기저귀나 똥기저귀뿐 아니라 핏기저귀도 햇볕에 말려야 잘 마른다. 햇살을 듬뿍 머금은 기저귀는 우리 몸에 따스하게 감긴다. 봄을 부르는 멧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빨래마다 스며든다. 푸릇푸릇 돋는 봄꽃이 앞다투어 빨래한테 푸른 숨결을 나누어 준다. 우리 집 동백꽃도 곧 꽃망울 터뜨리겠지. 4347.2.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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