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설희》가 어느덧 열 권째 나온다. 《별빛속에》에 이은 긴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화를 그리는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얻은 데즈카 오사무 님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만화를 그렸지만, 언제나 책읽기와 영화보기 또한 엄청나게 하면서 새로운 창작을 불태우려고 힘을 쏟았다. 〈밤비〉라는 영화를 본 뒤에 ‘아름다운 충격’을 받아, 일본이라는 사회와 틀에서 일본 어린이한테 보여주고 싶은 ‘아른다운 자연과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정글 대제(밀림의 왕자 레오)》를 그리기도 했다. 강경옥 님이 열 권째 그리는 《설희》는 우리한테 어떻게 선물하는 ‘아름다운 삶과 사랑’이 될까 헤아려 본다. 어떤 삶이 아름다운가. 그저 오래오래 살 수 있으면 아름다운가? 돈이 넉넉하면 아름다운가? 마음이 맞는 벗이 있으면 아름다운가? 꿈이란 무엇인가. 죽지 않을 수 있으면 좋은 꿈인가? 어마어마하게 돈을 긁어모을 수 있어야 꿈인가? 삶을 가로지르는 사랑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들려주면서 열 권째에 이른 《설희》는 어떤 빛이 될는지 두근두근 설렌다. 4347.2.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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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10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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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놀이 3 - 뒹굴면서 종이인형과 자동차와

 


  햇볕이 좋다. 알맞게 따스하고 바람이 없다. 이런 날은 아이들이 마당에서 하루 내내 논다. 이런 날 아이들은 마당에서 놀다가 슬그머니 대문을 열고 마을 한 바퀴를 돈다. 빈논에 들어가기도 하고, 빨래터에서 물놀이도 하며, 여기저기 다 들쑤신다. 한참 놀면서 살짝 지친 아이들은 평상에 드러눕듯 논다. 놀다가 지쳤는데에도 놀이를 그치지 않는다. 큰아이는 스스로 만든 종이인형을 들고, 작은아이는 외삼촌 이웃한테서 물려받은 장난감 자동차를 든다. 마음껏 놀아라.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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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35. 두 아이 눈빛

 


  우리 집 두 아이가 바라보는 눈빛이 다릅니다.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숨결이니, 두 아이로서는 어느 한 가지를 바라볼 적에 저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우리 형과 나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태어난 두 사람이지만, 우리 형과 내가 바라보는 눈빛이 다릅니다. 그러면, 쌍둥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둘은 서로 똑같이 바라볼까요, 아니면 둘도 둘 나름대로 다르게 바라볼까요.


  얼굴이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목소리가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새로 나고 죽는 사람 사이에서도 똑같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두 다른 숨결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도 모두 다른 숨결입니다. 말과 소도 모두 다른 목숨입니다. 잠자리와 메뚜기도, 개구리와 달팽이도 모두 다른 목숨입니다. 똑같다고 할 목숨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지구별입니다. 다 다른 사람인 만큼 다 다른 눈빛을 밝힙니다. 다 다른 눈빛을 밝히기에 다 다른 사진을 빚습니다. 똑같은 자리에 서며 사진 한 장 찍더라도, 다 다른 삶에 비추어 다 다른 넋이기에, 다 다른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빚어요.


  다만, 표절이나 도용을 할 적에는 ‘거의 똑같다’ 싶도록 베낍니다. 스스로 삶을 헤아려서 찍는 사진이라면 ‘똑같은’ 모습이 태어날 수 없을 뿐 아니라, 표절도 도용도 될 수 없어요. 그러나, 스스로 삶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표절이나 도용으로 흐릅니다. 스승이나 동무한테서 배워 즐겁게 찍을 적에는 찬찬히 거듭나는 사진이지만, 남이 일군 아름다운 빛을 가로채거나 훔치려는 마음일 적에는 ‘거의 똑같다’ 싶은 모습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사진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깃들지 못합니다.


  다 다른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할 적에는 다 다른 이야기가 숨쉰다는 뜻입니다. 다 다른 눈빛이란 다 다른 삶이요 다 다른 사랑입니다. 좋거나 나쁘다는 틀로서 ‘다른 사랑’이 아닙니다. 저마다 아름답게 빛난다는 뜻에서 ‘다른 사랑’입니다.


  개 한 마리를 놓고,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가 마주하는 모습하고 네 살 작은아이가 마주하는 모습이 다릅니다.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마음으로 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서로서로 마음밭에 드리웁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언제나 ‘내 사진’을 찍습니다. 내 사진을 찍는다고 할 적에는 ‘내 삶’을 찍는다는 소리입니다. ‘내 사랑’을 찍고 ‘내 꿈’을 찍으며 ‘내 빛’을 찍어서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소리예요.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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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와 귀화 (안현수와 공상정)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해서 러시아에서 금메달을 셋 목에 건 머스마가 있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귀화해서 금메달을 하나 목에 건 가시내가 있다. 러시아로 귀화한 머스마가 한국 국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훨씬 기쁜 일이 될까 궁금하다. 한국으로 귀화한 가시내가 대만 국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대만으로서 몹시 기쁜 일이 될까 궁금하다.


  국적이나 국경은 오직 사람한테만 있다. 그런데 국적이나 국경이 생긴 역사는 매우 짧다. 오직 사람만 국적이나 국경을 따지지만, 풀과 나무한테는 국적도 국경도 없다. 물고기와 딱정벌레한테는 국적도 국경도 없다. 동해에서 낚은 고등어와 북해에서 낚은 고등어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남해에서 낚은 쭈꾸미와 베트남에서 낚은 쭈꾸미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서양민들레와 미국자리공을 말하지만, 민들레와 자리공은 바람을 타고 먼먼 마실을 하면서 어디이든 뿌리를 내릴 뿐이다. 감자와 고구마를 한겨레가 언제부터 먹었나. 고추와 배추와 토마토와 당근을 한겨레가 언제부터 먹었나.


  파벌이란 편가르기이다. 파벌이란 따돌림이다. 파벌이란 신분차별과 계급차별이다. 1등과 2등과 꼴등을 나누는 사회에는 어디에나 파벌이 있다. 파벌이 있으니 힘센 이가 힘없는 이를 따돌리거나 괴롭힌다. 따돌리거나 따돌림받는 이가 있으니 신분과 계급과 재산에 따라 위계와 질서를 세운다.


  프랑스 축구선수 지단과 앙리는 프랑스사람인가 아닌가. 프랑스사람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스스로 가장 즐겁게 삶을 빛낼 수 있는 길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는 한국에서 살아갈 터를 잃거나 빼앗기면서 아픈 마음이었을 테지. 누군가는 한국으로 새 삶터를 찾아서 들어올 테지.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있고, 한국으로 찾아오는 이주노동자가 있다.


  히딩크라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대표선수가 될 턱이 없었을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가 있다. 박지성 선수는 특혜를 받은 셈일까, 아니면 학력과 신분과 재산을 떠나 오로지 축구 솜씨 하나로만 ‘될 성 부른 떡잎’이었던 셈일까. 박지성 선수가 있었기에 축구대회가 즐거웠고, 안현수 선수가 있었기에 얼음지치기가 즐거웠다. 박지성 선수는 네덜란드와 영국을 거쳐 다시 네덜란드에서 불꽃을 태운다.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로 가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불꽃을 태운다. 저마다 아름다운 불꽃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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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그림책 읽기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나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겁고 반갑구나 싶어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이란 ‘어려운 인문책에 지친 어른’한테 마음을 맑고 밝게 어루만지면서 한결 깊고 너른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이끄는 빛이 촉촉히 서리는 책이로구나.


  어느 그림책이든 짧게 쓴 글과 그림 하나를 어우르면서 엮습니다. 한 쪽 두 쪽 잇는 그림이야기는 아이들 마음을 건드려 생각날개를 펼치도록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하고 두고두고 되읽는 그림책을 살펴보면, 지식이나 정보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건드리는 그림책은 아이도 어른도 몇 번 넘기지 않기 마련입니다. 어른들이 읽는 인문책도 지식이나 정보를 건드릴 적에는, 여러 차례 되읽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이나 정보는 날마다 바뀌고 또 바뀌어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쏟아집니다. 지식이나 정보는 머릿속에 머물 틈이 없습니다. 자꾸 다른 지식이나 정보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식그림책이나 정보그림책을 아이들이 좋아할 수 없어요. 지식이나 정보를 다루는 인문책도 어른들이 여러 차례 되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우기 어렵습니다.


  마음을 열어 온누리를 깊고 넓게 돌아보도록 이끄는 책이 되면,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더라도 휩쓸리지 않습니다. 지식과 정보를 알맞고 바르며 즐겁게 다룰 수 있도록 이끄는 ‘책다운 책’이 되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길동무가 됩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습니다.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도록 이끄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마음을 사랑스레 추스르도록 돕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눈빛을 곱게 밝히고 눈높이를 맑게 가다듬도록 어깨동무하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4347.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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