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오늘 나눕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날에 나눕니다. 어제 이야기는 어제 나누었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나누는 이야기가 있고, 나날이 새삼스레 자라는 삶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차근차근 자랍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요. 얼핏 본다면 아이들만 자란다고 말할 테지만, 곰곰이 살피면 어른들도 언제나 나란히 자랍니다. 차츰차츰 밥짓기를 익숙하게 하고, 옷짓기도 척척 해내며, 집짓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를 켤 줄 모르다가도, 어느덧 나무를 잘 켜고 대패질과 사포질도 잘 해내요. 처음에는 자전거를 잘 못 타다가도 어느새 제법 먼 길을 자전거마실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갓난쟁이와 어린이를 어떻게 달래거나 보살펴야 하는가를 잘 몰랐어도, 아이 하나를 낳고 둘을 낳으면서 갓난쟁이와 어린이를 달래거나 보살피는 따사로운 손길이 온몸에 감돕니다. 오늘 하루는 오늘 하루대로 아름답게 살아가며 이야기를 낳습니다. 오늘 하루가 저물며 새로 찾아오는 날에는 다시금 새로운 이야기가 자라면서 활짝 웃습니다. 만화책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는 넷째 권으로 끝납니다. 4347.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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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4
콘노 키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2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2014년 02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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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7. 봄아이가 쓰는 글 (2014.2.24.)

 


  볕이 좋고 바람이 좋으니 마당에서 하루 내내 놀 수 있는 아이들은 즐겁다. 이런 좋은 볕과 바람을 누리며 마당에서든, 들에서든, 바닷가에서든, 숲에서든,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고 공부거리를 느낀다. 시멘트로 차곡차곡 지은 교실에서 하는 공부와 멧새 노랫소리를 듣고 바람이 후박잎 살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하는 공부는 얼마나 다를까. 할매들 호미질 소리를 듣고 봄풀 돋는 소리를 들으며 평상에서 글씨를 익히는 아이한테는 어떤 숨결이 깃들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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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2-26 13:37   좋아요 0 | URL
어머 날씨가 정말 좋네요 !!
나무 아래서 공부하는 아이의 모습도 너무 이뻐요 ~!!

숲노래 2014-02-26 13: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평상에서 놀거나 글놀이를 못 하지만,
이제부터 그야말로 신나는 시골놀이가 펼쳐집니다~ ^^

후애(厚愛) 2014-02-26 20:35   좋아요 0 | URL
고흥은 봄이 아니라 여름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사름벼리양 너무 예쁩니다!!^^

숲노래 2014-02-26 21:11   좋아요 0 | URL
아직 여름은 아니에요.
벼리가 바지를 안 벗었으니까요 ^^

글쓰기 놀이는 하루에 10분 겨우 하고
하루 내내 마냥 놀기만 해요 ^^;
 

아이들 바라보며 책읽기

 


  아이들은 ‘또래’를 만나야 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또래’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나이가 같대서 마음을 잘 읽거나 서로 애틋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아닌 마음이 같아야 서로를 잘 헤아리면서 아낍니다.


  아이들한테는 언니나 오빠나 동생이라는 틀이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오빠면 어떻고 누나면 어떤가요. 같이 놀면 동무요, 같이 놀기에 놀이동무입니다. 나이가 많으니 더 잘 놀지 않고, 나이가 적어 덜 잘 놀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가리키며 너는 몇 살이고 너는 몇 살이라 틀을 가르니, 아이들도 이 틀에 갇힐 뿐입니다. 나이가 같은 또래라도 아이들마다 키와 몸이 다 달라요. 아이들은 나이로 사귀거나 어울릴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할매와 할배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할매와 할배는 아이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서로 나이를 살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 마음을 살피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어른이 되는 동안 학교를 차근차근 다니고 신분과 재산과 학력을 이럭저럭 거느린 사람들은 이웃이나 동무를 숫자로 따지곤 합니다. 회사 직위를 따지고, 연봉과 은행계좌를 따지며, 대학교 학번이나 주민등록 숫자를 따집니다.


  숲으로 가 보셔요.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서로를 나이로 따지지 않습니다. 봄부터 피고 지는 들꽃을 보셔요. 먼저 피는 들꽃이 언니나 오빠가 아닙니다. 다 같은 나무요 풀이며 꽃입니다.


  아이들은 또래를 만나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동무’를 만나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동무는 어버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할매와 할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웃 아재나 아지매가 될 수 있어요.


  즐겁게 살아갈 적에 즐겁습니다. 사랑스레 노래할 적에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아이들이랑 사랑스레 노래해요. 우리가 읽는 책은 삶을 즐겁게 밝히고 싶어서 읽는 책이에요. 우리가 보는 영화는 삶을 사랑스레 노래하고 싶어서 보는 영화예요. 남들이 많이 읽는대서 내가 그 책을 읽을 까닭이 없어요. 남들이 많이 보았으니 나도 그 영화를 보아야 할 까닭이 없어요.


  즐거울 삶을 꿈꾸며 책을 읽습니다. 사랑스러울 노래를 바라며 영화를 봅니다. 삶을 아름답게 짓고자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갑니다. 4347.2.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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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2-26 11:50   좋아요 0 | URL
전 혼자 자라서 형제와 또래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바람이 엄청났답니다

숲노래 2014-02-27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
집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살가운 형제나 또래라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하늘바람 님 그리움과 바람이
오늘날에는 여러 아이들하고 오순도순 예쁘게 피어나리라 생각해요.

하양물감 2014-02-27 10:26   좋아요 0 | URL
전 형제 자매가 있어도 그다지 그렇게 의지하거나 함께 어울릴 일이 없어서 그런지 있으나 없으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요즘은 형제 자매도 돈있으면 형제고, 돈없으면 남이더라고요.
하지만, 또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겠지요. 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니까요.

숲노래 2014-02-27 11:24   좋아요 0 | URL
집집마다 성격이나 문화가 다 다르지 싶어요.
잘 지내는 집이 있고
서먹서먹한 집이 있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집이 있고
혼자서 쓸쓸한 집이 있고...
아무튼, 우리 집에 아이가 넷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하지만
곁님이 많이 힘들고, 저도 이래저래 등허리가 쑤셔서
두 아이와 잘 지내는 길로 생각을 바꾸면서 지내요~
 

어느새 동백꽃

 


  우리 집 마당 한쪽에는 함께 살아가는 동백나무가 있다. 동백나무 아래쪽에 꽃봉오리 하나가 터지려고 하기에 언제 터지는가 하고 들여다보며 며칠 지냈는데, 어제 문득 동백나무 위쪽에 활짝 터진 꽃봉오리 하나를 본다. 위쪽에 있는 동백꽃은 못 보고 아래쪽에 있는 동백꽃만 살폈네.


  하늘을 바라보며 봉긋 터진 동백꽃송이 둘레로 단단한 몽우리가 가득하다. 삼월이 넘어서고 봄볕이 더욱 따뜻하게 내리쬐면 다른 몽우리가 단단한 옷을 살그마니 벗으면서 새빨갛게 물들 테지. 일찌감치 동백꽃송이 터진 곳이 많을 텐데, 우리 집 동백나무는 조금 늦게 터져서 더 오래도록 꽃내음을 나누어 준다. 4347.2.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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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정금희 지음 / 류가헌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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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60

 


이곳에 있는 티벳을 읽는다
― BEYOND
 정금희 사진
 류가헌 펴냄, 2011.8.25.

 


  1968년에 부산에서 태어나 부경대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서 디자인과 색채 이론을 강의하다가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으며 사진을 익혔다고 하는 정금희 님이 내놓은 사진책 《BEYOND》(류가헌)는 2011년 여름에 태어났습니다. 지난 2011년 여름에 이 사진책을 만났으나 2014년 2월까지 책상맡에 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진책을 읽어내기까지는 정금희 님이 한국을 떠나 티벳을 마실하며 누린 나날처럼 시골집 책상맡에서 조용히 삭혀야 했다고 느낍니다.


  어느 사진은 처음 사진책을 장만하던 날 즐겁게 읽어내면서 활짝 웃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어느 사진은 《BEYOND》라는 사진책처럼 여러 해 책상맡에 두고는 오래오래 다시 들추고 되읽으면서 가만히 노래하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사진읽기는 하루아침에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진읽기를 하자면 여러 해가 걸려야만 하지는 않습니다. 사진마다 다르고 사진책마다 다릅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결과 무늬가 다르며, 사람마다 바라보는 빛깔과 노래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서울과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도 참새와 박새와 딱새와 콩새가 날갯짓하는 조그마한 몸놀림과 노래를 들여다봅니다. 누군가는 시끄러운 자동차 물결 사이에서도 도시비둘기가 퍼덕퍼덕 날아오르다가 톡톡톡 거닐면서 먹이를 쪼는 소리를 눈여겨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사람 발길 없는 깊고 조용한 네팔 멧등성이에서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드넓은 하늘과 벌판이 드러나는 티벳 길자락에서 넋을 잃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서울과 부산 같은 도시 한복판에 서면서도 티넷사람 넋이 되곤 합니다. 누군가는 네팔이나 티벳 같은 나라에서 시골이나 숲이나 멧자락을 거닐면서도 맥주 한 잔과 세겹살 한 점과 텔레비전 연속극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곳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이곳을 잘 알지 않습니다.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파트라는 삶터를 얼마나 잘 읽거나 알거나 헤아릴까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흙과 들과 숲을 얼마나 잘 살피거나 느끼거나 받아들일까요.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다 다른 아이들을 얼마나 잘 살피거나 헤아리면서 교과서 진도를 나갈까요. 초·중·고등학교 교실을 그득 채운 모든 아이가 대학생이 될 수 없으며, 모든 아이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될 수 없는데, 교과서 진도는 누구한테 맞추는 지식이 될는지요. 교사 자리에 서는 이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심거나 가르치는 셈일까요.


  사진책 《BEYOND》를 선보인 정금희 님은 “그저 말없이 바람이 전하는 소식을 담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 다양하게 모여듭니다.” 하고 말합니다. “나그네의 발자국으로 길 위에 또 다른 길을 잇고 다른 길을 이어 낮선 곳에서 바람의 말을 풀어놓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빛을 읽어 빛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길을 읽어 길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눈망울을 읽어 눈망울을 사진으로 엮습니다. 꿈을 읽어 꿈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어떤 사람은 골목동네에서 ‘폐허’를 읽기에 골목동네를 ‘폐허’로 주제를 잡아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사람은 골목동네에서 ‘사랑’을 읽기에 골목동네를 ‘사랑’으로 주제를 잡아 사진을 찍습니다. 똑같은 골목동네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사진은 사뭇 다릅니다. 나그네인 사진가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골목사람이 오순도순 모여서 살아가는 터전인 골목동네이기에, 굳이 누군가 사진으로 찍어 주지 않아도 언제나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금희 님이 티벳으로 사진마실을 가지 않았어도 티벳 이야기는 티벳에서나 지구별 어디에서나 살그마니 흐릅니다. 누군가 티벳으로 사진기를 들고 찾아가야 티벳 이야기를 지구별 곳곳에서 누릴 수 있지 않습니다. 티벳 이야기가 흐르자면, 스스로 티벳사람이 되면 됩니다. 티벳 이야기를 나누자면, 살그마니 티벳땅 흙 한 줌이 되면 됩니다.

 


  나그네는 언제나 나그네요, 동네사람은 언제나 동네사람입니다. 마음이 숲과 같은 사람은 언제나 숲입니다. 마음이 바다와 같은 사람은 언제나 바다입니다. 곧, 마음이 티벳땅 흙 한 줌과 같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티벳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티벳땅을 밟고 서니까 티벳을 찍지 않아요. 마음이 티벳일 적에 티벳을 찍습니다.


  부산땅에 서야 부산을 찍지 않습니다. 서울로 찾아가야 서울을 찍지 않습니다. 강원도에서도 부산을 찍을 수 있고, 제주섬에서도 서울을 찍을 수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이 아닙니다. 어떠한 사랑을 가슴에 담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거듭나는 사진입니다. 어떠한 꿈을 마음에 실으며 사랑하느냐에 따라 태어날 수 있는 사진입니다.


  사람들은 국경을 나누고 국적을 가르지만, 새는 국경도 국적도 없이 훨훨 날아다닙니다. 사람들은 여권을 내밀고 주민등록번호를 받지만, 바람은 여권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지구별을 골골샅샅 누빕니다. 서로 예쁜 사람이기에 나그네도 동네사람도 아닌 살가운 이웃입니다. 4347.2.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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