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사》 121권이 나왔구나. 앞으로 언제까지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하다. 차근차근 모으자고 생각하면서 예전 판을 그러모으기도 했는데, 119권이었나 118권째 읽으면서 ‘더는 새 이야기를 그리지 못한다’고 느꼈다. 요리 소재는 새롭게 담으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삶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투로 그린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새로 일구지 않으면서 권수만 늘린다고 할까. ‘치비 마루코짱’이나 ‘모모짱’과 같은 만화는 언제나 새로운 사랑과 삶과 빛을 담아내면서 긴 작품으로 이루어졌는데, 작고 수수한 곳에서 길어올리는 사랑과 삶과 빛이 아닐 때에는, 그저 ‘소장하는 작품’이 되도록 건사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빠는 요리사》라는 만화는 틀림없이 대단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다만, 대단한 작품일 뿐이다. 4347.2.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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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요리사 121
우에야마 토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2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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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즈키 쿠미치 님 만화책 《너와 나의 발자취》는 언제부터 한국말로 나왔을까. 넷째 권이 나온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첫째 권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더듬어 본다.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이라는 만화책을 즐겁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여기며 기다렸기에, 뒤늦게 알아본 이 작품을 기쁘게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이녁 만화는 책이름에 모든 줄거리와 알맹이가 드러난다. 가만히 보면, 다른 사람이 내놓는 작품도 책이름에 모든 줄거리와 알맹이가 드러나겠지.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이라는 예전 작품도, 책이름만으로 모든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마법사한테뿐 아니라 우리들한테 ‘무엇이 소중’하겠는가. “너와 내가 남기는 발자취”란 무엇일까. 우리들은 서로 어떤 발자취를 남기면서 살아가는가. 어떤 발자취를 남기면서 살아가고 싶은가. 수수하면서 아름다운 빛을 스스로 물어 보면서 두근두근 만화책을 기다린다. 4347.2.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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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발자취 4- 시간여행 카스가연구소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2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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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세계와의 조우 - 북미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탐험하다, Close Encounters of the Fourth World
손승현 글.사진 / 지오북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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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지 <포토닷> 2014년 3월호가 나왔다. 어제 낮에 우리 집에 왔다. 정기구독자한테는 어제 왔으니, 이제 책방에도 배본이 되었을까. <포토닷> 이번 호에 실은 사진비평을 올린다. 사진책 <밝은 그늘>은 인터넷책방에도 여느 새책방에도 없기에 손승현 님 다른 책에 이 글을 붙인다. 이 사진책을 장만하고 싶은 분은 https://www.facebook.com/aprilsnowpress '사월의눈' 출판사 누리집으로 들어가서 여쭈면 된다.

 

..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44

 


어느 자리에서 찍는 사진입니까
― 밝은 그늘
 손승현 사진
 사월의눈 펴냄, 2013.10.31.

 


  여러 사람이 어느 곳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들이나 골짜기나 바다나 숲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여러 사람은 나들이를 간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고는 입이 쩍 벌어집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만 담을 수 없겠다고 여겨, 서로서로 사진기를 가방에서 꺼냅니다. 저마다 찰칵찰칵 찍습니다. 이때에,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낀 여러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이들이 찍은 사진 가운데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모델을 앞에 두고 사진작가 여럿이 둘러싸고는 사진을 찍습니다. 이때에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대통령이나 운동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모인 신문기자가 대통령이나 운동선수를 둘러싸고는 사진을 찍습니다. 이때에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뜻밖이라 해야 할는지 모르겠으나,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모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태어납니다. 똑같은 아이 하나를 둘러싸고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진을 찍을 적에도 노상 다른 사진이 태어나고, 이웃이나 친척이나 동무가 찾아와서 사진을 찍을 적에도 늘 다른 사진이 태어납니다.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면서 찍는 사진은 늘 다른 사진으로 나타납니다. 사랑스럽네 하고 느끼면서 찍는 사진은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드러납니다.

 

 


.. 몽골의 경제성장률이 17%, 작년이 12%, 올해도 15%인데 90% 이상이 모두 광산개발과 관련된 지표다. 몽골에 갈 때마다 울란바타르 풍경이 급속도로 바뀐다. 그 안에서 유목민의 삶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곳마다 빌딩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도시에 사람들이 몰린다. 몽골의 인구가 300만 정도다. 그런데 울란바타르 주민의 비율이 22% 정도였다가 지금은 40%가 넘어간다 … 유목마을에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들 중 중학생 되는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보면 “돈 많이 벌고 싶어요.”라고 한다. “도시 가서 택시 운전기사 아니면 광산 갈 거예요.”라고. 답이 딱 두 개다 ..  (70∼71쪽)


  이와 달리, 아주 똑같구나 싶은 사진이 태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찍은 사진이 아닌데, 참 똑같구나 싶은 사진이 태어나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표절’이나 ‘도용’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두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는데, 왜 참으로 똑같다 싶은 사진이 태어날까요? 이때에는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마음속에 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을 찍으려는 사진이나 사랑스러움을 나타내려는 사진이 아니라, 어떤 욕심이나 꿍꿍이를 품었기 때문에 ‘표절’이나 ‘도용’이라 할 만한 사진이 태어납니다.


  그림을 그린 고호 님은 밀레라는 분이 그린 그림을 수없이 따라서 그렸어요. 그런데, 고호 님이 그린 ‘밀레 그림’은 표절이나 도용이 아닙니다. 밀레라는 분이 그린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움을 기쁘게 맞아들여 사랑스럽게 붓질을 했기에, 고호 님이 그린 ‘밀레 그림’은 새로운 그림이 됩니다.


  똑같은 자리에서 해돋이나 해넘이를 찍는다 하더라도, 어느 사진은 ‘누군가 찍은 사진을 흉내낸 듯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사진은 ‘이야,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은 기법이나 표현법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마음으로 드러납니다. 어느 자리에서 찍느냐는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제주섬 오름에서 사진을 찍은 김영갑 님을 떠올려 보셔요. 김영갑 님은 으레 똑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자리는 똑같지만 이야기는 언제나 달랐어요. 김영갑 님은 이녁이 찍은 사진을 선보이면서 ‘똑같은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어요. 같은 자리에 서도 언제나 다른 사진이 태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름다움을 바라보거나 느끼면서, 내 이웃한테 아름다움을 나누어 주고 싶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사랑스러움을 깨닫거나 누리면서, 내 이웃한테 사랑스러움을 베풀고 싶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늘 따사롭습니다.


  꼭 어느 곳에 가야 멋진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반드시 어느 나라로 찾아가야 훌륭한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꼭 인도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네팔이나 부탄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나라를 애써 찾아가야 하지 않아요. 외딴 두멧시골까지 가야 다큐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몸매 잘 빠진 모델을 찾아야 패션사진이 빛나지 않아요. 사진을 찍으려면,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어서 나누려면, 스스로 마음을 살찌워야 합니다. 사진을 찍어서 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고 싶으면, 스스로 마음을 사랑과 꿈과 빛으로 채워야 합니다.


.. 몽골의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를 보면 경이롭다 못해 한동안 멍해지곤 했다. 여기서 평화로움의 정적을 깨는 단 하나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다 … 내가 마을에 가서 “사진을 찍어 드립니다.”라고 했더니 나이드신 분들은 목욕을 하고 나왔다. 이를 닦고 와야 한다면서 가시는 분도 계시고. 응시 방식의 문제는 이렇게 사진 찍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점에 있는 것 같다. 사진을 평생 몇 번밖에 안 찍어 본 분들이다. 사진을 뽑아 드리니 가장 중요한 물건들을 놓아 두는 가족사진 옆에 놓더라. 액자에 넣어서 ..  (74, 76쪽)


  손승현 님이 몽골에서 만난 ‘지구별 이웃’과 얼크러진 삶을 들려주는 사진책 《밝은 그늘》(사월의눈,2013)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손승현 님은 몽골 시골자락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부풉니다. 그렇지만 몽골 시골자락을 벗어나 울란바타르라는 도시로 가면 가슴이 오그라듭니다.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미리내를 올려다보면서 손승현 님 스스로 미리내 마음이 되어, 미리내처럼 빛나는 이야기를 미리내와 같이 밝은 사진으로 갈무리합니다. 돈과 경제개발이 춤추는 도시 한복판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으로 갈무리합니다.

 

 

 

 


  몽골 시내 한켠에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작은 ‘지구별 이웃’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 시내 한켠에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작은 ‘지구별 이웃’이 있어요. 부산 시내에도, 대구 시내에도, 인천 시내에도, 어디에나 작고 예쁜 지구별 이웃이 있습니다.


  작고 예쁜 지구별 이웃을 바라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작고 예쁜 지구별 이웃을 사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작고 예쁜 지구별 이웃이 주눅들도록 하는 사회 얼거리 때문에 마음이 아픈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이 마음앓이를 가슴으로 삭히면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사진책 《밝은 그늘》에 나오는 아파트와 선글라스는 무엇일까요. 오늘날 몽골 사회는 몽골 바깥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요. 몽골 정치인과 기자와 작가는 몽골을 어떤 빛으로 그리고 싶을까요. 한편, 오늘날 한국 사회는 한국 바깥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요. 한국 정치인과 기자와 작가는 한국을 어떤 빛으로 그리고 싶을까요. 한국에서 사진가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빛과 그늘로 한국을 살며시 밝힐 만할까요.


.. 뉴욕에 있을 때 전세계에서 온 사진들을 보며 작가가 사는 지리적 환경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음을 느꼈다. 예술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관계를 맺고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몽골에 가서 본 것은 그들이 냉소적이고 비극적인 일들을 너무 많이 당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희망을 이 사람들을 통해서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런 것을 보는 따뜻한 마음의 스파이가 되려고 했다 ..  (84, 86쪽)

 


  겨울이 지나면서 봄이 찾아옵니다. 봄이 흐르면 여름이 찾아옵니다. 여름이 무르익다가 가을이 찾아옵니다. 가을이 저물면서 겨울이 찾아옵니다. 봄이 되어 들판에 푸른 빛이 살아나면 비로소 딸기풀에 하얗게 꽃망울 맺습니다. 딸기꽃이 지는 늦봄부터 딸기알이 빨갛게 익습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여름 문턱에 딸기맛을 보았는데, 이제는 누구나 철없이 딸기알을 사다가 먹습니다. 맨땅에서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머금으면서 풀벌레와 멧새와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고 자란 들딸기나 멧딸기를 먹으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비닐집에 갇힌 채 기계소리를 듣고 난로 열기와 석유내음을 마신 철없는 딸기를 대형마트뿐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에서조차 손쉽게 사다가 먹는 오늘날 한국 사회입니다.


  딸기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딸기를 찍을까 궁금합니다. 딸기와 얽힌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궁금합니다. 딸기가 마신 바람이나, 딸기가 받은 햇살이나, 딸기가 머금은 빗물이나, 딸기가 들은 맹꽁이 노래나, 딸기가 지켜본 제비춤을 ‘딸기를 찍은 사진’에 살포시 담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능금밭에 섰대서 능금을 사진으로 잘 찍지 않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 섰기에 바닷가와 모래밭을 사진으로 잘 찍지 않습니다. 몽골에 간대서 누구나 《밝은 그늘》과 같은 사진책을 빚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열어 서로 사귀는 이웃으로 지내면, 몽골에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콜롬비아에서도 동티모르에서도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언제나 밝은 빛을 사진으로 찍어서 선보입니다. 마음을 열어 서로 사랑하는 동무로 지내면, 늘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흐드러진 무지개 그늘을 사진으로 찍어서 선물합니다. 마음이 움직여 삶이 되고, 마음을 사랑해 사진이 됩니다. 마음이 자라며 꿈이 되고, 마음을 보살펴 사진이 되어요. 4347.2.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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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법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도시에서는 이맛살을 찌푸릴 일이 으레 있기 때문이다. 짓궂달까, 뻔뻔하달까, 얄궂달까, 어처구니없달까, 그런 사람을 이곳이나 저곳에서 부딪히곤 했다. 내가 그런 사람들을 불러들인 셈일까. 내 마음에 티끌이 있어, 다른 티끌이 있는 사람을 끌어당긴 셈일까.


  도시에서라면 한 해 동안 치를 달삯이지만,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들이던 한 해치 달삯’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시골에서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돈이 남는’ 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보다, 너무 많은 사람한테 치이지 않을 수 있어 홀가분하다. 시골집에서만 머물면 가장 즐겁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먹고 자고 일하고 쉬고 꿈꾸고 사랑하면 더없이 아름답다.


  가끔 시골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난다. 스치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시골에서도 아주 드물게 뻔뻔하달까, 짓궂달까, 씁쓸하달까, 안쓰럽달까 싶은 사람을 보곤 한다. 저이는 어쩜 저렇게 이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으랴 싶기도 하다. 곁님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깨닫는데, 저이는 저렇게 뻔뻔하달까 짓궂달까 씁쓸하달까 안쓰럽게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이제까지 살아왔다. 저이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그 모습 그대로이기에 이제까지 살림을 꾸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법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꿈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믿음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꿍꿍이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뻔뻔함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씩씩함으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야무짐으로 살아간다. 그뿐일 테지. 나는 오늘까지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나는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남을 말하기 앞서 내 모습을 돌아보자. 그이들은 바로 나한테 내 삶은 어떤 빛인가 돌아보라고 일깨우려는 뜻으로 나타났는지 모른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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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8. 시골스럽게 그림잔치 (2014.2.26.)

 


  시골에서는 시골내음을 맡으면서 논다. 시골에서는 시골빛을 그림으로 담는다. 시골에서는 시골살이를 글로 쓴다. 시골에서 살아가니 저절로 시골사람이 된다. 시골아이는 시골집에서 시골놀이를 누린다. 멀리 나가야 하지 않는다. 자가용을 달려야 하지 않는다. 두 다리를 믿고 씩씩하게 걷는다. 두 다리에 기대어 튼튼하게 달린다. 볕이 한결 잘 드는 곳에서는 벌써 동백나무가 꽃잔치를 이루지만, 우리 집은 꼭 두 송이만 터진다. 천천히 봉오리를 벌리는 동백나무 곁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그림 하나를 그릴 뿐일 수 있지만, 즐거운 그림잔치이다. 작은 새들이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서 재재거리면서 두 아이를 지켜본다. 까마귀와 까치가 하늘을 휘휘 날면서 두 아이를 바라본다. 나도 아이들 곁에 서서 그림잔치를 함께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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