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책을 그려서 선보이는 분들이 많다. 이 많은 아름다운 분들 가운데 ‘사노 요코’라는 분은 퍽 남다르다고 여겼는데, 왜 이분 그림책이 남다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이분 그림책을 볼 적마다 이런 생각날개는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러다가 이녁이 그림이 아닌 글로 이녁 어머니와 얽힌 지난날을 조곤조곤 풀어내어 쓴 《나의 엄마 시즈코상》을 읽으면서, 이녁 어머니가 이녁을 오늘날과 같이 만들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는 오빠가 열한 살 나이에 죽고, 그무렵부터 어머니가 집일을 모질게 잔뜩 시키느라, 온갖 일을 다 치러내야 하는 어린 나날을 보내면서, 이를테면 한겨울에도 어린 동생 기저귀를 빨래하고 물을 길으러 다니고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고 하는 동안, 사노 요코라고 하는 조그마한 가슴속에 커다랗게 빛나는 별이 돋았구나. 사노 요코 님은 ‘돈으로 실버타운에 이녁 어머니를 넣었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은 곧이 들리지 않는다. 이 말마디에 묻어나는 촉촉한 기운을 오래도록 곱씹는다. 4347.3.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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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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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씨앗이 터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태놀이터 1
곤도 구미코 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0

 


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
― 톡 씨앗이 터졌다
 곤도 구미코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한울림어린이 펴냄, 2007.5.2.

 


  봄이 되어 빈터마다 새싹이 돋습니다. 논둑과 밭둑에도 새싹이 돋습니다. 마당과 숲에서도 새싹이 돋아요. 새싹은 풀싹이면서 나물입니다. 새싹은 푸르게 돋으면서 싱그러운 풀내음을 퍼뜨립니다. 새싹이면서 풀싹이요 나물을 톡톡 손가락으로 끊습니다. 곧바로 입에 넣기도 하고, 물로 헹구어 하얀 접시에 올려 밥상에 놓기도 합니다. 나물이자 풀싹이요 새싹을 입에 한 줌 넣어 야금야금 씹으면 온몸으로 봄내음이 확 퍼집니다.


.. 씨앗들아, 반가워 ..  (4쪽)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봄에 돋습니다. 겨울을 견딘 씨앗이 봄부터 하나둘 깨어납니다. 모두들 겨우내 찬바람과 흰눈을 먹고 마시면서 흙 품에서 봄을 기다렸습니다. 저마다 겨울 동안 흙 품에서 시든 풀잎 이불을 덮고는 포근하게 쉬면서 봄을 바랐어요.


  사람들은 봄을 맞이해 씨앗을 심기도 합니다. 손수 길러서 먹고 싶은 푸성귀 씨앗을 심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심는 씨앗은 알뜰살뜰 보살피는 손길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심은 씨앗에서 돋는 싹이나 잎이나 줄기가 아니라면 석석 베어서 없애곤 합니다. 때로는 약을 뿌려 태워 죽이기도 합니다. 농약을 맞는 풀은 그냥 죽지 않습니다. 잎사귀와 뿌리가 농약 기운에 타서 지글지글 까맣게 죽습니다.


  논일과 밭일을 하며 김매기로 고단하다고도 하는데, 김매기를 하면서 뽑는 풀이란 모조리 나물입니다. 여느 때에는 나물이지만, 밭이나 논을 가꿀 적에는 ‘김(잡풀)’이 됩니다.


  언제부터 풀은 풀이 아닌 김이 되어야 했을까요. 여느 때에는 온갖 나물을 훑어서 먹는데, 왜 밭을 가꿀 적에는 농약을 뿌리거나 김매기를 해야 할까요. 식구가 많고 아이들이 여럿이라면 나물뜯기나 나물캐기를 할 텐데,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면서 일손 또한 사라져, 풀을 싫어하는 삶으로 바뀌지 않나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푸성귀를 내다 팔아야 하기에, 여느 나물을 뜯어서 먹는 흐름이 사라지지 싶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북적거리고, 굳이 푸성귀를 내다 팔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오붓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늘면, 김이나 잡풀이란 말은 사라지면서 나물살이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쉬잇! 모두 잠들었어 ..  (19쪽)


  곤도 구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톡 씨앗이 터졌다》(한울림어린이,2007)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씨앗이 처음 톡 터지면서 얼마나 어떻게 퍼지는가를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풀씨는 아주 작은 만큼, 이 그림책에는 ‘사람’은 나오지 않습니다. ‘풀벌레’가 그림책 주인공입니다. 풀벌레는 저마다 풀씨 둘레에서 즐겁게 어우러져 놉니다. 풀벌레는 봄에 깨어나 여름에 놀다가 가을에 천천히 쉬고는 겨울에 잠듭니다. 곰곰이 따진다면 씨앗도 이와 같아요. 씨앗은 봄에 깨어나 뿌리를 내리면서 싹을 틔우고, 여름에 한껏 뻗은 다음 가을에 다시금 톡톡 터뜨려 퍼집니다. 겨우내 고이 잠들었다가 새봄에 새삼스레 깨어나요.


  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입니다. 풀벌레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사람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밭에 푸성귀 씨앗을 심든, 풀씨가 들판에 풀풀 날리든, 씨앗이 땅에 떨어져 푸르게 돋지 않으면, 풀벌레도 사람도 살아갈 수 없어요. 풀씨와 나무씨가 날려 지구별이 푸르게 물들어야 풀벌레와 사람 모두 살아갈 만합니다.


  풀바람이 불어 모든 목숨이 살아요. 풀내음이 번져 모든 목숨이 노래합니다. 풀빛이 밝으면서 모든 목숨이 까르르 웃습니다.


  풀잎을 어루만집니다. 풀줄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풀꽃을 빙그레 웃으며 들여다봅니다. 두 손 가득 풀물이 들도록 풀을 만집니다. 풀이 자라면서 푸른 마음이 되고 푸른 사랑을 그립니다. 풀과 함께 삶이 빛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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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나오는 <국제신문>에서 이번에 나온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찬찬히 살펴 읽어 준 뒤 소개글을 써 주었습니다. 반갑구나 싶어 기사글을 갈무리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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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을 때에 눈에 띄는 책

 


  언제 어디에나 책이 있다. 동네책방이 아주 많이 문을 닫았지만, 책방은 곳곳에 어김없이 있다. 스스로 마음이 생겨야 비로소 책을 찾아나서고, 손에 쥐며, 차근차근 읽는다. 스스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어떠한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옆에서 자꾸 보채듯이 건넨다 하더라도 읽지 못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실에 앉히고 교과서를 교사가 읽는들 모든 아이가 귀여겨듣지 않는다. 스스로 듣고 싶은 마음일 적에 교사가 들려주는 말을 듣는다.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라고 느껴야 비로소 공부를 한다. 똑같은 나이인 아이들을 똑같은 교실에 똑같은 옷을 입혀서 앉힌다고 해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으며 찾도록 이끌 노릇이다.


  아름다운 책은 어디에서도 광고로 알려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책은 우리 스스로 아름다운 마음이 되고 아름다운 눈길을 밝히면서 아름다운 손으로 찬찬히 펼쳐서 읽을 때에 태어난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만나는 책일 때에 아름답다. 아름다운 꿈을 키우는 길에 길동무로 삼아서 읽는 책일 때에 아름답다.


  아름다이 살아가려는 사람이 아름답다. 돈이 많거나 이름값이 드높기에 아름답지 않다. 많이 팔리거나 널리 읽혔기에 아름다운 책이 아니다. 삶에 눈을 뜨고 사랑에 마음을 열어 빙그레 웃는 손길로 손에 쥐는 책이 아름답다.


  읽고 싶을 때에 눈에 띄는 책이다. 읽고 싶은 마음이란, 삶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읽고 싶은 마음이란,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읽고 싶은 마음이란, 스스로 살가운 이웃이 되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웃음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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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9. 2014.2.11.

 


  손을 뻗어 김치를 집는다. 음성 할머니한테서 얻은 김치를 여러 날 즐겁게 먹는다. 나는 김치를 못 먹어 집에서 김치를 담그지 않는다만, 아이들은 곧잘 맛나게 먹는다. 곰곰이 따지면, 풀밥이란 내가 즐기는 밥일 수 있다. 아이들은 김치라든지 온갖 양념으로 버무린 밥을 좋아할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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