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6] 베풀다

 


  스스로 책을 읽는다
  스스로 밥을 짓는다
  스스로 노래를 부른다

 


  스스로 즐겁게 삶을 가꾸기에 웃습니다. 스스로 즐거운 마음 되기에 사랑이 싹틉니다. 집안일은 ‘누구한테 봉사하는’ 일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스스로 밥을 지을 뿐이면서, 스스로 즐겁게 밥을 짓습니다. 가시내가 도맡을 집일이 아니고, 사내가 도맡을 집일이 아닙니다. 서로 즐겁게 살림을 가꾸면서 나누는 삶입니다. 집일을 스스로 맡지 않거나 집일을 스스로 즐기지 못한다면, 삶을 즐기지 못할 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넋이리라 느껴요. 남이 시키기에 읽는 책이 아니듯, 스스로 읽는 책이듯, 스스로 삶을 가꾸고,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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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조국의 별》 읽기

 


  헌책방 나들이를 하다가 시집 《조국의 별》을 본다. 1984년에 나온 책이다. 어느새 서른 해를 묵은 책이 되었다. 고를까 말까 망설인다. 예전에 읽었으나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으면 예전에 읽었어도 안 읽은 책과 똑같으리라 느낀다. 새로 읽든지 모르는 척 지나가든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1984년에 첫판이 나온 시집 《조국의 별》은 아직 그대로 새책방 책꽂이에 있을까? 알 길이 없다. 책방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인터넷을 켜야 알 수 있다.


  헌책방에서 《조국의 별》 1984년 판을 3000원에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가서 살펴본다. 1984년에 처음 나온 시집은 2014년 올해에도 새책으로 장만할 수 있다. 새책 값은 7000원이라 하니, 꽤 예전에 찍은 판이 그대로 있는 듯하다.


  아이들과 먹을 밥을 차리면서 틈틈이 읽는다. 밥냄비에 불을 넣고 국을 끓이는 사이에, 통통통 도마질을 하는 사이에, 아이들과 밥을 먹고 나서 살짝 숨을 돌릴 적에, 한 줄 두 줄 차근차근 읽는다.


  나온 지 몇 해 안 되는 시집들도 쉬 판이 끊어지고 사라진다. 열 해나 스무 해 넘게 판이 안 끊어지는 시집이 드물다. 고은 님 시집 가운데에도 어느새 자취를 찾아볼 길 없는 책이 꽤 된다. 그런데 시집 《조국의 별》은 서른 해라는 나날을 가늘고 길게 잇는다. 앞으로 열 해가 더 지나도 이 시집은 새책방 책꽂이와 헌책방 책꽂이에 함께 꽂힐까. 앞으로 스무 해가 더 지나도 이 시집은 새책방과 헌책방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시집이 될까.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춘 《조국의 별》이었다면 헌책방에서 무척 비싼값에 팔리리라 생각한다. 아직 새책방에 있기에 시집 《조국의 별》은 헌책방에서나 새책방에서나 퍽 눅은 값으로 만날 수 있구나 싶다. 오래도록 찬찬히 사랑받는 책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 손길을 타면서 오래도록 마음자리를 따사롭게 북돋우는 힘이 되는구나. 서른 살 먹은 시집을 책상맡에 놓는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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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자와 마리 님이 그린 만화책을 읽으면 마음이 곱게 씻긴다. 그림 하나에 말마디 하나에 마음을 따사롭게 다스린다. 오자와 마리 님은 어떻게 하루를 가꿀까. 어떤 삶을 일구기에 이녁 만화를 읽는 사람한테 눈을 확 틔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포근하구나 포근하구나 하고 되뇌면서 《은빛 숟가락》 다섯째 권을 읽는다. 더없이 착하고 예쁜 사람들이 나오는 만화책은 어느 모로 보면 ‘이 지구별에 없을 듯한 사람들 모습’이라 여길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이 지구별에 있는 사람 모두 이렇게 착하고 예쁜 넋이 아니랴 싶기도 하다. 모두들 착하고 예쁜 지구별 사람들인데, 스스로 착함과 예쁨을 잊은 채 서로 악다구니가 되는 셈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떤 숨결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같은 생각을 새삼스레 한다.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이나 즐거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은빛 숟가락》을 찬찬히 읽어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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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5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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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13. 2014.3.2. 만화책 앞에서

 


  우리 집 서재는 도서관이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들을 알뜰히 건사해서 갖추었으니 도서관이다. 일곱 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읽는다. 아직 큰아이가 읽을 만한 책은 많지 않다. 앞으로는 아주 너른 책바다에서 헤엄을 치리라 생각한다. 어린 나날 큰아이한테는 궁금한 대목을 간질이면서 북돋우는 만화책 하나면 넉넉하다. 수많은 만화책 꽂힌 자리에서 오직 한 가지 책을 들여다보면서 생각날개를 팔랑팔랑 펼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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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3-03 20:45   좋아요 0 | URL
아휴~ 정말 벼리는, 아버지가 곱게 곱게 갖춘 도서관 책바다에서
즐거운 책읽기를 마음껏 누리네요~
벼리가 참 부럽습니다~*^^*

숲노래 2014-03-04 04:06   좋아요 0 | URL
이제 날씨가 더 풀리면
이곳에서 하루 내내 놀 수 있겠지요~~

후애(厚愛) 2014-03-03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벼리가 무척 부럽습니다.*^^*
벼리 옆에서 저도 책을 읽고 싶네요~ ㅎㅎ

숲노래 2014-03-04 04:06   좋아요 0 | URL
언제라도 나들이 오셔요 ^^
자리 많답니다~
 

군내버스에서 둘 다 잠들 적에

 


  읍내마실을 한다. 여권을 만들어야 하기에 사진을 찍고 군청에 다녀와야 한다.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 동안 한 시간 가까이 흐른다.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친 뒤 군청에 가서 여권을 신청하고는 여권 수수료를 내기까지 또 한 시간 가까이 흐른다. 아이들은 사진관이든 군청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저 신나게 뛰어논다. 읍내 가게에 들러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한 뒤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또 잘 논다. 그러고는 군내버스에서 하나둘 색색 잠든다. 낮잠을 건너뛰고 아주 잘 놀았지? 너희들이 버스길에서 잠들 수밖에 없지. 그렇지만 군내버스는 읍내에서 마을 어귀까지 20분. 아이들이 깊이 잠들까 싶을 무렵에 내려야 한다. 군내버스가 봉서마을을 돌 무렵 가방을 들쳐멘다. 버스가 선 뒤 작은아이를 안는다. 다른 손으로는 큰아이 손을 붙잡는다. “벼리야, 내리자!”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 말에 퍼뜩 눈을 뜨고는 뚜벅뚜벅 걸어서 버스에서 내려 준다. 무척 졸린 몸이지만 집까지 잘 걸어 준다. 큰아이가 힘들리라 알기 때문에 안아 주고 싶으나 두 아이를 나란히 안기는 벅차다. 작은아이만 왼손으로 안고 큰아이는 오른손으로 붙잡고 걷는다. 씩씩하게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큰아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네 아버지는 네 대견하고 씩씩한 모습에 힘을 얻어 새삼스레 기운을 내면서 살림을 꾸릴 수 있다고 할 만해. 너도 알지? 괜찮아. 집까지는 걸어가지만, 너도 오래도록 포옥 안고 쓰다듬어 주잖아. 4347.3.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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