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짐을 다 들쳐메고 

두 아이와 함께

인천 큰아버지 집으로 간다.

 

잘 가자.

몇 시간쯤 걸릴까?

고흥에서는 아침에 나서는 길이지만,

인천에는 저녁에 해 떨어질 무렵 닿겠지.

 

버스에서

아이들이 잘 가 주기를 바란다.

잘 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115. 2014.3.3. 봉숭아물 손가락

 


  지난 설날에 음성 할머니가 큰아이 손가락에 물을 들인 봉숭아빛이 곱다. 아이 몸이 자라듯이 손가락도 자라면서 봉숭아물이 차츰 위로 올라간다. 손톱을 깎을 적마다 봉숭아빛이 물든 자리가 줄어든다. 큰아이는 손에 책을 쥐어 한 장 두 장 넘길 적마다 손톱물을 들여다보거나 느낄까.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잡을 적마다 봉숭아빛으로 노래를 할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함께 길을 떠나는 아침에

 


  3월 6일에 조촐하게 책잔치를 연다. 그 자리에 가려고 3월 5일 오늘 길을 먼저 나선다. 이튿날 아침에 길을 나서도 되는데, 아이들과 함께 큰아버지를 하루 먼저 만나서 놀도록 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나서는 길이니 더 느긋하게 만나면 좋겠지.


  혼자서 짐을 꾸린다. 아이들이 어제 먹고 남긴 밥을 어찌할까 하다가 개밥이나 고양이밥이 되라면서 마당 한쪽 그릇에 붓는다. 아이들 옷가지와 내 옷가지를 꾸리고, 아이들 책과 내 책을 꾸린다. 짐을 다 챙겼나 싶어 집을 나서려는데 그만 한 가지를 빠뜨렸다. 마실길에 글을 쓰려면 편집기 풀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메모리카드에 그만 안 옮겼다. 시계를 본다. 안 된다. 아침 아홉 시 십오 분 버스로 읍내에 나갈 수 없다. 아침에 못 나가면 서울로 가는 열 시 반 시외버스를 탈 수 없다.


  양말을 신고 섬돌에 나란히 앉아 노는 두 아이를 부른다. “얘들아, 밥 먹고 가자.” 먹을 밥은 개밥 또는 고양이밥으로 내놓았으니 없지만, 국수를 삶기로 한다. 국수를 삶아 아이들한테 내준 다음, 순천 버스역 정보를 살핀다. 낮 두 시에 인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돌아서 가는 길이지만, 이렇게 가야겠다. 순천 기차역까지는 너무 빠듯해서 타기 어렵다.


  오늘 새벽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났으면 걱정없이 길을 나섰을까. 어젯밤에 짐을 미리 꾸렸으면 되었을까. 그러나 엊저녁까지 오늘 길을 나설지 하루 더 자고 길을 나설지 망설였다. 아침에도 오늘 갈는지 하루 더 자고 갈는지 망설였다. 망설였으니 짐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고, 아침 군내버스를 놓쳤다.


  잘 가야지. 열한 시 십오 분에 나가는 군내버스까지 한 시간 남는다. 설거지를 마무리짓고 문을 잘 닫은 뒤 나가자. 느긋하게 잘 가자. 4347.3.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동 편지 (조문환) 북성재 펴냄, 2012.11.15.

 


  하동 공무원 조문환 님이 내놓은 《하동 편지》는 하동을 사랑하는 넋을 곱게 담은 이야기꾸러미이다. 책상맡에서 서류만 만지작거리는 공무원이 아닌, 두 다리로 하동을 두루 누리면서 마주하는 예쁜 빛을 하동 이웃뿐 아니라 온 나라 이웃한테 보여주고 싶은 꿈을 담은 이야기밭이다. 참 수수하구나 싶으면서, 어느 모로 보면 살짝 아쉽기도 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담은 사진과 쓴 글을 엮은 책인데, 공무원 눈높이보다는 마을사람 눈높이가 되었다면 얼마나 더 예뻤을까. 하동을 이웃한테 더 드러내어 보여주기보다는 하동에서 살아가는 웃음과 즐거움과 시골내음을 살포시 헤아렸으면 얼마나 더 그윽했을까. 그래도 다른 시골 군청 공무원은 이만 한 책을 내놓지 못한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고흥군 읍내나 면소재지 공무원도 민원인 없는 때에는 마냥 낮잠을 자거나 인터넷놀이에 빠질 뿐, 마을 순례에 나서지 않는다. 시골 읍내와 면소재지마다 조문환 님처럼 이녁 고향마을을 사랑하고 아끼는 일꾼이 한 사람씩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4347.3.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하동편지- 시골공무원 조문환의
조문환 글.사진 / 북성재 / 2012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984년에 처음 나온 《몽실 언니》를 처음 알아본 때는 1994년이었다. 이무렵은 아니고 1990년에 연속극 〈몽실 언니〉가 나온 적 있다. 동화책을 살려 연속극이 나온 일은 아주 드문 일이지 싶은데, 《몽실 언니》는 그런 작품이다. 그렇지만, 연속극이 흐르던 그무렵, 이 연속극이 동화책을 바탕으로 나온 줄 알아채지는 못했다. 1990년에는 중학교 3학년이었고, 입시공부를 하느라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열시 오십 분까지 학교에서 지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서 홀가분하게 책방마실을 하던 1994년에 비로소 《몽실 언니》라는 조그마한 책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때 책을 사고 바로 읽지 못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인 1998년에 비로소 읽을 수 있어다. 그러고 열여섯 해가 지난 오늘 《몽실 언니》를 다시 꺼내어 읽는다. 스물서너 살에 읽던 책과 마흔 살에 읽는 책이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려 보기로 한다. 이제 내 나이는 《몽실 언니》에 나오는 몽실이가 두 아이 어머니가 된 마지막 이야기하고 비슷한 나이일까 하고 돌아본다. 4347.3.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몽실 언니- 반양장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몽실 언니- 개정판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몽실 언니-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11,800원 → 10,62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몽실 언니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3년 2월
11,800원 → 10,62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