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6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60



‘초능력’이 있으면 무엇을 하겠니

―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6

 카이타니 시노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2.3.25.



  카이타니 시노부 님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학산문화사,2012) 여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사람들한테 초능력이나 영능력이 터져나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요? 초능력이나 영능력을 언제 어디에서나 쓸 수 있으면,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요 하늘을 훨훨 날면서 ‘나쁜 놈’을 죽이거나 없앨까요? 그러면 ‘나쁜 놈’이 모두 사라진 뒤에는? 나쁜 놈이 모두 사라진 뒤에는 무엇을 할는지요? 나쁜 놈을 모두 없앤 뒤에도 전쟁무기나 군대가 있어야 할까요? 다시 나쁜 놈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 전쟁무기나 군대는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초능력이나 영능력이 있어야 지구별에 평화를 심을 수 있는가요? 초능력이나 영능력이 없으면 지구별에 아무런 평화가 못 깃들까요?



-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을 나무라려는 건 아니니까. 왜 그저께 시어터 PPP 분장실에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20쪽)

- “까놓고 말해서 그깟 노트 몇 권 도둑맞았다고 주춤할 정도라면 켄타의 실력이 고작 그 정도였다는 뜻이잖아! 그럴 거면 코미디언이고 뭐고 때려치워!” (42쪽)




  나한테 초능력이나 영능력이 터져나와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든지 ‘괴로운 동무’를 살리려 한다는 생각은 ‘영웅’이 되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초능력이나 영능력이 터져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돈이 많아야 어려운 이웃을 돕지 않아요. 저마다 만 원씩 도울 수 있고, 저마다 천 원씩 도울 수 있어요. 만 원씩 천 사람이 도우면 천만 원이고, 천 원씩 만 사람이 도와도 천만 원입니다. 나 혼자서 어려운 이웃 한 사람한테 천만 원을 대뜸 도울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밥을 한 숟가락씩 덜어 한 그릇을 이룹니다. 내 밥그릇을 통째로 동무한테 줄 수 있을 테지만, 여러 동무가 한 숟가락씩 덜어서 새로운 한 그릇을 빚을 수 있어요.


  우리 삶은 우리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이루어집니다. 영웅이나 우두머리가 있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서로 이웃과 동무가 되어서 아름답게 사랑을 하기에 즐거운 삶입니다.



- “사라이시 씨는 훔친 속옷을 고양이 집에 두고 갔을 뿐이야. 나는 기숙사 사람들에게 ‘도둑맞은 속옷을 찾았다’고 했을 뿐이고, 그리고 기숙사 식구들은 그걸 보고 ‘범인은 고양이였다’고 멋대로 믿은 것뿐이지. 거짓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속옷 도둑에 대한 불안도 모두의 마음에서 깨끗이 사라진 거야. 안 그래?” (97쪽)

- “이런 배지를 달게 하는데, 너희들 기분은 어때?” “물론 가능하면 없는 게 좋지만, 그래도 우리가 무슨 말을 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132쪽)





  만화책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에 나오는 오다기리 쿄코는 영능력을 쓸는지 모르고 안 쓸는지 모릅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오다기리 쿄코는 혼자서 모든 일을 풀거나 맺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제 수수께끼를 풀고 맺으면서 스스로 삶을 짓도록 한손을 거듭니다. 영웅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실타래를 풀지 않아요. 왜 그러한가 하면, 영웅놀이는 영웅 혼자만 재미있고, 다른 사람은 들러리가 되거든요.


  하느님 혼자서 지구별을 살리지 않습니다. 모든 하느님이 다 함께 슬기와 힘을 모아서 지구별을 살립니다. 하느님은 우리 가슴속에 있고, 우리는 모두 하느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슬기와 힘을 모을 때에 지구별을 살립니다. 나 혼자서 못 살리고, 너 혼자서 못 살립니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꾸며, 함께 사랑할 때에 비로소 지구별이 찬찬히 살아나요.



- “쿄코 씨, 이 학교는 지옥이에요. 학생 전원에게 성적순으로 등급을 매기고, 마치 그걸로 인간의 모든 가치가 결정되는 양 세뇌하죠.” (160쪽)

-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소라야마 씨는 UFO 연구가지만, 본업은 우주물리학자예요. 이분은 외계인을 만나고 싶은 일념으로 과학을 연구했고, 그 결과 발표한 구조역학 이론은 현재 우주 스테이션에서 응용되고 있죠.” (213쪽)





  사회는 사람들을 굴레에 가두려 합니다. 정치는 사람들을 쳇바퀴에 가두려 합니다. 경제는 사람들을 수렁에 가두려 합니다. 교육은 사람들을 무덤에 가두려 합니다. 종교는 사람들을 지옥에 가두려 합니다. 문학과 예술은 사람들을 가시밭길에 가두려 합니다. 인문학은 사람들을 바보놀음에 가두려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갈 길은 ‘내 삶’입니다. 너와 나를 견주어서 ‘유행’을 따르거나 ‘시사상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삶을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가야 합니다. 졸업장을 왜 따야 하나요. 왜 도시에 있는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요. 나는 내 삶을 지어야 합니다. 졸업장을 따든 도시에 있는 큰 회사에 들어가든, 이 길이 바로 ‘내 삶길’이라면 즐겁게 갈 노릇이고, 내 삶길이 아닌 돈길이나 이름길이라 한다면 씩씩하게 떨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언제나 초능력과 영능력을 씁니다. 삶을 짓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초능력과 영능력을 못 씁니다. 손가락으로 에너지 물결을 내뿜어 높은 건물을 무너뜨려야 초능력이 아닙니다. 어버이가 끓여서 아이한테 내미는 따스한 국 한 그릇이 바로 초능력입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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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잎은 겨울에도 무럭무럭 돋아



  갓잎은 겨울에도 무럭무럭 돋는다. 추운 날씨에 씩씩하게 돋는 갓풀이기에, 예부터 시골사람은 갓잎을 고마이 여기면서 기쁘게 먹었으리라 느낀다. 그러나 겨울추위가 내내 이어지면 갓잎도 그만 눈에 얼어붙기 마련이니, 겨울로 접어들고 제법 폭하다 싶은 날에 갓김치를 담갔으리라 느낀다. 겨울에 돋은 갓풀을 뜯어서 겨울에 갓김치를 담그는 손길과 맛이란 어떠할까. 아이들 옷가지를 겨울볕에 말리면서 우리 집 갓풀을 가만히 바라본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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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8. 발톱쯤이야 가볍게 (2014.12.14.)



  살림순이한테 손발톱 깎는 일이야 가볍다. 살림순이는 동생 손발톱도 깎아 주고 싶으며, 어머니와 아버지 손발톱도 깎아 주고 싶다. 그래, 네 야무진 손끝을 알지. 그러나 너는 오늘 네 손발톱 깎는 데에 온힘을 기울이렴. 동생 손발톱은 동생도 손끝을 야무지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깎도록 하면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 손발톱은 다음에 네가 기쁘게 깎아 주기를 기다릴게.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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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2634 2015-02-11 13:57   좋아요 0 | URL
ㅎㅎ
 

산들보라는 한겨울에도 맨발돌이



  산들보라는 한겨울에도 맨발돌이로 논다. 기침을 하면서도 양말을 좀처럼 안 꿰려 한다. 조끼나 겉옷도 안 입으려고 한다. 덥다면서 안 입는데, 얘야, 땀이 좀 나도 되거든. 땀이 났다가 식으면서 자꾸 기침이 나오지. 그러니, 땀이 난대서 벗었으면 땀이 식으면 바로 옷을 입어야지.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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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25.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면서 사진기를 손에 쥐면, 무슨 사진을 찍으면 되는가를 스스로 환하게 깨닫습니다.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사진기를 손에 쥐면, 이것저것 자질구레하게 많이 찍을는지 모르나, 막상 어느 사진이고 따로 뽑아서 쓰기 어렵기 일쑤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이야기는 남이 골라서 나한테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을 이야기는 늘 내가 스스로 찾고 생각해서 내가 나한테 말해 줍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스로 말하지요. 내 사진이 무엇이고, 내 손길이 어떠하며, 내 눈빛은 언제 밝은가를 스스로 느껴서 언제나 새롭게 말합니다.


  밥을 먹을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밥을 먹지’ 하고 생각해야 밥맛을 느낍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자전거를 달리지’ 하고 생각해야 어느 길을 어떻게 달리는지 기쁘게 깨닫습니다. 아이들과 마주하면서 함께 놀 적에 ‘내가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노는구나’ 하고 생각해야 새로운 놀이를 스스로 자꾸 생각해 내면서 환하게 웃고 노래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한 번 누르기 앞서 내 마음에 생각이 깃들어야 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한 번 누르기 앞서 내가 짓고 싶은 삶을 씨앗으로 빚어서 마음에 심어야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아무런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기만 손에 쥘 적에는 ‘기계질’에 그치고 맙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남한테 물을 일이 없고, 남한테 묻는들 실마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으면 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찾을 때에, ‘나다운 사진’이 한결같이 샘솟습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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