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읽으려 한다면



  눈먼 사랑이 있고, 눈뜬 사랑이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어디에 눈이 멀지 않습니다. ‘눈먼 모습’이라면 사랑이 아닌 ‘좋아함’입니다. 눈이 멀기에 무턱대고 좋아하거나 따르려 합니다. 그리고, 눈이 멀기에 그저 좋은 쪽으로만 가려 하고, 눈이 먼 탓에 그리운 어느 곳으로 가고야 맙니다. 사랑이 되면, 눈이 멀지 않습니다. 고요하면서 차분하기에 아름다운 곳으로 저절로 갑니다. 그러면 ‘눈뜬 모습’은 무엇일까요. 사랑이 되면 저절로 눈을 뜹니다. 사랑이면서 눈을 떠요. 다시 말하자면, 눈먼 모습은 사랑이 아닌 모습이고, 눈뜬 모습이 바로 사랑인 모습입니다.


  사랑을 굳이 두 가지로 바라보자면, 사랑에는 ‘낳는 사랑’과 ‘기르는 사랑’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낳는 사랑이고, 아버지는 언제나 기르는 사랑이지요. 사회에서 흔히 ‘입양’을 하는 어버이가 있는데, 이러한 어버이도 ‘기르는 사랑’입니다. 낳든 기르든 모두 사랑이기에, 이러한 사랑길로 걸어갈 수 있다면 모두 아름다운 웃음과 노래와 이야기를 낳습니다.


  사랑을 읽으려 한다면, 내가 손수 낳는 사랑인지 아니면 손수 기르는 사랑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낳거나 기르거나 모두 아름답습니다. 모두 사랑이기에 아름답습니다. 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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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려고 읽는 책



  책을 읽는 사람은 달라집니다. 오늘까지 이만큼 알았으면 오늘부터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서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갈 적에도 달라진다고 할 만합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모습도 달라진 셈이라고 할 만합니다.


  책을 겉으로만 읽는다면 ‘달라지기’만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속으로 읽는다면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달라지기와 새로워지기는 서로 같은 듯하면서 같지 않습니다. 겉모습이 어제와 같지 않을 적에는 ‘달라지기’요, 속생각이 어제 모습을 내려놓고 고운 꽃처럼 피어날 적에는 ‘새로워지기’입니다.


  책을 읽어 머릿속에 지식을 담는다면 ‘달라지기’입니다. 책을 읽어서 느끼고 배우고 제대로 삶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 스스로 기운을 내어 살림을 하나하나 손수 짓는 길로 나아간다면 비로소 ‘새로워지기’입니다.


  누군가는 그저 ‘달라지’려고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까지 입은 껍데기를 벗고서 ‘새롭게’ 태어나려는 뜻으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달라지기만 한대서 나쁘지 않습니다. 달라지고 또 달라지면서 ‘나도 이제 허물을 벗고 나비처럼 새롭게 태어나고 싶구나’ 하는 꿈을 품을 수 있을 테니까요. 작은 허물을 벗고 큰 허물을 벗으면서 그대로 애벌레인 채 있는 ‘달라지기’만으로는 새로운 삶이 안 되는 줄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면, 이제 모든 허물을 벗고 나비로 새롭게 깨어날 때입니다.


  허물벗기는 한 차례만 해도 되고 열 차례나 백 차례를 해도 됩니다. 허물벗기를 적게 하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허물벗기를 많이 하기에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허물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숨결로 태어나려는 마음이 있으면 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새롭게 깨어나고 태어나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나비처럼 환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 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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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1.30. 큰아이―노래그림



  내가 스무 해쯤 앞서 즐겨부른 노래 가운데 하나를 노랫말을 고쳐서 큰 그림종이에 적어 본다. 아이들과 새롭게 부르고 싶어서 노랫말을 몽땅 뜯어고친다. 왜냐하면, 이 노래에 깃든 예전 노랫말은 ‘사회와 싸우는 사람’ 이야기만 흐르기 때문이다. 나는 나하고도 남하고도 싸울 마음이 없다. 나는 나하고도 남하고도 아이들하고도 어깨동무하면서 춤추려 한다. 이 시골에서 우리 삶터를 가꾸는 이야기를 노랫말에 담으려 하고, 이 노랫말을 아이들과 함께 되새긴다. 노랫말을 새롭게 쓰고 남은 자리는 큰아이한테 그림을 맡긴다. 큰아이는 빈자리에 곱다시 그림을 넣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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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도 그림 그렸지요



  다섯 살 산들보라는 누나가 그리는 그림을 늘 바라보면서 산다. 연필을 쥐고 어느덧 그림 시늉을 낼 수 있는 이즈음 누나 그림결을 따라서 그린다. ‘나도 그릴 수 있다’고, ‘나도 그림을 그린다’고 신나게 외친다. 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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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빛나는 숨결



  큰아이는 날마다 공책 한두 바닥씩 글쓰기를 하는 버릇을 들인 지 여러 해 된다. 이제껏 아버지와 함께 이 글놀이를 했으나, 앞으로 큰아이 스스로 글짓기를 기쁘게 하리라 생각한다. 아직 큰아이는 스스로 생각한 이야기를 스스로 모두 담아내는 데까지 가지 않았으니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서 쓰는데, 곁에 있는 어버이나 동무가 아닌 아이 마음속에서 흐르는 숨결을 고이 받아서 글로 쓴다면 아름다운 글빛이 되는 줄 곧 깨달으리라 본다.


  마음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숨결을 받아서 쓰기에 글이 된다. 마음속에서 곱게 샘솟는 넋을 살펴서 쓰기에 글이 된다. 마음속에서 싱그럽게 자라는 바람을 마시면서 쓰기에 글이 된다. 글은 늘 우리 마음속에 있다. 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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