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맛난 밥을 맨 나중에



  사름벼리는 맛난 밥이 있으면 알뜰히 건사한다. 맨 나중에 비로소 냠냠거리면서 먹는다. 작은아이는 맛난 밥을 맨 먼저 먹어서 없앤다. 그래서 두 아이가 함께 밥을 먹으면, 꼭 나중에 작은아이가 큰아이를 시샘한다. 얘, 얘, 작은아이야, 네 누나는 맨 나중에 ‘맛난 밥 냄새와 기운’이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면서 꾹 참고 기다린 뒤에 먹는단다. 누나가 누리는 기쁨을 네가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라.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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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50. 2015.2.4. 밥빛



  온갖 빛깔 푸성귀는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 빨갛고 노란 아이는 빨갛고 노란 빛깔이 곱고, 배추속은 하얀 빛깔이 곱다. 세 가지를 동그란 꽃접시에 함께 담으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래, 먼 옛날에 자린고비라고 하는 사람이 참말 있었으면, 그이가 대롱대롱 굴비를 매달면서 배가 불렀다고 할 만하겠다고 느낀다. 달걀이 하나 있어서, 두 아이한테 반 토막으로 잘라서 준다. 다만, 반 토막으로 자르고 나서 다시 반씩 갈라서 나뭇잎접시에 담는다. 나뭇잎접시에는 풀무침도 함께 얹는다. 이제 곧 국그릇도 놓을 테니 함께 맛나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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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49. 2015.1.27. 오징어찌개



  오징어찌개를 끓인다. 오징어찌개 끓이기는 아주 쉽다. 여느 날과 똑같이 국을 끓이다가 간을 다 맞추고 나서 불을 끌 무렵 ‘미리 썰어 놓은 오징어’를 넣고서 조금 뒤 불을 끄면 된다. 다섯 살 작은아이는 이가 덜 나고 작은데다가 잘 안 씹고 삼키기 일쑤라 오징어는 되도록 반찬으로도 국으로도 안 했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오징어를 즐기기에 오랜만에 국을 끓인다. 아이들아, 우리 꼭꼭 씹어서 먹자. 천천히 먹어도 되니까 느긋하게 씹어서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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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문득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그렇다면 그렇고, 안 그렇다면 안 그렇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나는 마흔 몇 해를 살면서, 이제껏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읽어 주기 바란’ 적이 한 차례조차 없다. 나는 이제껏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만 신나게 쓰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읽을 사람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쓴 글’은 없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읽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 글이다. 읽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글을 쓸 까닭조차 없다.


  그러면 나는 왜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기’를 이제껏 한 차례도 안 바랐는가? 나로서는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이 워낙 많아서 이 글을 쓰느라 늘 부지런해야 했다. 그리고 이 글은 ‘읽을 값과 뜻이 있는 글’이니, 스스로 눈을 뜨려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내 글을 찾아서 읽으리라고 느꼈다. 굳이 내가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글을 읽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고, 나 또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하거나 대단하거나 놀라운 글이라 하더라도, ‘읽을 사람’ 스스로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서 다가오지’ 않으면 하나도 못 알아듣고 조금도 못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글을 쓰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나서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삶을 짓기’를 바랐다. 이제껏 이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생각을 고치기로 한다. ‘한 사람이라도’가 아니라 ‘삶을 찾고 사랑을 찾으며 꿈을 찾으려는 사람들 누구나’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눈을 뜨며 제대로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글을 쓰려 한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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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6] 보고 그린다

― 내가 바라보는 꿈을 담는다



  바다 옆에서 살면 늘 바다를 보면서 바닷바람을 마시고 바닷내음을 맡습니다. 바다가 보여주는 빛깔을 늘 바라보면서 바다와 얽힌 이야기를 마음에 담습니다. 멧골에 깃들어 살면 늘 멧골을 보면서 멧바람을 마시고 멧내음을 맡습니다. 멧골이 보여주는 빛깔을 늘 바라보면서 멧골과 얽힌 이야기를 마음에 담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내가 바라보는 숨결이 있습니다. 내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에 내가 맞이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내 삶터에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생각합니다.


  더 나은 것이나 덜떨어지는 것이 있는 삶터는 없습니다. 언제나 나 스스로 바란 대로 있는 삶터입니다. 내 보금자리가 아파트이든 시골집이든 그대로 받아들여서 누릴 때에 내 넋이 싱그럽습니다. 어느 곳에서 살든 마음이 홀가분하면서 즐거울 때에 내 하루가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아파트에 있으면서도 하느님 마음이 될 수 있고, 시골집에 있으면서도 꽁꽁 묶이거나 갇힌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가 늘 마주하거나 바라보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 그림은 그예 그림입니다. 곱거나 예쁜 그림이 아니라, 그저 그림입니다. 사는 모습을 그리고, 생각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꿈꾸는 모습을 그리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래서 그림에는 온갖 모습을 담을 수 있습니다.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모습을 그리고, 앞으로 누리려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먼저 숨을 차분히 고릅니다. 잘 그리려는 생각이나 다르게 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내 숨결을 담아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 하나만 합니다. 이런 손재주나 저런 기법이나 그런 이론을 써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내 손길이 닿는 대로 그리되, 내 손길은 내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는지 모르겠다면, 아이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셔요. 나는 아이가 그릴 그림을 말하고, 아이는 내가 그릴 그림을 말하면 됩니다. 서로 어느 그림을 그려 보자고 이야기해 주면 됩니다.


  내가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대로 내 삶이 흐릅니다. 내가 마음속에 담으려는 그림대로 내 하루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내 생각은 늘 내 꿈이어야 합니다. 이루려는 꿈을 늘 생각하고, 이루려는 꿈으로 가는 길을 언제나 가꾸어야 합니다. 걱정이나 근심이 아닌 맑은 생각과 밝은 마음이 되어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사람입니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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