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5.2.7. 작은아이―할머니야



  작은아이가 곧잘 그림돌이가 된다. 다만, ‘곧잘’일 뿐이다. 그렇다고 ‘가끔’은 아니니, 머잖아 ‘흔히’ 그림돌이가 될 수 있을 테지. 일산으로 나들이를 간 날, 일산 할머니를 뵙고는 일산 할머니 얼굴을 기쁘게 그려 주었다. 멋져.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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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74. 2015.2.22. 매화나무 곁에서



  아침에 우리 집 나무들한테 인사하자고 하니, 여덟 살 꽃순이는 할아버지한테서 선물로 받은 옷을 차려입고서 온갖 나무를 두루 돌다가 매화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줄기를 쓰다듬고 꽃몽오리를 어루만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매화꽃이 얼른 피기를 바라면서 매화나무 곁에 오래오래 서서 곰곰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곧 필 테니 날마다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렴. 다만, 이 아이들은 제때에 제대로 활짝 피어날 테니까, 너무 일찍 꽃이 터지라고 하지는 말자. 꽃이 활짝 피고 난 뒤에 꽃샘추위가 찾아들면 이 아이들은 찬바람에 벌벌 떨어야 하거든. 따사로운 볕과 바람으로 하루가 가득한 날에 이 아이들이 모두 방긋방긋 웃으면서 터질 테니, 이튿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자주 찾아와서 상냥하게 인사하면서 이야기하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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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이 쏙쏙 돋는다



  쑥이 돋는다. 쏙쏙 돋는다. 아직 ‘쑥쑥’ 돋지는 않고, 조물조물 쏙쏙 돋는다. 소리가 있는듯이 없는듯이 가만히 돋는다. 아기가 잠결에 조그마한 손을 옴찔움찔 움직이듯이 아주 천천히 쑥잎이 돋는다. 겨우내 시든 풀잎(짚)만 가득한 땅뙈기에 푸릇푸릇 새로운 옷을 입힌다. 겨울을 아쉬워 하는 포근한 비를 맞으면서 쑥이 쏙쏙 돋는다. 이제부터 쑥국을 끓이고 쑥지짐이를 하며 쑥과 얽힌 온갖 밥잔치를 하겠구나.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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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매화나무 꽃몽오리



  뒤꼍 매화나무에 꽃몽오리가 맺힌다. 아니, 뒤꼍 매화나무 꽃몽오리가 날마다 부푼다. 아직 조그마한 꽃몽오리요, 더 부풀어야 터질 듯 말 듯 보들보들 귀여운 모습이 되리라. 큰아이가 요즈음 날마다 묻는다. “봄은 언제 와요?” 봄이 오기를 바라니? 그러면 우리 함께 봄을 부르면 돼. 그리고, 이제 떠나려는 겨울더러 잘 자렴 하고 인사를 하면 돼.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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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역 언저리에서



  설을 쇠고 고흥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길에 조치원역을 거쳤다. 조치원역 언저리에서 ‘광성음악사’라는 가게 옆을 지나갔다. 전화번호 국번이 세 자리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간판일 텐데, 그래도 다른 간판하고 대면 퍽 나이가 든 간판이다. 나는 이러한 간판에 눈이 간다. 번쩍거리거나 커다란 간판은 내 눈에 안 들어온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헌 간판에 눈이 쏠린다. 예전에는 어느 도시에서나 간판에 따로 불빛이 깃들지 않았다. 조촐하고 수수하면서 이웃가게 간판하고 살가이 어우러졌다. 요즈음에는 이웃가게 간판보다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할까 하는 대목만 사람들이 따지는구나 싶은데, 지난날에는 가게마다 간판을 알맞게 꾸려서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졌다. 혼자서만 살 수 없는 마을살이이다.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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