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56. 2015.2.24. 감자버섯부침개



  마당에서 뜯은 풀을 썰어서 부침개를 하면 수월하면서 퍽 빠르다. 배고프다 하는 아이들한테 곧장 한 장씩 부쳐 줄 만하다. 그런데 감자를 저미고 버섯을 깔아서 부침개를 하니 꽤 오래 걸린다. 그래도, 불판만 달군 뒤 아주 여린 불로 아무 양념 없이 감자와 버섯을 구울 적보다 한결 빠르다. 부침개를 부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불판을 놓는 자리 위에 노랫말 적은 종이를 꽂은 뒤, 노랫말을 하나씩 되새기면서 노래를 부른다. 부침개마다 즐거운 이야기가 스며들어서 아이들한테 따사로운 숨결로 깃들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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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9. 내가 썰고 싶어 (2015.2.24.)



  우리 집 살림순이가 “아버지! 내가 부침개 썰래! 내가 썰고 싶어!” 하고 외친다. 아버지가 부침개를 써는 모습을 여러 날 본 뒤, 이제 살림순이는 저 스스로 멋지게 할 수 있으리라 여긴 듯하다. 그래, 그럼 네가 썰어 주렴. 그러면 고맙지. 아버지가 한쪽에서는 부치랴, 다시 썰랴, 밥상을 차리랴, 설거지도 함께 하랴, 밥을 푸랴, 모두 다 하기에는 살짝 바쁘구나. 네 고운 손으로 예쁘게 썰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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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hbooklove/220289655340


새로운 책을 낼 밑돈을 조금 마련했습니다.

즐겁게 그린 꿈대로

기쁘게 이루었습니다.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라는 책을 펴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출판사를 찾아야 합니다.

멋진 출판사는 곧 나타나서

전남 고흥에서 자전거를 누리는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곱게 엮어 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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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3-0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기쁘게 엮어줄 출판사가 나오겠죠. ^^

파란놀 2015-03-04 15: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곧 짠 하고 노래하듯이 나와 주리라 생각해요~~~
 

이불 걷어차기



  어른도 곧잘 이불을 걷어차지만, 아이만큼 신나게 이불을 걷어차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어른은 이불을 걷어차다가도 다시 발가락으로 잡아당기는데, 아이는 이불을 한 번 걷어차면, 다시 끌어당기지 않고 덜덜 떨면서 몸을 웅크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불을 밤새 여러 차례 걷어찬다. 처음에는 걷어차면서 시원하다고 느끼지 싶으나, 이내 몸을 옹크린다. 그래서 자다가 틈틈이 두 팔을 뻗어서 두 아이가 제대로 이불을 덮는지 살핀다. 웬만하면 드러누워서 자는 채 팔만 뻗어 슥슥 이불을 잡아당겨 제대로 덮어 줄 수 있지만, 두어 차례쯤 걷어찬 뒤에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새로 여미어야 한다. 이불을 걷어찬 지 제법 지났으면, 이불깃을 새로 여밀 적에 두 아이 모두 포근하다는 얼굴로 바뀌어 이불깃을 턱밑까지 꼬옥 품는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어도 두 아이 낯빛을 읽을 수 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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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99) -에게로 1


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되어 있다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나중에는 모유에 농축되어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도 건너간다

《조셉 젠킨스/이재성 옮김-똥 살리기 땅 살리기》(녹색평론사,2004) 22쪽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 사람한테 모인다

→ 사람한테 모이고 만다

 …



  ‘-에게로’라는 토씨는 ‘-에게 + -로’로 엮었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이 토씨가 올림말로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기글도 싣습니다. 이 토씨는 적잖은 사람들이 쓴 글을 거쳐서 널리 퍼집니다. 대중노래에서도 이 토씨를 흔히 붙이고, 시나 소설에서도 이 토씨를 퍽 자주 씁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은 다섯 가지입니다. ‘-에게로/-한테로’를 붙인 글월인데, 이 글월에서 ‘-로’를 덜고 곰곰이 살펴봅니다. ‘-에게로/-한테로’와 ‘-에게/-한테’는 느낌이나 뜻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요?


 갑자기 모두의 관심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 갑자기 모든 눈길이 나에게 쏟아졌다

 이 행운이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 이 행운이 누구에게 갈는지 자못 궁금하다

 책임은 그 둘에게로 돌아갔다

→ 책임은 그 둘에게 돌아갔다

 그 책임이 누구한테로 돌아갈까

→ 그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갈까

 모두들 그 사람한테로 몰려들었다

→ 모두들 그 사람한테 몰려들었다


  어른문학을 하는 이들이 으레 “너에게로 가는 길”처럼 글을 쓰지만, “너에게 가는 길”하고 다를 대목이란 없습니다. 참말 아무것도 안 다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에게/-한테’에 ‘-로’를 붙이면 군더더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토씨 ‘-에게로/-한테로’는 일본 말투입니다. ‘-에로(에 + 로)’도 ‘-에게로(에게 + 로)’도 한국 말투가 아니고, 한국 토씨가 아닙니다.


  일본 말투이든 아니든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영어나 독일말이나 프랑스말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굳이 비틀어서 써야 할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밝혀서 쓰는 길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4337.3.23.불/4348.2.25.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 지방층에 쌓이다가 여러 길을 거쳐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사람한테 모인다. 나중에는 어미젖에 쌓여 태반을 거쳐 뱃속 아기한테도 건너간다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蓄積)되어 있다가”는 “동물마다 지방층에 쌓였다가”나 “동물 지방층에 쌓였다가”로 다듬고, “여러 경로(經路)를 통(通)하여”는 “여러 길을 거쳐”로 다듬으며, ‘위치(位置)한’은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모이게 된다”는 “모인다”로 손질하고, ‘모유(母乳)’는 ‘어미젖’이나 ‘엄마젖’이나 ‘어머니젖’으로 손질하고, ‘농축(濃縮)되어’는 ‘쌓여’로 손질합니다. ‘태아(胎兒)에게도’는 ‘뱃속 아기에게도’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79) -에게로 3


장터에서 / 흥정 끝에 / 200만 원 돈 뭉치가 / 오고가더니, // 태백산 골짜기 / 할아버지에게로 / 팔려 넘어갔다

《김녹촌-태백산 품 속에서》(웅진,1985) 20쪽


 할아버지에게로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에게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한테 팔려 넘어갔다

 …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한테 줄 수 있니?” “너한테 줄까?” “응, 나한테 주라.” “그래, 너한테 줄게. 자, 이 장난감 비행기가 너한테 간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씨에서 ‘-로’가 들러붙는 ‘-에게로/-한테로’는 없습니다. 먼 옛날부터 ‘-에게로/-한테로’ 같은 말씨는 없습니다. 그저 ‘-에게/-한테’를 쓸 뿐입니다.


  어른이 읽는 시를 쓰든, 어린이가 읽는 시를 쓰든, 우리 어른은 어떤 말씨와 말투로 시를 쓰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한테 물려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마디로 엮는 구슬 같은 글을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4337.12.13.달/4348.3.4.물.ㅎㄲㅅㄱ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33) -에게로 4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안녕 기요시코》(양철북,2003) 198쪽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그대로 소년에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까대로 소년 쪽으로 돌리지 않는다

 …



  공이 굴러갑니다. 나한테 굴러오다가 너한테 굴러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내 쪽으로 불다가 네 쪽으로 붑니다. ‘소년’이라는 낱말만 쓴다면 ‘-한테’나 ‘-에게’를 붙입니다. ‘소년 쪽’처럼 쓴다면 ‘-으로’를 붙입니다. 한국말에서 토씨는 이와 같이 붙이면 됩니다. 4338.9.9.쇠/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시선(視線)’은 ‘눈길’로 손질하고, ‘여전(如前)히’는 ‘그대로’나 ‘아직’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3) -에게로 5


온라인에서 창출되고 있는 부는 비단 제국의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신진 유망 기업 소유주에게도 흘러간다

《로버트 맥체스니/전규찬 옮김-디지털 디스커넥트》(삼천리,2014) 245쪽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에게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



  이 보기글을 찬찬히 살피면, 사람들 스스로 제대로 못 쓰다가도 제대로 쓰는 말투를 읽을 만합니다. 앞쪽에서는 ‘소유주들에게로’처럼 적으면서, 뒤쪽에서는 ‘소유주에게도’처럼 적습니다. 앞에서는 ‘-에게로’로 쓰지만, 뒤에서는 ‘-에게’로 씁니다. 이 대목에서 얄궂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무딘 셈입니다. 앞이나 뒤나 모두 ‘-에게’로 쓰면 될 뿐입니다. 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누리그물에서 빚는 돈은 오직 제국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새로 뜨는 기업 소유주한테도 흘러간다


‘온라인(on-line)’은 ‘누리그물’로 다듬고, “창출(創出)되고 있는 부(富)”는 “빚는 돈”이나 “나오는 돈”으로 다듬으며, ‘비단(非但)’은 ‘오직’이나 ‘그저’로 다듬습니다. “제국의 소유주(所有主)”는 “제국 소유주”나 “제국을 거머쥔 사람”이나 “제국을 가진 쪽”으로 손보고, “신진(新進) 유망(有望) 기업”은 “새로 뜨는 기업”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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