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닦이 삼총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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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83



반가운 동무들과 함께

― 창문닦이 삼총사

 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7.9.30.



  나는 아침저녁으로, 또 낮으로 뒤꼍에 섭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나무를 살피고, 우리 집 뒤꼍에서 돋는 풀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뒤꼍에 서면, 으레 온갖 새가 우리 집 둘레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우리 집을 찾아오고, 딱새와 참새와 박새가 우리 집을 기웃거립니다. 먹이를 찾는지, 그저 다리쉼이나 날개쉼을 하려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온갖 새는 우리 집에 깃들면서 느긋하게 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는 농약을 안 치고, 나뭇가지를 섣불리 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나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곧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새를 바라보면 즐겁습니다. 새는 무척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가르면서 날고, 새는 몹시 보드라운 목청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가끔 새하고 눈이 마주친 채 오래도록 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새와 눈이 마주쳐서 가만히 서로 바라보노라면,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도 된듯이 가벼우면서 설렙니다. 새하고 마주치는 눈길이 반갑습니다.


  때로는 사마귀와 눈이 마주치기도 합니다. 사마귀는 덩치가 커다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흠칫 놀라지요. 뒷걸음을 하다가도 앞발을 듭니다. 무섭기 때문에 앞발을 드는구나 싶어요.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저 바라봅니다. 그저 바라보면서 사마귀가 두려움을 떨치기를 기다립니다.



.. 건물을 산 사람이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나라면 그 건물을 옛날처럼 과자를 파는 열심 가게로 다시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13쪽)



  잠자리나 나비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먼 옛날부터 사람과 이웃이었어요. 그래서, 잠자리나 나비는 사람들 머리나 어깨나 손가락이나 팔등에 내려앉아 날개를 쉬면서 따스한 기운을 우리한테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잠자리는 수많은 날벌레를 잡아먹고, 나비는 ‘사람이 심은 남새’에 꽃가루받이를 해 주면서 함께 돕고 살았습니다.


  이리하여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잠자리랑 나비하고도 늘 눈을 마주하면서 살았습니다. 내 팔등에 내려앉은 잠자리하고 가만히 눈을 마주해 보셔요. 대단히 아름답고 놀라운 숨결이 찌르르 떨면서 내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내 손등에 내려앉은 나비하고 살그마니 눈을 마주쳐 보셔요. 아주 고우면서 포근한 숨소리가 파르르 떨면서 내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이 지구별에서는 모두 우리 동무입니다. 이 지구별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이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동무요, 사람과 나무 사이도 동무입니다.



.. 운전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가 우리를 보았다. 운전수는 위에서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기린과, 펠리컨과, 원숭이와, 나를 보았다. 하지만 표정도 하나 변하지 않았고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영국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의 운전수는 어떤 걸 보아도 놀라지 않는가 보다 ..  (39쪽)



  로알드 달 님이 글을 쓰고, 퀜틴 블레이크 님이 그림을 그린 《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를 읽습니다. 영어로 나온 책에는 ‘기린과 펠리와 나’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한국말로 옮기면서 책이름이 바뀝니다. 책이름을 바꿀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야기책에 나오는 창문닦이는 ‘기린과 펠리컨과 원숭이’ 셋입니다. 여기에 ‘내’가 있어요. 창문닦이 일을 하는 세 짐승은 창문도 닦지만, 버찌와 능금도 따고, 여러모로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나’는 세 동무와 함께 멋진 일을 하고 신나는 삶을 누립니다. 그래서, 책이름을 바꾸더라도 ‘사총사’로 하든지 ‘네 친구’로 적어야 올발라요.



.. 그제야 영문을 알아챈 공작님은 버찌 하나를 안 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는 씨를 뱉어냈다. “이 버찌를 따는 솜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을에 사과도 따 줄 수 있겠느냐?” ..  (56쪽)



  로알드 달 님이 쓴 이야기책을 찬찬히 읽으면, 영국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사람이 사는 집에서 벚나무 열매는 퍽 높은 곳에 달립니다.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도 손이 안 닿을 만한 데에 버찌가 맺혀요. 부잣집 아저씨는 벚나무 가지를 휜다든지 자르지 않습니다. 나무가 높이 자라면 높이 자라는 대로 두면서 열매를 땁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나무가 높이 자라도록 두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능금나무도 귤나무도 포도나무도 무화과나무도 모두 가지를 휩니다. 사다리를 밟지 않고도 열매를 딸 수 있을 만큼 ‘키 작은 나무’로 바꾸어요. 한국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곧게 자라도록 두지 않습니다. 자꾸 가지를 쳐서 ‘열매 따기 수월하도록’ 나무를 괴롭힙니다.


  영국에서는 창문닦이 이야기를 쓸 수 있고, 창문닦이가 나무열매를 따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이웃나라에서는 나무가 곧고 우람하면서 아름답게 우거지는 모습을 둘레에서 쉽게 마주할 테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나무와 함께 삶을 짓는 이야기를 쓰기도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 “누군가가? 누군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너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가 함게 그렇게 하자.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과자점으로 만들자. 그리고 우리 새끼, 네가 그 가게를 가지거라!” ..  (99∼100쪽)



  이야기책 《창문닦이 삼총사》에서는 세 동무, 아니 네 동무, 아니 마지막에서는 ‘다섯 동무’가 된 숨결이 서로 아끼면서 사랑하는 삶을 보여줍니다. 더 나은 동무가 따로 없고, 덜떨어지는 동무도 따로 없습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함께 웃고 노는 사이입니다. 서로 보듬으면서 함께 노래하고 어우러지는 사이입니다.


  모름지기 동무라면 따사로운 눈빛으로 사랑을 밝히리라 생각합니다. 참말 동무라면 너그러운 눈망울로 꿈을 키우리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짐승도 동무가 되고, 사람과 벌레도 동무가 되며, 사람과 나무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서로 아낄 수 있을 때에 동무입니다. 서로 빙그레 웃음으로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때에 동무입니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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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머리를 기대며



  두 아이는 서로 툭탁거리다가도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논다. 두 아이는 둘도 없는 놀이동무요 삶지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어버이가 둘도 없는 삶동무요 곁님이듯이,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숨결이다. 두 어버이가 만나서 삶을 이루듯이, 아이들은 저마다 씩씩하게 자라서 새로운 숨결을 찾아 새롭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겨울이 저물면서 차츰 따스하게 바뀌는 저녁햇살을 함께 쬔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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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뿅뿅이 놀이 1



  읍내 가게에서 물뿅뿅이를 하나 장만했다. 여덟 살 큰아이는 물뿅뿅이 놀이에 흠뻑 사로잡혔다. 이 조그마한 놀잇감을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을까. 물뿅뿅이 놀이에 아이들이 흠뻑 사로잡히리라는 생각을 누가 처음으로 했을까. 물과 바람과 작은 고리와 막대와 통으로 이루어진 이쁘장한 놀잇감은 언제 보아도 멋있고, 이 놀잇감을 손에 쥔 아이들도 멋있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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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느라 그랬어요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5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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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4



서로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눈망울

―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펴냄, 2015.1.20.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님이 글을 쓰고, 이반 체르마예프 님이 그림을 그린 《생각하느라 그랬어요》(책과콩나무,2015)를 읽으면, 아이는 어른과 달리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서 둘레를 살펴보는가 하는 이야기를 헤아릴 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는 ‘응, 그러할 테지’ 하고 여길 텐데, 어른인 우리도 아이였을 적에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던’ 숨결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른으로 자라면서 왜 아이 마음을 잃거나 잊을까요? 사람은 몸이 자라는 동안 왜 ‘어린 몸’에 깃들던 ‘큰 마음’이 사라지거나 없어질까요?


  어른은 언제나 바쁩니다. 이것을 하느라 바쁘고 저것을 하느라 바쁩니다. 이 일에 매달리느라 바쁘고 저 일에 얽매이느라 바쁩니다. 느긋하게 삶을 돌아볼 겨를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차분하게 사랑을 되새길 틈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 나는 수박을 생각해요. 나는 빨간 꽃들을 생각해요. 나는 생각해요 ..  (8쪽)




  아이는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봅니다. 참으로 다른 눈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왜 어른과 다른 눈일까요? 아이는 아이요, 어른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와 어른은 서로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때에 이러한가 하면, 서로 ‘새로운 곳’을 바라볼 때에는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맑은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되어요.


  한편,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새로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새롭게 빛나는 같은 눈’이고,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기운을 잃은 같은 눈’입니다.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눈부신 같은 눈’이고,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차갑고 메마른 같은 눈’입니다. 맑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맑게 아름다운 같은 눈’이고,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죽음으로 치달리는 같은 눈’이에요.



.. 나는 생각해요. 손과 발과 팔과 다리를 생각해요. 만약 팔이 다리이고 팔에다 입는 바지가 있다면 손으로 땅을 짚고 신나게 돌아다닐 수도 있겠죠 ..  (14쪽)




  생각해 보셔요. 함께 웃고 노래할 때에 기쁩니다. 생각해 봐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일하고 놀 때에 즐거워요. 생각을 기울여요. 봄볕을 쬐면서 함께 봄나물을 뜯고는, 함께 봄나물을 헹구어 밥상을 차리면 웃음이 터져요. 손을 맞잡고 길을 걸어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요.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새롭고 사랑스러우면서 맑은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얼른 옷을 걸치고, 빨리 양말을 신으며, 후다닥 신을 꿸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를 기다립니다. 따순 손길로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기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고운 마음결로 살림을 꾸리면서 넉넉한 집안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학교에서 시험성적 잘 받기를 기다립니다. 상장을 거머쥐거나 이름난 대학교에 붙거나 돈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기를 기다립니다.




.. 나는 엄마를 생각해요. 백만 번, 천만 번, 억만 번 엄마를 생각해요. 나는 고릴라만큼, 코뿔소만큼, 코끼리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나는 생각해요 ..  (28쪽)



  어른도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생각하리라 봅니다. 이래 다그치거나 저래 윽박지르더라도 마음속에는 오롯이 사랑이 있으리라 봅니다. 어른도 아이를 마주하면서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리라 봅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 돌듯이 오가도록 내모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는 이 아이가 홀가분하게 뛰놀면서 하늘바람을 가득 마시기를 바라리라 봅니다.


  기쁘게 뛰노는 아이가 맑은 생각을 품으면서 자랍니다. 기쁘게 노래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운 생각을 돌보면서 자랍니다. 새롭게 웃는 아이가 고운 생각을 아끼면서 자랍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자라기를 바라요. 아이 곁에서 어른도 늘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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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이 쓰는 글은



  나는 시골사람이다. 그러니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 그런데, 시골사람이 시골에서 살며 누리는 이야기를 글로 써도, 이를 실을 자리(매체)는 매우 드물다. 거의 모든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는 도시에만 있기 때문이다. 시골사람 이야기를 귀여겨듣는 사람이 드물 뿐 아니라, 도시에서 살며 시골로 가겠노라 꿈꾼다는 사람도 시골 이야기를 그리 귀여겨듣지는 않는다.


  날마다 새롭게 나오는 수많은 책 가운데 ‘시골사람이 사서 읽으라’는 뜻으로 나오는 책은 찾아볼 수 없다. 시골사람 삶자리와 눈높이에 맞추어서 새롭게 태어나는 책은 참말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책은 ‘도시사람이 사서 읽으라’는 뜻으로 엮어서 나온다. 이런 흐름이니, 그나마 아직 시골에 있는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는 ‘시골 이야기를 다룬 책’은 읽을 수 없다. 다들 ‘도시 이야기’만 읽는다. 신문도 그렇고 방송도 똑같다. 시골아이가 도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사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글쓰기 길잡이 이야기책’에 실을 글을 지난해에 썼다. 글을 마친 지 여섯 달이 지났다. 엊그제, 이 글을 받은 출판사에서 글을 고치거나 손질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출판사에서 바라는 생각이 맞다. 오늘날 나오는 ‘모든 책’은 ‘도시사람이 읽으라고 내는 책’이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은 ‘시골사람이 읽으라고 쓴 글’이거나 ‘시골사람 눈높이에 맞춘 글’이다. 도시 어린이가 시골을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쁠 까닭이 없다. 그러나, 도시 어린이가 도시에서 도시를 가만히 헤아리면서, 시골이라고 하는 이웃을 함께 돌아보도록 돕는다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한다.


  이리하여, 글을 몽땅 고쳐쓰기로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고쳐쓰자고 생각한다. 이러면서 글을 새로 쓰는데, ‘도시사람이 도시사람한테만 읽히려고 쓰는 글’이든 ‘시골사람이 시골사람한테만 읽히려고 쓰는 글’이든 모두 똑같은 굴레가 되겠다고 느낀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떠나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누릴 글을 쓰고, 이 지구별에서 서로 이웃이요 동무로 지내는 기쁜 사랑을 나누는 글을 쓸 노릇이다.


  왜 이 대목을 놓친 채 지난해에 그 글을 썼을까. 그래도, 여섯 달이 지난 오늘 그 글을 돌아보면서 기쁘게 손질할 수 있으니 고맙다. 새봄에 퍼지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면서 하나하나 매만진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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