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햇볕받이 2023.10.14.흙.



해를 받기에 모든 풀꽃나무가 살고 자라.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자라는 버섯이라지만, 햇빛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 다른 풀꽃나무가 받거나 튕기는 볕살을 그늘진 데에서 부드럽게 맞이한단다. 버섯은 볕바라기가 아닌 듯하면서도 볕바라기야. 볕이나 빛이 바로 드는 곳에서는 삶죽음이 고요히 흐르지 않아. 버섯은 숲이 가만히 잠들고서 씩씩하게 깨어나도록 잇는 길목을 맡아. ‘이음잡이·이음길잡이’라고 하겠지. 바다밑에서 살아가는 뭇숨결도 매한가지야. 부드럽고 잔잔하게 퍼지는 기운으로 바다가 새롭게 ‘나고지는’ 길을 잇는 몫이란다. 모든 ‘바닥’은 ‘맨끝’이면서 ‘맨처음’이거든. 바닥을 쳐야 솟아. 바닥으로 고꾸라지기에 바닥부터 일어서. 바닥을 이루는 바다란 바탕이면서 밭이지. 사람이라는 숨결은 스스로 어느 바닥에 설까? 스스로 어떤 바탕을 품고 어떤 밭을 지을까? 바다라는 마음과 눈과 넋을 품는다면, 이 땅에서 바람소리를 바람말로 알아들으면서 바람춤을 펴겠지. 해를 꺼리거나 등지면 살가죽이 죽어. 해를 잊다가 잃으면 뼈가 삭아. 해를 모르거나 안 배우면 마음이 메말라. 햇볕받이를 하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아침에 낮에 저녁에 다 다르게 드리우는 해를 머금기를 바라. 너는 네가 바라보는 곳에서 스스로 북돋아. ‘허깨비’를 쳐다보느라 헛심을 쓰거나 헛바람에 사로잡히기도 하겠고, ‘허울’을 뒤집어쓰느라 속알이 텅 비기도 하겠지. 아프거나 앓을 적마다 해를 그리고 떠올리렴. 해바라기로, 비바라기로, 별바라기로, 숲바라기로, 새바라기로, 사랑바라기를 스스로 펴면서 반짝반짝 따뜻따뜻 바꾸어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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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수준 2023.11.20.달.



눈(수준)에 안 맞는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러나 눈에 안 맞더라도 생각을 밝히거나 키운단다. 비슷한 무리에 있을 적에는 비슷비슷 섞이다가 물들게 마련이야. 조금 낮은 무리하고 있으면, 저절로 낮게 가면서 물들어. 조금 높은 무리하고 있는 동안, 이제까지 스스로 어떤 눈이었는지 알아보면서 차츰 가다듬고 바꾸어 갈 눈길을 내다보곤 해. 세 살 어린이한테는 서른 살 어버이가 까마득하겠지. 다섯 살 어린이나 일곱 살 어린이나 아홉 살 어린이도 매한가지야. 그러나 모든 어린이는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조금씩 소꿉을 논단다. 쉽다면 다 쉽고, 어렵다면 다 어렵거든. 그래서 이쪽이건 저쪽이건 그냥 다 품으면서 해보게 마련이고, 이러면서 스스로 눈매를 기르지. ‘눈금(수준)’을 안 보면서 밀어붙이다가는 다 떨려나갈 텐데, 눈금을 보되 마음속으로 포근하게 사랑을 펴면 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때까지 자꾸 얘기하지 않아도 된단다. 넌 ‘참’을 말하고 ‘사랑’을 속삭이면 되거든. ‘참’과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어. 참은 모두 참이고, 사랑도 언제나 사랑이야. 거짓은 죄다 거짓이지. 미움도 모조리 미움이야. ‘큰 참’이나 ‘낮은 참’은 없어. ‘큰 거짓’이나 ‘작은 거짓’은 없지. ‘큰 이야기’나 ‘작은 이야기’도 없단다. 참빛을 사랑으로 이야기노라면 어느 날 눈을 뜨겠지. 거짓을 사랑없이 늘어놓으면 언제까지나 눈감을 테고. 네가 눈을 떠서 네 눈길을 틔우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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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가장자리 2023.11.12.해.



너희가 살아가는 별에 가장자리가 있을까? 푸른별(지구)이 동그란 공을 닮았든, 접시꼴처럼 생겼든, 가장자리란 없어. 얼핏 보면 어느 곳이 ‘끝’이나 ‘가장자리’로 보이겠지만, 푸른별을 통틀어 보면 모든 곳이 ‘가장 복판’인 ‘가운데’란다. 온누리(우주)로 보아도 가장자리란 따로 없이 모든 곳이 그저 ‘가장 복판’인 가운데야. 사람 사이에 줄을 세울 수 없어. 높은이도 낮은이도 없어. 왼사람도 오른사람도 없지. 모든 숨붙이를 보아도 똑같아. 숨길을 이으면서 스스로 즐겁게 삶을 이루고 이야기를 펴지. 그래서 마음을 열고서 눈코귀입을 트는 사람이라면, 나무한테서 나무살림 이야기를 듣고, 나무한테는 사람살림 이야기를 들려줘. 나비한테서 나비살림 이야기를 듣고서, 나비한테 사람살림 이야기를 알려주지. 마음을 열고서 마주하기에 바람·바다·구름·비·해·별·풀·바위·모래·벌레·새 누구하고나 동무로 어울리고 이웃으로 지낸단다. 마음을 열기에 늘 스스로 사랑을 지을 줄 알아. 마음을 안 열기에, 배우는 일도 깨닫는 일도 없이, 그만 늙고 낡고 찌들어 간단다. 네가 선 자리를 느끼렴. 살림자리인지 쳇바퀴인지 돌아봐. 꿈자리나 보금자리인지, 아니면 고삐나 굴레인지 살펴봐. 모든 네 자리는 네가 마음으로 싹틔우고 생각으로 가꾼단다. 네 마음이 가는 곳에 네 몸이 깃들어. 네가 씨앗을 말로 심고 눈길이며 손짓이며 발걸음으로 심으니, 네 하루가 흐를 수 있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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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여기저기 2023.11.11.흙.



모든 곳에 숨결이 있고, 이 모든 숨결은 빛이 나고, 이 빛은 씨앗을 품고, 이 씨앗에는 꿈이 흐르고, 이 꿈은 사랑으로 열고, 이 사랑은 삶이라는 하루에서 피어나고, 이 하루는 늘 다르게 이야기란다. 숨결을 느낄 적에는, 빛을 보고 씨앗을 알고 꿈을 그리고 사랑을 짓고 하루를 열어 이야기를 듣고 들려줄 수 있어. 모두 네가 하기 나름이란다. 여기저기 뒤적여야 알아내거나 찾아내지 않아. 어느 곳에 가만히 머물면서도 모든 곳을 느끼고 읽고 보고 알게 마련이야. 왜 그렇겠니? 모든 숨결은 다 다르되, ‘숨결’이라는 대목으로는 같아. ‘다르면서 나란하게 속으로 담은 숨빛’을 느끼고 읽을 적에는, 눈을 감으면서 다 보고, 손이 안 닿더라도 다 느끼지. 너희는 ‘여행’을 한다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척’하지만, 마음눈을 틔우지 않은 채 움직이면, 막상 속빛은 못 보고 모르는 채 껍데기를 훑다가 그친단다. 어디에 가거나 있든 너는 너야. 걷거나 자거나 달려도 너는 너야. 안 먹거나 먹거나 너는 너야. 말하거나 듣거나 너는 너야. 빠르거나 느리거나 너는 너야. 네 숨결을 늘 돌아보고 새기면서 펴기에 너로서 오늘을 살고 여기에서 삶이라는 이야기를 여민단다. 네가 네 숨결을 모른다면, 어디에 있든 ‘참빛’하고 등진 채 휩쓸리고 헤매지. 넌 언제 가겠니? 넌 언제 그치겠니? 넌 무엇을 하겠니? 넌 무엇을 안 하겠니? 바람을 쏘이면, 바람은 갯내음도 담배내음도 꽃내음도 별내음도 훅훅 털면서 맑게 쓰다듬는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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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사층(4) 2023.11.10.쇠.



봄이 오면 곳곳에서 싹이 트고 풀이 돋아. 봄에는 밤이 쌀쌀하더라도 낮은 볕이 넉넉하지. 이른봄풀은 새봄을 기쁘게 맞이하려는 누구한테나 싱그러이 푸른빛을 나눠줘. 늦가을에 이따금 봄풀이 돋기도 해. 늦가을도 밤이면 썰렁한데, 낮에 볕이 포근하게 들 때가 있거든. 이러면 적잖은 ‘이른봄풀’은 “아! 우리가 일어나서 둘레에 푸른빛을 베풀어야겠구나!” 하고 느껴. 그러나 곧 아침저녁 모두 얼어붙는 겨울이 오는데, 늦가을에 돋은 이른봄풀은 “아하! 너무 일찍 일어났구나! 그렇지만 새봄에 다시 일어날 동무가 있어!” 하고 끝말을 남기고서 시들어. 들숲에서 살아가는 짐승과 풀벌레는 늦가을에 돋은 풀이 대단히 반갑고 고마워. 긴긴 겨울을 보내기 앞서 숨을 돌리고, 새기운을 얻거든. 죽음이 어디 있을까? 봄가을에 여름이 있고, 겨울이 있을 뿐이야. 나고 지고 흙으로 돌아가서 쉬고는 새로 깨어나. 묵은 몸을 내려놓기에 흙으로 스미면서, 이 흙은 까무잡잡한 빛에 구수한 냄새를 품어. 모름지기 ‘흙빛 = 깜빛’이고, ‘흙 = 숨결이 흐르면서 깃드는 곳’이요, ‘몸과 숨이 흐르는 길에 거치는 곳’이기도 해. 너희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4’를 ‘사(死)’로 읽으면서 ‘나쁘다(불길)’고 여기더구나. 우습지. 어떻게 그처럼 바보같을까. 잘 보렴. ‘4’라는 ‘셈(세는 말)’은 ‘나(너가 아닌 나)’로 읽을 수 있어. 너희가 스스로 보고 느끼고 알아가자면 ‘나’가 무엇인지 품을 노릇이야. 다 다른 ‘나’가 함께 살아가는 별이기에 ‘우리’를 이뤄. ‘우리’는 ‘어울림’이자 ‘너울’이고 ‘하늘(한울)’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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