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102. 비가 와서



비가 와서 자동차를 닦아 줘

비가 와서 마당도 쓸어 줘

비가 와서 못물이 찰랑거려

비가 와서 유자알이 더 노래

비가 와서 마을고양이가 춥나 봐


늦가을에 비가 와서

가랑잎이 아이 추워 하며

톡톡 떨어지고


겨울 앞두고 비가 와서

오늘 우리는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 먹지



2015.11.16.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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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3] 골목마을



  이 길에 서자.

  손을 잡고 걷자.

  함께 햇볕 쬐면서.



  모든 길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생기고, 그러니 길에 깃든 마을을 읽을 수 있으면 깊고 너른 수많은 이야기가 샘솟으리라 느낍니다. 어깨를 맞댄 집이 다닥다닥 붙었다고 하는 골목마을인데, 작은 집이 촘촘히 모였다고 할 만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조촐한 살림살이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이좋게 지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든 모두 괜찮습니다. 어둡게 바라보든 밝게 바라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함께 사는 이웃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됩니다. 이 골목에서 손을 잡고 함께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마시는 사이인 줄 느끼면 됩니다. 4348.11.2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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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3. 종이가 모자란 그림



  그림은 종이에도 그립니다. 그림은 종이에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이 맨 처음 태어나던 때부터 그림은 따로 종이가 아닌 모든 곳에 그렸습니다. 하늘에 대고 그림을 그렸고, 냇물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흙바닥이나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어요. 사람이 지구별에서 살아온 발자국을 거슬러 올라가면 ‘종이를 빚어서 쓴 햇수’는 몹시 짧습니다. 아스라한 옛날에는 바위나 동굴에도 그림을 그렸지요. 오늘날까지 남은 오래된 그림은 적지만, 사람들 가슴속에 아로새긴 그림은 무척 많아요. 사진은 필름이나 디지털파일로 찍는다지만, 먼저 가슴속에 찍어야 사진이 태어납니다. 그림순이가 ‘종이가 모자라’다며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먼저 가슴속에, 이런 뒤에 사진기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4348.11.1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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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101. 내가 별이라면



내가 별이라면

내가 지구라는 별이라면

내가 달이나 해라는 별이라면

저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라면


내 몸이 될 땅에

총이나 칼이나

탱크나 잠수함이나

핵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군대나 대통령이 아닌


맑은 숲이랑 냇물이랑

바다랑 골짜기랑 들이랑

숲짐승이랑 벌나비랑

풀벌레랑


이 모두를

착하고 곱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겠네.



2015.11.13.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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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새벽마다 우리 집에

휘파람새 검은등지빠귀 찾아와

어서 일어나렴

함께 놀자

고즈넉하며 우렁차게 부른다.


햇살이 차츰 퍼지고

햇볕이 따뜻하다.


풀잎마다 이슬이 앉았구나.

나무는 간밤에 무슨 꿈 꾸었나.

곁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물 한 잔 마시고

기지개 켜며

아침을 연다.



2015.11.8.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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