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가방


앞뒤하고 옆으로 멘 가방을
맞이방 한쪽에 내려놓으니
겉옷을 벗어서 아버지한테 내민 뒤
바퀴 달린 옷짐가방을 
이리저리 밀고 당기면서
빙글빙글 노래하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내내 웃음꽃돌이 되어
아버지도 여기에서 함께 춤추며 노는
춤돌이가 되도록 북돋아 준다.


2015.11.30.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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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고요하며 까맣던 밤이 지나면
부산스레 하얀 새벽이 찾아와
어느덧
눈부신 햇살 퍼지는 아침입니다.

밥을 짓고
말을 섞고
노래를 하면서
하루를 열고

웃고
춤추고
일하고 놀면서
하루를 닫습니다.

이제
복닥거리며 밝은 무지개빛은 저물고
새롭게 차분한 별잔치로 넘어갑니다.


2015.11.28.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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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동생이 버스에 먼저 오르고

내가 다음으로 오르면

어머니가 타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탄다.


동생이 먼저 폴짝폴짝 뛰며

버스에서 내리면

잇달아 내가 콩콩 뛰어

버스에서 내리고,


이제

어머니 아버지

천천히 내려서

우리 손을 잡는다.



2015.11.22.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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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7. 책방마실을 하지만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책놀이를 하지 않고 ‘장난감 비행기 놀이’를 하는 우리 집 작은아이입니다. 시골집에서 갖고 놀던 ‘조각맞추기 장난감’을 한손에 들고 먼먼 나들이를 나오는 작은아이입니다. 시외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또 책방에서도 이 장난감 비행기를 손에서 떼지 않고 내내 갖고 노는 작은아이입니다. 너도 참 대단하네 하고 노래하며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 아이 모습은 바로 내 어릴 적 모습입니다. 나도 이 아이만 하던 때에는 ‘책’이 아니라 ‘장난감’만 붙들고 하루 내내 놀았어요.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 어릴 적에 어떤 모습으로 웃고 뛰놀았는가 하는 대목을 낱낱이 새롭게 깨닫습니다.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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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꿈



자느라 몰랐는데

아침에 아버지가 얘기하네

내가 자면서

까르르 하하 웃음 터뜨려서

뭔 일인가 하고

한밤에 잠을 깼대.


웃으며 꿈나라 누비는

내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불깃 여미고서야

아버지는 비로소

눈을 붙이셨다네.


우리 아버지는

아침에 늘 하품을 길게 하던데

내가 날마다

웃음 터뜨리며 자기 때문일까?



2015.11.2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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