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90. 진흙탕 놀이 신나



  진흙탕 놀이가 신나는 놀이돌이는 진흙탕에 긴신을 척 박은 뒤 “나, 이제 못 나와! 발이 안 움직여!” 하면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듭니다. 그러게, 너 이제 못 나오겠네, 못 나오면 집에 못 가겠네, 집에 못 가면 맛난 밥 못 먹겠네, 맛난 밥 못 먹으면 배고프겠네, 하고 노래를 하니, “아냐! 나올 수 있어!” 하면서 어그적어그적 진흙탕에서 빠져나옵니다. 이 놀이돌이뿐 아니라 아버지인 나도, 어머니인 곁님도, 누나인 큰아이도 모두 이렇게 진흙탕 놀이를 누리면서 다섯 살 이 나이를 지나왔지요. 아버지인 나랑 어머니인 곁님은 이런 놀이를 사진으로 찍어 준 사람이 없었으나, 누나인 큰아이하고 다섯 살 작은아이는 사진으로 곱게 찍힙니다. 4348.12.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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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4] 손으로



  손에 피리를 쥐고

  살며시 바람을 넣으면

  어느새 새로운 노랫소리.



  뛰어나거나 빼어난 사람이 악기를 켜거나 타거나 쳐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손을 움직여서 악기를 켜거나 타거나 치면 모두 훌륭합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기타를 잘 튕겨야 노래가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피리를 잘 불어야 고즈넉한 노래가 되지 않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따사로운 숨결로 악기를 손으로 쥐면, 바로 이곳에서 언제나 새롭고 새삼스러운 노랫가락이 태어납니다. 4348.1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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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



아이는 저 스스로

갖고픈 장난감을 집어요.

값 적힌 종이를 보지 않아요.

남이 저것을 어찌 여기느냐도

안 따져요.


아이는 오직 저 스스로

제 마음을 읽고

이 마음소리를 살려서

기쁘게 노래해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고이 서도록 이끄는 책은

책값이 대수롭지 않아요.

삶을 사랑하는 눈길을 틔우고

사랑을 사랑하는 손길을 보듬으니

스스럼없이 고르지요.


책을 고르며 따질 대목은

늘 하나

바로 마음으로 퍼지는 노랫소리.



2015.11.28.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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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9. 놀면서 걷는 논둑길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제 이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닐 적에 힘이 부쩍 듭니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서 함께 발판을 구르니 자전거가 한결 달 달리도록 도와주지만, 그래도 두 아이 몸무게는 묵직합니다.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으레 헉헉거리면서 논둑길에서 서기 마련이요, 두 아이더러 “우리 좀 걸을까?” 하고 묻습니다. 두 아이는 자전거에서도 즐겁고, 논둑길을 달리거나 걸을 적에도 즐겁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가 뒤돌아보며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릅니다. 땀을 옴팡 쏟으며 아이들 꽁무니를 좇다가 이렇게 부르는 소리에 기운을 차리면서 사진 한 장을 고마이 얻습니다.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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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8. 책을 읽는 발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손만 깔작이면서 책을 넘기지 않아요.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활짝 열면서 온마음을 기쁘게 펴고는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때에 온몸이 함께 움직이면서 책하고 마주하지요. 놀이를 할 적에도 이와 같고,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거들 적에도 이러한 몸짓이에요. 웃을 적에도 얼굴로만 찬찬히 움직이지 않아요. 온몸을 써서 웃고, 온몸을 써서 춤추며, 온몸을 써서 노래합니다. 책을 함께 읽는 작은아이 발바닥은 누나 목소리에 따라 마룻바닥을 콩콩 울립니다. 즐거운 이야기에 즐겁게 발을 구르고, 발굴리기는 온 집안에 넘실넘실 흐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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