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일어서며 새싹이 돋고
해가 누우며 풀이 죽고
따순바람 불며 꽃이 피고
찬바람 불며 잎이 지고

겨우내
풀씨 꽃씨 나무씨 모두
흙 품어 가랑잎 품에 눈밭 품에
고이 안겨서 자다가
해가 다시 일어서는 날
기다리면서
꿈꾼다.


2015.12.2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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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먹기


“눈 오네.”

어머니 한 마디에
동생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문 박차고 맨발로
마당으로 튀어나간다

입 헤 벌리고
혀 날름 내밀어
눈송이 받는다

마당을 달리며 눈 받는데
아이 발 시려
얼굴 시려
손 시려

부리나케
양말 꿰고 장갑 끼고 모자 쓰고
털신 신고는
다시 눈먹기 한바탕

2015.12.1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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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6] 영화란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함께 지켜보며 사랑을 배울 만한

  영화를 찍는 손길



  모든 글은 저마다 가꾸는 삶을 담고, 모든 그림이나 사진은 저마다 일구는 삶을 담습니다. 모든 영화는 저마다 사랑하는 삶을 담아요. 모든 영화를 아이하고 함께 볼 만하도록 찍어야 하지 않으나,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함께 지켜보며 사랑을 배울 만한 영화가 넉넉히 없는데에도 굳이 ‘어른끼리만 보는’ 영화를 찍어야 할까 하고 돌아보면, 아무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야 맙니다. 어린이문학은 제대로 없이 어른문학만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문학일까요? 어린이책은 제대로 없이 어른책만 있으면 얼마나 멋진 책마을일까요? 아이가 먹기 어려운 밥만 마련한다면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살림일까요? 4348.12.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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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4.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지기



  낮잠을 거르면 몹시 힘들어 하는 작은아이인데, 재미나게 놀 수 있으면 낮잠쯤 그야말로 거뜬히 건너뛰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그맣고 여린 아이인 터라, 낮잠을 안 자고 내처 놀기만 하면, 서너 시라든지 너덧 시에 스르르 눈이 감기거나 쉽게 골을 부리지요.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라치면 배고픔보다 졸음이 먼저라, 몇 숟갈 뜨지도 못하고는 고개를 이리 까딱 저리 까딱 하다가 아버지 무릎을 찾아서 폭 기댑니다. 밥상맡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를 내 무릎에 누여서 토닥이다가 이불을 가져와야겠구나 싶어서 곁님 무릎으로 옮깁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다시 토닥여 줍니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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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해님이 큰 빗자루로

하늘을

신나게 쓸었나 봐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네


새파래

새파란 하늘이야


그런데 좀 덥다

구름 하나 없으니

가을에도 땡볕이야



2015.11.11.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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