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모아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로 다녀올 적에


뱀이나 새나 오소리나

개구리나 사마귀나 나비나

고양이나 다람쥐 같은

우리 숲 이웃이

자동차에 치여 죽어서

핏물 흐르는 주검을

더러 본다.


달리던 자전거를 세우고

주검 곁으로 간다.


많이 아팠겠다

이제 아프지 않아

다음에는 꽃으로 나무로

곱고 씩씩하게 다시 태어나렴


납작해진 주검을

길바닥에서 떼어내

풀섶으로 옮긴다.


두 손 모아 절을 한다.



2015.11.2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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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0. 겨울에 날릴 씨앗



  겨울에는 겨울 씨앗을 날립니다.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봄 씨앗을 날리고, 여름에는 여름 씨앗을 날리지요. 철마다 다 다른 풀이 돋고 꽃이 피며 씨앗을 맺거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면 철마다 다 다른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한결 넓고 깊이 어릴 적부터 익혔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도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면 어릴 적부터 얼마든지 숲바람을 마시거나 숲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솜털이 보드랍게 달린 박주가리 씨앗을 겨울 한복판에 아이들하고 마당에서 날리며 이 겨울을 새롭게 비추는 숨결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고무신을 꿰고 마당에서 놉니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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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9. 시골버스는



  아이들하고 마을 앞을 크게 한 바퀴 돌다가 시골버스를 만납니다. 먼저 이웃마을에서 우리 마을 앞으로 천천히 달려오는 모습을 봅니다. 논둑길로 접어들 무렵 시골버스는 우리 마을 어귀를 지나갑니다. 들판으로 나오니 시골버스는 어느덧 저만치 앞에까지 나아갑니다. 빈들을 가로지르는 시골버스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빈들을 바라보고, 빗방울이 듣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세 곳에서 똑같은 버스 한 대를 바라보면서 세 가지 다른 모습을 헤아립니다. 이곳으로 다가오고, 코앞에서 지나가고, 저 멀리 사라지는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4348.12.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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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8. 하늘을 마시며 논다



  하늘을 마시면서 놉니다. 그야말로 하늘을 마시면서 놉니다. 새파랗게 물드는 하늘을 마시면서 놀고, 이 새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을 마시면서 놀아요. 그리고 이 새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바람을 사뿐사뿐 날리는 바람을 마시면서 놀고, 이 바람결에 묻어나는 숲내음을 마시면서 놀아요. 하늘을 마시기에 거리낌이 없고, 하늘을 마시기에 홀가분합니다. 하늘을 마시기에 마음껏 어디로든 달릴 수 있고, 하늘을 마시는 곳에서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오직 파란 꿈을 푸르게 가슴에 담으면서 이야기를 지으니, 사진 한 장도 조용히 재미나게 태어납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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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내가 사는 우리 집에

짙푸른 바람

나무 따라 풀 따라

흙내음 담지.


동무 사는 우리 마을

싱그러운 바람

눈꽃송이 구름송이

함께 타고 놀지.


이웃 사는 우리 고장

해 닮은 바람

포근포근 사랑스레

손을 맞잡지.


너랑 나랑 우리 별에

새파란 바람

숲에서 태어나 퍼지는

고운 꿈 되지.



2015.12.5.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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