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68] 이야기꽃으로



  이 손짓 저 눈짓 그 몸짓

  골고루 모여서

  무지개 한 가닥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은 일도 모두 곱게 내려앉아서 마음속에서 이야기꽃으로 피어납니다. 힘든 일이기에 그때 참 힘들었네 하고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힘들지 않던 일이었기에 그때 참 그랬지 하며 새롭게 되새깁니다. 기쁨은 기쁨대로 이야기 꽃씨가 되고, 슬픔은 슬픔대로 이야기 풀씨가 됩니다. 꽃씨하고 풀씨가 어우러져서 풀밭이 되다가는 숲으로 거듭납니다. 모든 마음이 모여서 보금자리가 되고, 모든 사람이 어깨동무하면서 별 하나가 태어납니다. 4349.1.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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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3. 맨발로 흙놀이



  흙놀이를 하고 싶은 아이들은 소꿉 그릇을 들고 마을 곳곳을 돌면서 흙을 퍼다 나릅니다. 뒤꼍이나 텃밭에도 흙이 있지만, 가까이 있는 흙보다는 마을 한 바퀴를 빙글빙글 맨발로 돌면서 흙을 조금씩 퍼서 마당 한쪽에 쏟습니다. 그러고는 찬바람이 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맨발에 맨손으로 흙놀이를 합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나도 어릴 적에 이 아이들처럼 흙놀이를 했고, 나를 낳은 어버이도 틀림없이 오늘 이 아이들처럼 흙놀이를 했겠거니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은 모두 씩씩하게 흙을 만지면서 자랐을 테고, 이 흙내음을 온몸으로 아로새기면서 흙살림을 짓는 멋지고 씩씩한 시골지기로 살았을 테지요. 434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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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2. 망가진 세발자전거를 타고



  두 아이가 신나게 타고 놀던 세발자전거가 망가져서 더는 굴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아이는 곧잘 ‘망가진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놉니다. 작은아이는 ‘망가진 세발자전거’에서 손잡이랑 앞바퀴 있는 쪽을 외발수레처럼 밀면서 놀고, 큰아이는 뒷바퀴랑 안장이 붙은 쪽을 타면서 두 발로 바닥을 쿵쿵 찧고 뛰면서 놀아요. 두 아이가 탈 새 자전거를 좀처럼 장만해 주지 못하는데, 두 아이는 망가진 세발자전거로도 씩씩하게 놀아 주니 여러모로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멋진 아이들은 언제나 가장 반가우면서 사랑스럽고 재미난 사진님(사진모델)이 되어 줍니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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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1. 늦가을비



  겨울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고요히 잠재웁니다. 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푸릇푸릇 보듬습니다. 여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싱그럽게 살찌웁니다. 가을에 오는 비는 온 들과 숲을 어떻게 할까요? 첫가을에는 스산하면서도 아직 보드랍고 따순 비라면, 한가을에는 오들오들 살짝 추우면서도 하늘을 씻고 못을 채우는 비입니다. 그리고 늦가을에 내리는 비는 이제 곧 겨울이라는 대목을 알려주면서 온 들하고 숲에서 아직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 풀을 꽁꽁 얼리면서 얼른 사그라들라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차디차면서도 싯누렇고 발그레한 빛이 퍼지는 늦가을비 노래입니다. 434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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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7] 비에도 바람에도



  비가 오니 비가 반갑고

  바람이 부니 바람이 고마워

  햇볕 드는 겨울이 포근해



  비가 잔뜩 쏟아져서 큰물이 질 때가 있지만, 비가 오기에 숲이 푸르고 냇물이 맑습니다. 바람이 드세게 불기에 나무가 꺾이고 너무 추운 날이 될 때가 있으나, 바람이 불기에 하늘이 파랗고 기쁘게 숨을 쉽니다. 가시밭길이란 무엇일까요? 비바람이란 무엇일까요? 여름과 겨울에 마주하는 해님은 어떤 숨결일까요? 오늘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는 아침에 마음속에서 노랫가락을 길어올립니다. 434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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