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06.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



  가을꽃하고 놀던 하루를 기쁘게 아로새기려고 사진을 한 장 남깁니다. 다만, 사진으로 찍지 않았어도 이날 하루는 내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사진 한 장을 굳이 찍어 놓기에 이날 어떠한 숨결과 노래와 사랑이 흘렀는가 하는 대목을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만, 참말 사진이 아니어도 가을이 새로 찾아오면 마음에 아로새긴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낼 수 있어요. 사진이 있으면 눈앞에서 척척 꺼내어 바라보고, 사진이 없으면 마음에 아로새긴 그림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우리가 놀고 웃고 얼크러지는 하루는 늘 마음자리에 새롭게 깃듭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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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5. 유자알, 유자씨



  우리 집 뒤꼍에서 유자알을 땄습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땄어요. 이 유자알을 아이들하고 함께 헹구고 나서는 함께 마당에서 평상에 앉아서 유자알을 다듬었지요. 나는 유자알을 다듬고, 두 아이는 내 곁에서 조잘조잘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아요. 두 아이는 마냥 놀기만 하지만, 나는 아이들 놀이짓이랑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새롭게 기운이 나서 유자씨를 살뜰히 훑어서 유자차를 담급니다. 손이 많이 가고 손목이 저리면서 등허리가 결리는 일이지만, 이쁘장한 유자씨를 이쁘게 쳐다보면서 칼을 놀립니다. 이렇게 유자를 썰고 다듬고 씨를 추려서 유리병에 담근 지 두 달 만에 아주 맛나게 ‘우리 집 유자차’를 느긋하게 누립니다.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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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9] 눈을 감아도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으면

  마음으로 서로 만나고

  즐거이 노래를 부르지



  몸에 달린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면 겉모습만 살피기 마련입니다. 몸에 달린 눈이 아닌 ‘마음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속내를 살피기 마련입니다. 속내를 살피는 사이로 지낼 수 있는 삶이라면 그야말로 기쁜 숨결이 피어나도록 만나고 사귀고 어우러지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사랑으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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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자라면,

키가 하늘 높이 자라면,

껑충 뛰어올라 구름을 타고

머나먼 별나라로

나들이를 가지.


키가 조그마하면, 

키가 손가락만큼 조그마하면,

제비 등에 살포시 올라타고

바다 건너 이웃집에

마실을 가지.


키가 크면,

키가 나무처럼 크면,

할머니 안고 할아버지 업고

온누리 어디로든

재미나게 놀러다니지.


키가 콩알만큼 작으면,

키가 깨알만큼 작으면,

개미 등에 사뿐히 앉아

땅속 깊이 이곳저곳

신나게 누비고 놀지.



2015.12.8.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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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4. 아버지한테 선물



  자전거를 몰고 숲마실을 간 시골순이는 붉나무 잎이 곱다면서 자꾸자꾸 뜯고 또 뜯습니다. 이렇게 붉나무 잎을 한손 가득 뜯은 뒤에 시골순이가 보기에 가장 곱구나 싶은 잎을 건넵니다. “자, 아버지, 선물.” 아이는 저 스스로 가장 곱다고 여기는 것을 선물로 줍니다. 나는 아이한테 가장 곱다고 할 만한 것을 선물로 받습니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 네가 부채처럼 들고 놀아.” 하면서 돌려줍니다. 나로서는 아이한테 마음을 받을 수 있으면 넉넉하고, 나도 아이한테 마음을 줄 수 있으면 기쁩니다. 오늘 이곳에서 함께 짓는 삶이랑 살림이야말로 더없이 고운 선물입니다. 4349.1.1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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