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14. 눈을 먹자


  비가 오면 비를 먹어요. 눈이 오니 눈을 먹지요. 바람이 불면 바람을 먹어요. 햇볕이 내리쬐면 해를 먹지요. 우리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어요. 모두 내 몸이 되고 마음이 되면서 사랑이 되거든요. 신나게 먹으면서 춤을 춰요. 기쁘게 먹으면서 재미나게 웃어요. 나랑 함께 눈을 먹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 눈치 볼 일 없어요. 오로지 나만 바라봐요. 이 눈이 펄펄 내리는 하늘만 바라봐요. 내 즐거운 삶을 바라보면서 혀를 쏙 내밀고 눈맛을 함께 누려요. 오직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맛이랍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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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1] 한자말



  한자를 아는 사람한테는

  한자말이

  가장 쉬운 살림말



  한국말을 배우려 하는 외국사람한테는 한자말이 ‘외국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외국사람한테는 ‘토박이말’이든 한자말이든 똑같이 외국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소리로 듣고 외우지요. 어린이한테도 토박이말이든 한자말이든 모두 낯선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소리로 듣고 외우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섞어서 쓰기 마련이라, 아이들은 “똑같은 것을 가리키는 한국말·한자말”이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해 하면서 ‘한자말’ 뜻을 묻습니다. 이때에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국말로 한자말을 풀어서 알려주’어요. 아이들은 아하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하겠지요. 어른들은 왜 ‘똑같은 것’을 구태여 ‘두 가지 말’ 또는 ‘여러 가지 말’로 나타낼까 하고요. 국어사전이라는 책을 여러 번 읽어 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가운데 ‘사람들이 알 만하다’거나 ‘사람들이 쓰는’ 한자말은 매우 드뭅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가운데 90퍼센트는 덜어내야 비로소 국어사전이 한국말사전이 될 만하다고 느껴요. 한국사람이 쓸 말은 ‘그냥 한국말’이어야 합니다. 영어에서 왔든 일본말에서 왔든 한자에서 왔든 그냥 한국말을 즐겁게 쓸 수 있어야 해요. 한자 지식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말이어야 비로소 한국말다운 한국말이에요. 2016.2.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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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0] 1970년대



  정치나 사회가 어떠하든

  사람살이는

  나 스스로 짓지



  1970년대는 어떤 나날이었을까요. 아스라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나날일 수 있고, 어떤 군사독재자 때문에 서슬퍼런 나날일 수 있습니다. 배고프던 나날일 수 있고, 공장 노동자로 고단한 나날일 수 있어요. 새마을운동 때문에 힘겹던 나날일 수 있고, 새마을 지도자 어깨띠를 메고 으르렁거리던 나날일 수 있어요. 신나게 놀이하던 나날일 수 있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던 나날일 수 있습니다. 정치나 사회가 어둡기에 우리 보금자리가 어둡지 않습니다. 정치나 사회가 밝아도 나 스스로 어두운 마음이면 우리 집 살림은 어둡습니다. 정치나 사회가 어두워도 나 스스로 밝은 넋이라면 오늘 짓는 살림살이는 기쁜 웃음입니다. 2016.2.1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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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3. 물감짜기



  누구나 붓을 쥐면 그림쟁이가 되어요. 때로는 그림꾼이 되고, 때로는 그림님이 되지요. 때로는 그림지기가 되고, 때로는 그림넋이 빛나요. 어느 때에는 그림숨을 쉬고, 어느 때에는 그림바람을 마시며, 어느 때에는 그림놀이를 즐겨요. 무엇을 그려야 할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리면서 즐겁게 붓을 놀리기도 해요. 그런데, 때때로 그림보다 물감짜기가 한결 재미납니다. 한창 물감만 짜느라 바빠 그림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얘야, 그림을 그리니 물감만 짜니? 물감 짜는 놀이를 하니? 물감을 미리 짜 놓기만 하면 말라서 못 쓸 수 있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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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2. 너도 오리겠니


  놀이돌이도 종이버스를 함께 오리고 싶습니다. 그래, 너도 오리고 싶지? 머잖아 너도 이만 한 종이버스쯤 신나게 오릴 만하리라 생각해. 오늘은 아버지가 오려서 줄게. 살그마니 한손을 거들어 주렴. 네 손길을 이 종이버스에 곱게 담아 주렴. 언제나 즐겁게 곁에 두면서 신나게 노는 놀이동무로 삼아 주렴. 따사로운 손길로 넉넉히 보듬는 동안 이 종이버스에 푸른 숨결이 깃들면서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르며 땅속을 파고들 수 있지. 놀이하는 마음이 살림하는 마음이 되고, 놀면서 노래하는 몸짓이 사랑하면서 삶을 짓는 마음이 된단다.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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