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88] 담뱃잎과 찻물



  잎은 푸른 바람을 일으키고

  잎은 나물로 거듭나고

  잎은 샘물과 어우러지고



  담뱃잎은 나물로 삼지 않지만 마음을 다스리려고 태웁니다. 쑥잎은 봄에 고운 나물이 되는데, 쑥대를 말려서 쑥불을 지펴요. 모시잎으로 떡을 먹고 나물을 삼으며, 모시줄기로는 옷을 짓는 실을 삼아요. 나물로 먹으면 나물이 되어 고마운 잎이요, 찻잎으로 달이면 찻잎이 되어 고마운 잎이며, 그냥 풀이나 나무로 두면 푸른 바람을 일으키는 풀잎이나 나뭇잎으로 반가운 잎이에요. 2016.3.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노래/삶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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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7] 길찾기



  이 길이면 이대로 가고

  이 길 아니면 돌아가며

  씩씩히 한 걸음 두 걸음



  어머니와 아버지는 저마다 이녁 삶길을 스스로 길을 찾아서 걸어왔습니다. 나는 내 삶길을 스스로 찾아서 걸어갑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앞으로 스스로 길을 찾을 테고 그 길을 걸어갈 테지요. 내가 조바심을 내든 말든 내 길은 늘 내 길입니다. 내가 두려워하든 무서워하든 아무런 느낌이 없든 아이는 언제나 아이대로 아이 길입니다. 어버이와 나와 아이를 돌아보면, 나는 어버이와 아이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입니다. 어버이도 예전에는 징검다리였을 테고, 아이도 앞으로 징검다리가 되겠지요. 스스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길로 잇는 징검돌로. 2016.3.4.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노래/삶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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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6] 한국말다운 한국말



  바람처럼 맑고 싱그럽게

  해님처럼 밝고 포근하게

  냇물처럼 달고 기운차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한국말을 배우고 쓰지만, 오늘날 사회를 살피면 한국말다운 한국말은 거의 자리를 못 잡습니다. 이를 잘 깨달아서 어른부터 슬기롭게 말을 가다듬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지만, 이를 조금도 깨달으려 하지 않으면서 아이한테 말다운 말을 못 물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만 생각한다고 해서 말을 잘 하지는 않습니다. 삶을 생각하고 사랑을 생각하며 살림을 생각할 적에 비로소 싱그러우면서 포근하고 기운찬 말을, 가장 말다운 말이면서 생각다운 생각이 흐르는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2016.2.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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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7. 흔한 사진


  남달라 보이는 모습을 찾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남다른 모습을 담은 사진은 정작 아름답거나 기쁘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남다른 모습을 찾다 보니 ‘남다른 모습’은 찍지만 ‘사진에 실을 이야기’는 놓치기 때문입니다. 늘 마주하는 흔한 모습을 찍기 때문에 ‘흔한 사진’이지 않습니다. 사진찍기는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만 아로새기는 기계질이 아니라, ‘어떤 모습을 아로새기’든 이 사진 한 장에 이야기를 담으려는 눈길이요 손길이에요. 그래서 ‘남다른 모습을 찍은 사진’이 외려 ‘흔한 사진’이 되고, 이 ‘흔한 사진’에는 ‘이야기를 읽거나 나누는 재미나 즐거움’이 좀처럼 깃들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2016.2.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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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5] 어른 남자



  살림도 삶도 사랑도

  어른이 되기까지 못 배웠으니

  어른이 되려면 이제 배워야지



  ‘어른인 사내’는 어른이라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살림이나 삶이나 사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살림을 지어서 살던 때에는 살림도 삶도 사랑도 차근차근 배우면서 살았지 싶은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내들은 집에서 하는 일에 등을 져요. 늘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며 잠을 자면서도 정작 밥이랑 옷이랑 집이랑 얽힌 일을 가시내한테 떠넘기고 말아요. ‘어른인 사내’는 나이나 몸뚱이만 어른일까요? 그러니까 사내는 나이나 몸뚱이로만 ‘나이가 든 사람’일까요? 나이보다는 슬기로움과 사랑스러움이 온몸에 깃드는 숨결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2016.2.2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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