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122. 타고



풀벌레가 풀잎을 타고 노래해

새가 구름을 타고 날아

물고기가 물결을 타고 헤엄쳐

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개미가 손등을 타고 기어가

씨앗이 낸물을 타고 퍼져

우리는 버스를 타고 나들이 가지

꽃내음은 꽃등을 타고 번지고

아기는 아버지 목을 타고 까르르



2017.1.16.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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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7. 낯을 씻는 샘터



  물을 긷는 샘터입니다. 물이 늘 흘러서 사람뿐 아니라 새나 마을고양이나 들짐승한테도 목을 축이는 샘터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샘터에서는 물을 긷고, 바로 옆 빨래터에서는 빨래를 하지요. 시골지기는 빨래터에서 연장을 씻기도 합니다. 손발에 묻은 흙을 씻기도 합니다. 시골아이는 신나게 뛰어놀며 흘리는 땀을 훔치려고 샘터에 다가앉아 낯을 씻습니다. 이 샘터에는 다슬기가 사니, 아마 예전에는, 시멘트로 덮지 않은 흙바닥 샘터요 빨래터일 적에는 반딧불이도 이 둘레에 함께 살았을 테지요. 샘터랑 빨래터가 있는 마을에서 살면서 늘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2017.3.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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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6. 흙내



  흙놀이를 하기에 흙내를 맡아요. 모래놀이를 하면 모래내를 맡지요. 꽃놀이를 하면 꽃내를 맡습니다. 물놀이를 하면 물내를 맡고, 바람처럼 달리면서 바람이 되는 바람놀이를 하면 바람내를 맡고요. 술을 마시는 어른은 술내를 맡고, 달걀찜을 먹으면 달걀내를 맡으며, 밥을 새로 지으면 밥내를 맡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이나 놀이에 맞추어 숱한 냄새를 맡고 받아들이면서 헤아립니다. 이리하여 흙놀이를 하거나 흙일을 하지 않은 채 흙내 나는 사진을 못 찍어요. 골목마을에서 살며 골목살림을 짓지 않은 채 골목내 퍼지는 사진을 못 찍어요. 책방마실을 즐거이 누리며 책 하나 가슴에 품지 않는다면 책내 흐르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2017.3.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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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5. 국수꽃


  동백나무에 피는 꽃은 ‘동백꽃’이라 합니다. 살구나무에 피는 꽃은 ‘살구꽃’이라 하지요. 감나무에 피는 꽃은 ‘감꽃’이고요. 그러면 멀구슬나무나 탱자나무나 후박나무나 국수나무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일까요? 바로 ‘멀구슬꽃·탱자꽃·후박꽃·국수꽃’일 테지요. 사람들이 꽃으로 더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가까이하는 꽃은 ‘○○꽃’처럼 붙이는 이름이 익숙해요. 이와 달리 꽃이 해마다 피지만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나무나 풀이라면 ‘○○꽃’이라는 이름이 아무래도 낯설기 마련입니다. 가시나무나 화살나무에 피는 꽃이라든지, 벼나 보리에 맺는 꽃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보거나 사랑할까요? 그러나 모든 꽃은 꽃이요, 꽃을 보는 눈길은 ‘꽃눈’이 되며, 꽃을 사진으로 담는 손길은 ‘꽃노래’를 길어올립니다. 2017.3.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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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75] 아름답기를



  잘 했으면 잘 했을 뿐

  못 했으면 못 했을 뿐

  새로 한 걸음 디디니 아름다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잘 하기에 아름답거나 훌륭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못 하기에 안 아름답거나 안 훌륭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잘 하는 모습을 보면 입에서 절로 “잘 하네” 소리가 흘러요. 못 하는 모습을 보면 입에서 그냥 “못 하네” 소리가 나와요. 이는 추켜세우거나 나무라는 말이 아니에요. 느낌일 뿐입니다. 때로는 이와 달리 “아름답네” 하는 말이 터져요. 이때에는 잘 하거나 못 하거나를 떠나, 새로 한 걸음을 디디는 모습을, 이른바 스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아기가 아장아장 첫 걸음을 뗄 적에, 넘어지면서도 늘 까르르 웃고 일어나서 다리심을 기리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껴요. 쓴맛을 보더라도 빙그레 웃으며 스스로 갈고닦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워요. 이와 달리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왜 나를 추켜세우지 않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안 아름다워요. 설거지를 하다 그만 그릇을 깰 수 있고, 시험을 치르다가 틀릴 수 있어요. 오늘은 장사가 영 안 될 수 있고, 길을 빙글빙글 헤맬 수 있어요. 다 좋아요. 다 괜찮지요. 느긋하면서 너그럽게 노래할 수 있는 넋이라면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아름답구나 하고 느낍니다. 무엇이든지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갈 적에 비로소 서로서로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2017.3.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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