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68. 모깃불 마당



  모깃불을 피우는 마당은 놀이를 하는 마당입니다. 놀이를 하는 마당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마당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이 마당에서 시멘트를 걷어내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마당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시멘트를 말끔히 걷어내어 살뜰한 풀밭이 될 만하겠지요. 개구리도 두꺼비도 구렁이도 찾아드는 풀마당이 된다면, 이곳은 개미도 풀벌레도 한껏 어우러지는 자리가 될 테고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마당은 무엇이든 벌어지거나 하는 너른 터였어요. 이 ‘집마당’을 우리 스스로 잊거나 잃기에 ‘마을마당’을 잊거나 잃고, ‘나라마당’까지 잊거나 잃지 싶어요. 오늘날 우리는 사진 한 장에 마당을 얼마나 담아낼 만할까요? 마당을 모르면서 자란 사람이 마당을 사진으로 찍을 엄두나 낼 수 있을까요?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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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78] 익숙해서



  익숙해서 익숙한 대로 말하니

  익숙해서 익숙한 일만 하고

  익숙해서 익숙한 길만 걷네



  어느 일에 익숙해지는 몸짓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일에 익숙한 나머지 이 일만 한다면? 어느 먹을거리에 익숙해지는 일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어느 먹을거리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먹을거리만 먹으려 한다면? 어느 길이 익숙한 나머지 어느 길로만 걷는다면? 외길을 가는 일은 나쁘지 않으나, 오직 하나만 하느라 둘레를 살피지 못할 적에는 스스로 막히는구나 싶어요. 이 길을 걷더라도 이 길에서 늘 새로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익숙한 틀에 길든 몸짓’을 깰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냥 익숙해지’느라 어느새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잊지’ 싶어요.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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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77] 내 시간



  1분이 있고, 1분만 있고, 1분이나 있어

  1분이 없고, 1분밖에 없고, 1분마저 없어

  있든 없든 모두 같은 때야



  1분이라고 하는 때를 어떻게 바라보든 모두 같습니다. 1분이라고 하는 때를 바라보는 눈길이 다를 뿐이에요. 1분을 짧다고 여긴들 늘어나지 않고, 1분을 길다고 여긴들 줄어들지 않아요. 1분을 넉넉하다고 여긴들 줄어들지 않으며, 1분을 모자란다고 여긴들 늘어나지 않아요. 그저 우리 마음이 바뀔 뿐이요, 우리 마음이 바뀌는 결에 맞아서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 흐름을 따라서 삶과 살림이 바뀌겠지요. 2017.4.1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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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130. 책숲



모든 책은 숲에서 옵니다

책을 이루는 종이를 비롯해서

줄거리가 되는 삶도

이야기를 쓰는 연필도

이 책을 손에 쥐어

느긋하게 읽을

우리 보금자리도

언제나 숲에서 옵니다


책을 읽기 앞서

즐거이 먹는 밥이라든지

기쁘게 입는 옷까지

하나하나 숲에서 와요


책을 읽은 우리는

마음자리에 새로운 생각을

씨앗 한 톨로 심어

고요히 가꾸고 살뜰히 보듬어


우리 마을을 다시

싱그러운 숲으로 짓지요



2017.4.11.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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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76] 영화감독



  새길을 배우니 어른

  새길을 닦으니 스승

  새길을 찾으니 우리



  영화마다 끝맺음은 감독 꿈나래이지 싶어요. 어떤 끝맺음이 되어도 그 뒤에 또 어떻게든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작가도 감독도 그분들 나름대로 가장 즐겁고 멋지며 사랑스러운 꿈나래를 보여줄 때에, 독자와 관객도 새롭게 꿈나래를 키울 만하지 싶어요. 어른스러운 영화감독이라면 스스로 새길을 배운다고 느껴요. 어린이한테 꿈나래를 북돋우는 영화감독이라면 스스로 새길을 닦는다고 느껴요. 너와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모이려면 서로서로 새길을 찾아야지 싶어요. 2017.4.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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