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 한마을



우리 마당 흰민들레에

꽃 피고 지며 씨 맺으면

바람 타고

너희 집에 날아가


너희 텃밭 당근에

꽃 피고 지며 씨 맺으면

바람 따라

우리 집에 날아와


우리 뒤꼍 무화과나무에

열매 소담스레 굵으면

소쿠리에 담아

너희 집에 나들이


너희 뒷밭 뽕나무에

오디 알록달록 익으면

체반에 담아

우리 집에 마실



2017.4.2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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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70. 마루책



  마루가 길어, 길게 펼치는 책을 펼칩니다. 책이 길어, 마루는 책을 길게 펼치는 자리가 됩니다. 아이는 길게 책을 누리고 싶어 마루를 널찍이 씁니다. 책은 아이 손길을 타면서 길고 길게 펼쳐지며 제 온 모습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책은 아이를 만나고, 아이는 책을 만납니다. 책은 마루를 만나고, 마루는 책을 만납니다. 책이랑 마루는 아이를 만나서 서로 새삼스레 마주합니다. 더운 볕은 처마 밑을 지나면서 스러집니다. 싱그러운 바람은 마당에서 나무를 스치며 마루로 들어옵니다. 길게 펼치는 책에 깃든 앙증맞은 이야기가 번집니다. 2017.6.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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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풀


할머니 할아버지
그렇게 재채기하고
부스럼 나는데
굳이 마늘밭 텃밭 고추밭
온통 농약물결입니다

농약 먹은 것들은
도시로 간 딸아들 모두
손사래 치는데
애써 논이고 길섶이고
모두 농약비입니다

풀은 풀이면서
이 땅이 튼튼한지 망가졌는지
또렷이 밝히는
길잡이풀입니다

풀은 바람 따라 한들거리다가
햇볕 먹고 흙에 뿌리내려
이 땅이 늘 촉촉 까무잡잡
싱그럽도록 가꾸는 도움이풀입니다


2017.4.11.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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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책



 “이 책 봐도 돼?”

― 보고 싶니?

 “응.”

― 기다리렴.

 아버지가 먼저 살필게.

 “왜 먼저 살펴?”

― 이 책이 우리 어린이한테

 알맞을 만한지 봐야 하거든.

 “알맞은 게 뭐야?”

― 우리 어린이가 알아들을 만한지

 너무 어려운지

 잘못된 줄거리가 있는지

 아직 때가 이르다든지

 여러 가지를 보아야 해.

 “왜 그래?”

― 책을 짓는 어른 가운데

 책을 누구나 스스럼없고

 기쁘게 읽을 만하도록 안 하고

 어떤 것을 팔려고 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로 길들이려 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

 “그러면 어른이 먼저 살펴?”

― 응.

 어린이는 책에 적힌 얘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안 가리고

 그대로 믿거나 받아먹을 수 있어.

 “알았어.

  그럼 얼른 살피고서 알려줘.”



2017.3.16.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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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온마을



이 마을에서

처음 꽃 한 송이 피면


이 꽃씨는

새랑 벌이랑 나비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아이들 바지나 치마를

살며시 거쳐


저 마을에

새롭게 깃들어

어느 날 문득

고요히 깨어나


온마을이 다 같이

꽃마을로 피어나



2017.4.2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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