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6.30.


군내버스에서 시집을 읽으면 재미있다. 구불구불 휘감아도는 시골길에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는 동안 시 한 줄에서 흐르는 숱한 흔들림을 함께 느끼곤 한다. 《편향의 곧은 나무》라는 시집을 군내버스에서 읽는다. 삶 한 자락이 흔들거리면서도 가만히 서고, 다시 흔들거리면서 조용히 서는구나 싶다. 누구나 이녁 삶을 고스란히 글로 옮긴다. 흔들거리면 흔들거리는 대로 이 삶을 글로 옮기고, 곧추서면 곧추서는 대로 이 삶을 글로 옮긴다. 흔들거리기에 부끄럽지 않다. 곧추서기에 자랑스럽지 않다. 아프기에 숨길 만하지 않다. 안 아프기에 드러낼 만하지 않다. 스스럼없이 바라보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넬 수 있기에 서로 동무로 지낼 수 있겠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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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땅



풀이 몽땅 뽑힌 땅은

허옇게 바뀌더니

가볍게 내린 비에도

곳곳이 패요


풀이 소복히 자라는 땅은

풀을 들추면 까무잡잡한데

드세게 퍼붓는 비에도

언제나 멀쩡해요


흙은 풀을 좋아하지요

풀은 흙을 사랑하고요



2017.5.24.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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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책상



세 사람이 마당에서

책상을 짭니다

한 사람이 나무 켜고

짜맞추며

못을 박는 동안

두 사람이 잡아 주고

밟아 주며

심부름을 합니다


반나절 동안

봄볕 쬐며 뚝딱뚝딱

이윽고 짜맞춤 끝낸

셋은 붓 한 자루씩 쥐고

옻을 바르는군요


봄볕은 옻을 잘 말려 주고

저녁에는 새 책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함께 그림책을 읽어요



2017.5.24.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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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열매



유자꽃에

벌 한 마리

살살 기어든다


네가 꽃가루 먹으며

꽃가루받이 해 주네

고맙구나


십일월 찬바람에

탱글탱글 샛노랗게 익는

열매가

오늘 이렇게

첫발을 떼네



2017.5.24.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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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오뉴월



오뉴월은

찔레꽃으로 

마을이며 숲이

향긋해요


호미 쥐고 낫 쥔

일손을 멈추고

나무그늘에 앉아

찔레내음 큼큼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어느새 가시고

새로 기운이 솟아

옥수수를 심지요



2017.5.24.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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