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풀 (2013.9.18.)

 


  셋째 작은아버지는 풀을 잘 모르리라 느낀다. 그래서 문득 ‘풀’을 그리기로 한다. 풀이 없다면 밥을 못 먹고, 풀이 없다면 고기도 못 먹는다. 돼지나 소한테 사료를 먹인다 하더라도, 사료를 얻자면 풀이 있어야 한다. 곰곰이 따지면, 바다에서건 뭍에서건 풀이 자라야 모든 목숨이 살아간다. 풀은 해와 비와 바람과 흙이 있어야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한테 기대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풀과 나란히 나무를 살뜰히 보듬으면서 삶을 알뜰히 일구실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햇볕 (2013.9.18.)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한테 드리려고 ‘햇볕’을 그린다. 막내 작은집을 생각하니 다른 무엇보다 햇볕이 떠오른다. 조그마한 마당이 붙은 아파트에서 네 식구 지내시는데, 부엌이나 방 있는 자리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집 얼거리였다. 승강기를 타고 내리는 자리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오늘날 수많은 아파트에는 햇볕이 거의 안 든다. 햇볕 잘 드는 데도 드물게 있지만, 아파트 안쪽 방이라든지 부엌이라든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을 실컷 누리는 집은 거의 없다고 해야지 싶다. 햇볕이든 햇살이든 햇빛이든 없이, 전기로 등불을 켜야 하는 집인데, 흙이 살자면, 사람이 살자면, 숲이 살자면, 밥이 살자면, 물이 살자면, 바로 햇볕이 있을 때에 따스하며 아름다우리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그림 (2013.9.18.)

 


  한가위를 맞이해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하고 그림놀이를 하다가 큰아이와 그림놀이를 마무리짓는다.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드릴 그림을 맨 먼저 그린다. 두 분한테 드릴 그림은 ‘그림’이다. “노래 된다, 웃음 핀다, 사랑으로, 빛으로.” 하고 적으면서, 별과 꽃과 잎과 씨와 싹이 있으며, 별비가 내리고 무지개 드리우는 하늘에 제비와 나비가 노니는 그림이다. 하루하루 아름다운 그림과 같은 삶을 누리시기를 바라며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집으로

 


  사흘 동안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묵었다. 이제 작은아이 깨어나 아침을 먹인 뒤 옷을 갈아입히면,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갈 먼길 떠난다. 아이들은 올해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했을까. 텔레비전 보는 재미에 맛을 들였을까. 살짝 스치듯 지나간 고모들을 떠올릴까. 할아버지 집 너른 마당에서 피어나는 들꽃을 생각할까. 할머니가 차리는 맛난 먹을거리를 헤아릴까.


  사람들로 물결을 이루는 길거리를 지나고 기차와 버스를 거쳐 고흥 읍내에 닿으면, 아이들은 무엇을 바랄까. 여덟 시간 남짓 달려 동백마을 우리 보금자리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얘들아, 너희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았니? 자동차와 가로등 많은 데에서는 보름달도 보름달 같아 보이지 않는구나. 곁에 다른 별빛 반짝이지 않는 밤하늘에서는 보름달을 보름달답게 구경하기 어렵구나.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달잔치를 해야 달맞이요 달구경이자 달놀이 될 텐데, 달잔치를 할 이웃이나 동무를 찾기 어렵구나.


  우리 마음속에 동그랗고 맑은 달빛을 담자. 달빛으로 노래하고, 달빛으로 춤추면서, 달빛으로 사랑하자. 4346.9.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09-20 11:59   좋아요 0 | URL
추석은 잘 보내셨어요?
저는 어제 한가위 보름달을 보았어요.^^
보면서 소원도 빌구요~

숲노래 2013-09-21 06:17   좋아요 0 | URL
달을 보셨군요!
예쁘며 곱지요!

appletreeje 2013-09-20 20:01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편안하고 즐거운 휴식의 한가위 잘 보내셨겠지요~?^^
오고 가는 길이 힘들어도 그리운 가족분들과의 시간이 넉넉하고 행복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시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내 집에 돌아오니 한층, 더 기쁘시겠지요~*^^*

숲노래 2013-09-21 06:16   좋아요 0 | URL
어제 이럭저럭 잘 돌아왔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댁도 즐겁고,
맑은 물과 바람을 먹는 우리 집도 즐겁습니다.

appletreeje 님은 아름다운 하루하루 즐거이 누리셨나요~~
 

뒹굴뒹굴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운차게 놀던 아이들이 잔다. 저마다 이렇게 뒹굴고 저렇게 뒹굴면서 잔다. 아이들은 뒹굴뒹굴 구르는 사이 이불을 걷어찬다. 또는, 이불을 걷어차며 뒹굴뒹굴 구른다. 나는 자는 틈틈이 손을 뻗는다. 아이들 얼굴과 몸을 만진다. 이때에 이불이 잡히면 마음을 놓으며 그대로 내처 자고, 아이들 살갗이나 옷자락이 잡히면 부시시 일어나 어느 만큼 뒹굴었나 살피며 이불을 여민다. 작은아이가 한 바퀴 뒹굴었다. 제자리뒹굴기를 했니. 문득 큰아이가 내 발에 걸린다. 넌 어떻게 아버지 발밑까지 굴러가서 뒹구니. 꿈속에서 얼마나 신나게 날아다니기에 이렇게 뒹굴까. 꿈나라에서도 펄쩍펄쩍 뛰고 나비랑 함께 훨훨 날기에 이렇게 뒹굴까. 4346.9.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