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길 2021.4.14.

살림꽃 3 밥



깨끗한 밥이 있다. 정갈한 밥이 있다. 몸에 좋은 밥이 있다. 몸을 살찌우는 밥이 있다. 요즘에는 ‘친환경·유기농·무농약·자연’이란 이름이 붙는 밥이 있다. 멋스러운 부엌지기가 차리는 밥이 있고, 맛있다고 널리 이름난 밥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앞서부터 곁님이 늘 물었다. “아이들한테 어떤 밥을 먹일 생각이에요? 그대는 스스로 어떤 밥을 먹을 생각이에요?” 손수 심어서 가꾼 다음에 손수 거두고 갈무리하고는 손수 다듬고 지어서 차리는 밥이 가장 낫다고들 말한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더 생각해 본다. 손수 심고 가꾸고 거두고 갈무리하고 다듬고 지어서 차리는 밥이라면 틀림없이 매우 멋지고 훌륭한 밥이리라. 그렇지만 하나가 빠졌지 싶다. 아니, 여럿이 빠졌다고 느낀다. 첫째로는 ‘사랑’이다. 아이들하고 무엇을 먹든 스스로 사랑이 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는 ‘웃음’이다. 어떤 밥감을 다스리든 하하호호 깔깔까르르 웃으면서 차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로는 ‘수다(이야기)’이다. 밥자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가 흐르면서 마음자리에 생각을 심도록 북돋아야지 싶다. 넷째로는 ‘기쁨·즐거움’이다. 기쁘거나 즐겁게 먹는 자리가 아니라면 모두 덧없다. 그래서 ‘좋은밥’ 아닌 ‘사랑밥’을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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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살림꽃 2 살림꽃



우리는 ‘살림의 여왕’이나 ‘살림의 왕’이 될 까닭이 없다. 왜 임금(왕) 타령을 하나? 우리는 꽃이다. 가시내도 꽃, 사내도 꽃이다. 어른도 꽃, 아이도 꽃이다. 서로 꽃순이 꽃돌이가 되어 살림꽃을 짓자. 쉽게 가자. 아이들이 소꿉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살림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듯, 어른도 소꿉살림부터 천천히 하자. ‘키친·주방’이 아닌 ‘부엌’에서 살림을 하자. ‘제로 웨이스트’가 아닌 ‘쓰레기 없는’ 정갈한 살림길을 가자. 말 한 마디가 무어 대수냐고 따지는 이웃이 있는데, 말조차 못 바꾸면서 살림을 어찌 짓나? 말부터 안 바꾸면 살림을 어찌 가꾸나? 아이들한테 아무 밥이나 먹일 생각이 아니라면, 아이들 곁에서 아무 말 큰잔치를 벌이지 말자. 살림길이란 노래길이요 꿈길이다. 살림길이랑 사랑길이며 삶길이다. 가시내도 배우고 사내도 익힐 길이다. 혼자 할 길이 아닌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겁게 춤추고 노래할 길이다. 그러니 “우리 다같이 서로 다르면서 즐겁게 아름다운 ‘살림꽃’이 되자”고 얘기하련다. 살림풀이 되어도 좋다. 살림나무로 가도 좋다. 살림숲이라면 참 멋스럽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림지기가 되어 살림빛을 물려줄 만하다. 우리는 누구나 ‘살림꾼’이란 일 하나를 넉넉히 맡으면서 하늘빛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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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길

살림꽃 1 기저귀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 똥오줌기저귀를 대려면 소창을 끊어야 한다. 소창을 끊으려면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길러서 실을 얻어야 한다. 실을 얻으려면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아야 한다. 베틀을 밟아 천을 얻기에 비로소 알맞게 끊어서 요모조모 살림에 쓴다. 오늘 우리는 모시나 삼이나 솜 같은 풀을 기른 다음에 물레랑 베틀을 다뤄 실이며 천을 얻는 길을 거의 잊거나 잃었다. 가게에 가면 천이야 널렸고, 누리가게에서 손쉽게 소창을 장만한다지만, 아기가 가장 반길 기저귀란 어버이가 땅에 심어서 길러내고 얻은 천조각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림꽃을 피우려 한다면 이 얼거리를 생각할 노릇이다. 모두 스스로 다 해내어도 좋다. 이 가운데 하나를 챙겨도 좋다. 어느 길을 고르든 아기가 가장 반길 길이 무엇인지는 알 노릇이다. 아기가 가장 반기는 길을 알고 나서 ‘오늘 나로서 할 만한 길’을 추스르면 된다. ‘무형광·무표백’을 왜 찾는가? 우리가 스스로 실이랑 천을 얻는다면 ‘형광·표백’을 안 하겠지. 가게에서 사다 쓰니 이런 판이 된다. 아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댄다면, 어머니하고 딸아이는 핏기저귀를 댄다. 어려운 말로 ‘생리대·정혈대’라 하지 말자. 수수하게 살림꽃을 짓자. 천기저귀를 삶아 해바람에 말리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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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만에 '살림꽃 이야기(아버지 육아일기)'를 쓴다.

2017년 12월 7일에 선보인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란 책을

거의 끝으로

육아일기를 안 썼다.

이제 그만 써도 되리라 여겼다.


'아저씨(남자)가 쓰는 시골 살림글'이 읽히기에는,

또 읽힌 다음에 삶으로 녹아들기에는

아직 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면 어떤가.

새로 쓰면 되지.


새로 쓰는 '살림꽃 이야기'는

짧고 굵게 엮을 생각이다.


글을 매듭짓고서 책으로 낸다면

책이름은 <살림꽃> 세 글씨로 할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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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4.8.

숨은책 518


《國文版 논어》

 이선근·최남선 머리말

 신현중 옮김

 청익출판사

 1954.?.



  1985년치 새뜸종이로 겉을 싼 《國文版 논어》는 어떻게 스며든 책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헌책집에서 《國文版 논어》를 찾았기에 그해에 가장 정갈한 새뜸으로 겉을 가볍게 쌌을까요? 집안에 오래도록 건사하다가 너무 닳았기에 그해에 갓 나온 새뜸으로 겉을 단단히 여미었을까요? 《國文版 논어》는 ‘國文版’처럼 한자를 먼저 적고서 ‘논어’는 한글로 적어요. “한글 논어”처럼 적을 생각을 1954년에는 못했구나 싶고, 아직 우리는 우리말을 슬기로우면서 수수하게 가다듬는 길에 넉넉히 나서지는 못하네 싶어요. 언제나 첫걸음이 새걸음이지 싶습니다. 첫발을 떼려고 마음에 생각을 품기에, 이 생각이 즐겁게 씨앗이 되어 차근차근 나아가는 밑힘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첫걸음에서 멈추어야 하더라도 즐겁게 품은 씨앗이 늘 마음에 감돌 테니 앞으로 한결 씩씩하면서 홀가분히 피어나는 꽃으로 거듭날 테고요. 1985년치 새뜸종이를 슬쩍 들추며 생각합니다. 그무렵 아버지 심부름으로 새벽마다 새뜸을 사왔는데, 어른들이 날마다 읽는 새뜸에 무슨 소리가 적혔는지 영 알 길이 없었어요. “왜 어른들은 아이가 못 알아볼 낱말로 이런 글을 쓰지?” 하고 투덜거렸어요. 오늘날 ‘한글로 적은 글’은 얼마나 쉬우면서 고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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