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5.31.

숨은책 480


《小說の硏究》

 川端康成 글

 第一書房

 1942.4.15.



  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를 몰랐고 딱히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분 책은 서울 노량진에 있는 ‘아름다운 헌책집’인 〈책방 진호〉에 자주 드나들면서 책집지기님한테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야기를 곧잘 들으면서 비로소 읽었어요. “그 사람 참 대단하지.” “그렇게 대단한가요?” “암, 대단하지. 일본은 사라져도 이 사람 글은 남을 텐데.” “그렇다면 읽어야겠군요.” 어느 날 어느 헌책집에서 《小說の硏究》라는 낡은 책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낯익은 글쓴이입니다만, 이 책을 집어 책자취를 살피다가 1942년에 나온 줄 알고는 ‘쳇, 너희(일본)는 싸움을 일으켰으니 이런 책도 쓰는군?’ 하는 혼잣말이 튀어나옵니다. 이윽고 생각을 돌렸어요. ‘음, 너희(일본)는 싸움 한복판 불구덩이에서도 앞길을 생각하며 책을 썼니?’ 싸울아비(군인)나 벼슬꾼(정치인·공무원)은 글(소설)을 얼마나 읽을까요? 노래(시)는 읽을까요? 이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글을 읽어 주고 노래를 들려줄까요? 나라가 삽질을 하고 열린글(공문서)이 어렵거나 딱딱한 말씨라면 어른 몫을 할 사람들이 살림도 사랑도 글도 노래도 멀리한다는 뜻이지 싶어요. 참말로 나라(정부)는 무너져도 글꽃(문학)은 살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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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청’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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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



어제인 2021년 5월 26일 ‘학교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이 있다는 전남교육감 정책을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인 5월 28일이 되어서 살피니 2021년 1월부터 이러한 정책을 폈구나 싶은데, 14살 청소년과 11살 어린이를 집에서 돌보며 가르치는 저희는 이러한 정책이 있다는 이야기를 여태 듣지도 알지도 못했습니다.


14살 청소년과 11살 어린이는 스스로 ‘집에서 배우는 길’을 가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14살 청소년은 7년째, 11살 어린이는 4년째, 집에서 스스로 배우고 살림을 익힙니다.


고흥 아닌 다른 전남 지자체에서 올린 알림글을 보니, ‘학교밖 지원센터 등록 및 월 6회 참가’를 조건으로 내걸던데요, ‘학교밖 청소년’이라기보다 ‘집에서 스스로 삶을 배우고 살림을 익히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굳이 왜 ‘지원센터 등록’을 해야 하는지요? 그런 기관이나 시설에 등록을 안 하고 싶어서 두 청소년과 어린이는 ‘집에서 스스로 배울거리를 찾아서 지내’는걸요?


이러한 정책이 있어도 전남 고흥군 교육청이나 군청이나 ‘학교밖 청소년 관리를 맡는 학교’에서 딱히 연락을 받은 일이 없기도 합니다. 관리자 자리에서 보자면 ‘학교밖 청소년’일 테지만, 14살 청소년과 11살 어린이는 ‘학교밖’이 아닌 ‘우리집 배움길’을 갈 뿐입니다.


다만, ‘우리집 배움꽃’한테 전남교육청에서 ‘교육참여 수당’을 지급하고자 한다면 ‘읍내 학교밖 지원센테 강제 등록’ 같은 조항이나 조건을 안 달아야 걸맞지 않을까요? 시골에서 읍내를 다녀오기도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왜 그래야 하는지 알 길이 없기도 할 뿐더러, 14살 청소년과 11살 어린이가 스스로 찾아서 배우고 싶은 숲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결을 헤아려도, 마음이 갈 만한 교육프로그램이 없기조차 합니다.


또한 11살 어린이라면 ‘교통카드 입금’을 한다는데, 11살 어린이나 14살 청소년이나 스스로 사서 읽고 싶은 책이라든지, 스스로 갖추려는 학용품을 사려면, 청소년과 어린이 은행계좌에 ‘교육참여 수당’을 넣어 주어야, 청소년과 어린이가 스스로 자유롭게 쓸 텐데요?


간추립니다.


1. 이런 제도가 있는 줄 다섯 달이 되도록 몰랐다.

2. 이런 제도를 마련했어도 정작 ‘우리집 배움꽃(학교밖 청소년)’이 스스로 활용할 길이 안 좋다.

3. 사후대책이나 후속조치는 있는지?


ㅅㄴㄹ


글을 남겨 놓는다.

뭔가 애써 꾸린다고 한다면

부디 '우리집 배움꽃'이 들려주는 말을

공무원 스스로 챙겨서 듣고

움직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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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5.24.

숨은책 523


《신채호》

 강만길 엮음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0.9.5.



   1927년에 태어난 송건호 님은 2001년 12월 21일에 숨을 거두었고, 그동안 건사했던 책을 〈한겨레신문〉에 모두 맡깁니다. 〈한겨레〉는 ‘청암문고’를 열면서 떠난이 넋을 기리겠노라 했고, 이를 새뜸글(신문기사)로도 널리 알렸지요. 그러나 님이 가신 이듬해 겨울인 2002년 2월 3일에 서울 홍제동에 있던 헌책집 〈대양서점〉에 찾아갔더니 ‘靑巖 宋建鎬 藏書, 한겨레신문사 기증’이란 글씨가 붉게 박힌 책이 잔뜩 쌓였습니다. “아니, 이 책들, 송건호 님이 다 신문사에 맡겼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해요. 저도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구요. 돌아가신 분이 워낙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후배를 생각하면서 통째로 맡겼을 텐데, 이렇게 도장까지 찍고 버리잖아요.” “하. 왜 버렸을까요?” “겹치는 책이 있어서 버렸다더군요.” “네? 다른 책하고 겹친대서 이 책을 버린다고요?” 흙으로 돌아간 어른 손길이 묻은 책더미를 하나하나 쓰다듬었습니다. 이대로 지나가면 아무도 이 책자취를 모르겠지요. 이 가운데 둘을 골랐습니다. “사고 싶진 않지만 안 사두면 나중에 이런 일을 아무도 모를 테지요.” “저도 팔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이 버려지지 않도록 다 챙겨 왔고요, 숨결을 만날 분한테 이어주려고요.”


ㅅㄴㄹ



얼추 스무 해가 지난 일이니

이제는 말한다.

이 슬프고 아픈 책과 얽힌

이야기 한 토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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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22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정인 글

 거름

 1985.6.20.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면서 1994년에 ‘지옥철(인천·서울 전철)’을 타느냐, 서울 이문동에 삯집을 얻느냐로 망설이니 “이 집도 빚으로 살잖아? 삯집 얻어 줄 돈 없어.” 하는 어머니 말을 듣고는 ‘하루 다섯 시간씩 책을 읽지’ 하고 여겼어요. 어릴 적에는 부천을 지나며 복사밭을 흔히 봤어요. 열아홉 살에는 새벽과 밤마다 납작오징어가 되었지요. 짐짝조차 아닌 납작오징어. 납작이가 되어도 손을 위로 뻗어 악으로 책을 폈고, 바람날개(선풍기) 없이 여닫이를 올려서 들어오는 바람으로 겨우 숨돌리는데, 칸마다 일본 글씨랑 ‘MITSUBISHI·MITSUI’ 같은 이름이 붙기에 알쏭하다가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을 읽고서 뒤늦게 속내를 알았어요. 아리송한 대목을 풀어준 어른은 못 만났어도 이때부터 책을 널리 만났어요.


서울 지하철 건설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무렵이었다 … 박 대통령은 별 주저없이 건설을 명령하였다. 미쓰비시, 미쓰이 등 일본의 대기업들이 공사입찰에 달려들었다. 낙찰결과는 1대에 평균 6350만 엥이었으며 … 당시 일본의 국내가격은 대당 3240만 엥 … 일본 대기업이 취한 폭리액수는 2003억 엥이었는데, 그 중 7억 5천만 엥을 공화당 실력자였던 김성곤을 통해 정치자금으로 헌납했다. (21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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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5.18.

숨은책 531


《the Analyzed Bible : the prophecy of ISAIAH vol 1》

 Campbell Morgan 머리말

 Fleming H.Revell com

 1910.



  옆에 서울이 붙은 탓에 서울내기는 인천에 오면 “야, 인천에는 그런 것 없잖아?” 하고 놀렸습니다. “뭐야, 인천이 시골이냐? 토큰도 없네?”로 놀리기도 했어요. ‘쇠’라고도 하던 작고 동그랗고 구멍이 뚫린 삯쪽(차표)을 종이로 하건 쇠로 하건 뭐가 대수로울까 싶은데요. 인천도 1992년에 쇠로 찍은 삯쪽이 나오지만 몇 해 뒤 사라집니다. 이젠 쇠도 종이도 아닌 네모판(교통카드)으로 넘어가거든요. 《the Analyzed Bible : the prophecy of ISAIAH vol 1》은 ‘이사야’를 담은 거룩책인데 1910년에 처음 나오고서 1939년에 “Presented to the Library of the Moody Bible Institute by Mrs.G.H.Warwick 1939”란 쪽종이가 붙은 채 ‘무디 성경 학교’로 가고, 어느 해인지 모르지만 ‘광주신학교 도서관’으로 간 뒤에 버림받습니다. 어릴 적에 “인천에 무슨 역사가 있는데?” 같은 놀림말을 익히 들으면서 ‘자잘해 보이는 자취’를 담은 종이나 책이나 새뜸을 늘 건사하려 했어요. 오늘(1980년대)은 이곳이 후질는지 모르나, 앞으로는 이곳 자취를 새롭게 남기고 싶었거든요. 삶터를 전남 고흥으로 옮긴 2011년부터 전라도 쪽 ‘자잘한 자취’가 눈에 밟힙니다. 흐르고 거치는 책 한 자락에 깃드는 이야기를 이 고장은 얼마나 읽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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