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8.12.

숨은책 533


캔디플로스

 루머 고든 글

 에이드리엔 아담스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14.3.10.



  처음에는 《인형의 집》(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8)이었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나온 다른 책이 우리나라에 훨씬 알려졌습니다만, ‘루머 고든(Rumer Godden 1907∼1998)’이라는 분이 쓴 어린이책 《인형의 집》을 읽으며 애틋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에 놀랐어요.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 흐르는 글에 담뿍 빠졌어요. 2014년에 《캔디플로스》하고 《튼튼 제인》이 우리말로 나옵니다. 더 놀랐어요. 이분 다른 책을 우리말로 만날 수 있다니 더없이 고맙더군요. 헌책집에서 《소년세계위인전기전집 9 안데르센》(루우머 고덴/장경룡 옮김, 육영사, 1975)을 만나고서 다시 깜짝 놀랍니다. 이분 책이 진작 우리말로 나왔더군요. 더구나 《안데르센》은 제가 어릴 적에 배움터(국민학교) 학급문고로 읽은 몇 안 되는 책입니다. 어릴 적에는 글님 이름을 살펴보지 않았고, 2008년에 이르도록 이분 책이 우리말로 안 나왔으니 만날 길조차 없었지요. 아이들이 늘 곁에 두는 장난감 가운데 ‘인형’을 눈여겨보면서 ‘온갖 장난감이 속삭이는 말과 품는 생각’을 따사로이 풀어낸 숨결이 무척 곱구나 싶습니다. 다만, 애써 나왔어도 이내 사라진 《캔디플로스》하고 《튼튼 제인》은 이 나라 아이들 곁에서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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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8.6.

숨은책 494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정윤이 옮김

 누림

 1999.2.5.



  “예전에는 다 그랬지.” 하고들 말하지만, 막상 예전 그맘때 이야기를 둘레에 여쭈면 “우리는 안 그랬는데?” 하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저는 막내여서 아버지 어머니 형한테서 늘 맞으며 자랐는데 “전 맞은 적이 없는데요? 때린다고요?” 하고 되묻는 이웃님이 꽤 있어요. 늘 맞으며 자란 아이는 늘 무엇이든 “하면 안 되”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해!”란 소리를 늘 듣지요. 어느 날 어머니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누구는 하고 싶은 대로 안 하고 싶은 줄 아니?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집안일은 누가 하니? 하고 싶지 않아도 다 꾹 누르고 참으면서 사는 법이야.”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를 읽으며 첫 쪽부터 끝 쪽까지 내내 눈물에 젖었습니다. 서슬퍼런 총칼나라 일본에서 ‘둘레 목소리’를 모조리 가로막는 든든한 품이 되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본 어머니가 있었군요. 이 어머니는 이녁 아이가 뒷날 ‘그림꽃님(만화의 신)’이란 이름을 받을 줄 알았을까요? 테즈카 오사무(데즈카 오사무) 님이 이녁 그림꽃에 늘 사랑을 담은 바탕은 바로 어머니 손빛이었지 싶습니다. 사랑이어야 미움을 녹이고 싸움을 잠재운다지요. 사랑이어야 꿈을 꾸고 어깨동무를 한다지요. ‘늘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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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8.6.

숨은책 435


《東仁全集 第六卷 아기네·王府의 落照》

 김동인 글

 정양사

 1951.12.10.



  푸른배움터를 다닐 무렵, 시키는 대로 배우고 외우면서도 “영 아니지 싶은데? 거짓말 같은데? 그러나 이대로 안 외우면 시험점수를 못 받는데? 이곳을 마칠 때까지 참고 거짓말을 외워야 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국어’하고 ‘문학’이란 이름으로 김동인이며 서정주 같은 사람들 글하고 책을 자주 읽고 외워야 했습니다. 읽으면서도, 또 이들이 쓴 글을 다룬 물음종이(시험지)를 풀면서도 “이런 사람들 글이 아니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글이 얼마나 많은데, 왜 우리를 이런 글에 가두나?”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東仁全集 第六卷 아기네·王府의 落照》는 1951년에 김동인 님이 숨을 거둔 다음 나옵니다. 남북이 갈려 한창 싸우던 무렵 꽤 좋은 종이에 껍데기까지 씌웠지요. 이즈음 남북 모두 종이가 모자라 배움터에서는 배움책조차 제대로 없어요. 《동인전집》은 무슨 뒷배로 반들거리는 판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요? 가만 보면 총칼나라(일본 제국주의) 앞잡이 노릇을 한 김동인 이야기는 오래도록 쉬쉬했고, ‘동인문학상’까지 생겼어요. 글을 쓰는 사람일수록 바른길을 가고, 붓으로 이야기를 펴는 사람부터 바른말을 나눌 노릇이나, 우리나라는 글힘이 이름힘·돈힘하고 손잡고 짬짜미였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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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8.6.

숨은책 532


《私のなかの朝鮮人》

 本田靖春 글

 文藝春秋

 1974.10.5.



  미움을 가르치면 미움을 물려받아 미움을 키웁니다. 사랑을 가르치면 사랑을 이어받아 한결 너르고 깊이 사랑을 펴요. ‘미움 = 나를 잊고 남을 노려보고 꺾으라’는 길이고, ‘사랑 = 나를 스스로 돌보는 마음부터 키워서, 스스로 나를 돌보듯 기꺼이 이웃을 돌보는 숨결로 거듭나라’는 길입니다. 우리 터전은 으레 ‘국가안보·사회정의’란 이름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나를 잊도록” 내몰았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지키고 돌보고 가꾸는 길이 아닌, “나를 잊고 나라에 몸바치는 톱니바퀴가 되도록” 밀어붙였달까요. 이웃나라 사람들이 나라힘에 떠밀리지 않고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면, 나라에서 닦달해도 총칼을 안 들 테고, 옆나라로 쳐들어갈 일이 없겠지요. 우리도 똑같아요. 서슬퍼런 총칼로 억눌리던 기나긴 날이란 우리가 스스로 잊고 나라힘에 휘둘리던 몸짓입니다. 《私のなかの朝鮮人》은 1933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혼다 야스하루 님 발자취를 담습니다. 이이는 1968년 김희로(권희로)를 지켜보고서 《私戰》이란 책을 씁니다. 뒷날 〈김의 전쟁〉이란 영화로 알려지지요. 박정희 총칼나라를 나무라고, 재일조선인한테 벗바리가 될 글이며 책을 꾸준히 써낸 붓끝이란, 참다운 나를 스스로 사랑하려는 길이었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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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빛 2021.7.31.

숲집놀이터 258. 더 자주



나는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하고 말을 섞은 일이 아예 없다시피 했다. 국민학교를 다니며(1982∼1987) 학기마다 설문조사를 손을 들어서 했는데, 이 설문조사 가운데 하나는 “부모가 둘 다 있느냐, 어머니만 있느냐, 아버지만 있느냐”에다가 “어머니하고 하루에 얼마나 얘기하느냐, 아버지하고 하루에 얼마나 얘기하느냐”도 있었다. 담임이라는 이는 “아버지하고 하루에 한 시간 얘기하는 사람? 아버지하고 사나흘에 한 시간 얘기하는 사람? 아버지하고 한 주에 한 시간 얘기하는 사람? 아버지하고 한 달에 한 시간 얘기하는 사람? 아버지하고 한 해에 한 시간 얘기하는 사람?” 따위까지 물었는데, 나는 그 어디에도 안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그무렵 ‘국민학교 교사’로 일한 분이지만, 막상 이녁 아이하고 ‘한 해 한 시간은커녕 한 해 1분, 아니 한 마디쯤만 말을 섞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그분(우리 아버지)이 잘못이었을까? 글쎄, 아니라고 본다. “더 자주·더 오래·더 많이” 말을 섞거나 눈을 마주쳐야 어버이(또는 어른)는 아니라고 느낀다. 아이하고 지내는 틈이 매우 적거나 없다시피 하더라도 어버이(또는 어른)로서 잘못(죄책감)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이하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섞는 아주 짧은 틈이라 해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즐겁게 노래하면 된다. 아이들은 다 안다. 어버이(또는 어른)가 사랑인지 아닌지를. 사랑이 아니라면 하루 열 시간 마주하는 틈이 괴로울 테고, 사랑이라면 열 해에 1분만 마주하더라도 기쁘기 마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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