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2.22.

숨은책 599


《환경 가계부》

 혼마 미야코 글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

 시금치

 2004.12.10.



  사람은 나날이 발돋움할까요, 나날이 길들까요?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길들고, 스스로 생각해서 하면 발돋움합니다. 누가 가르치기에 즐겁지 않아요. 스스로 배우려고 나서기에 즐거워요. 둘레를 보면 온통 배움거리입니다. 배움거리란 삶입니다. 풀꽃을 배우고 구름을 배웁니다. 벌나비를 배우고 풀벌레를 배워요. 이따금 책으로도 배우는데, 스스로 몸을 놀려 해보기에 비로소 배웁니다. 어린 날 어머니 어깨너머로 살림길을 배웠는데, 어머니는 늘 “왜 나한테서 배우려고 해? 학교에서 안 가르치니?”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배움터는 삶·살림·사랑을 안 가르쳐요. 배움책(교과서)에 따라서 틀(지식)을 외우도록 이끄는 배움터입니다. 《환경 가계부》가 처음 나올 무렵에는 큰고장에서 살며 여러모로 배웠습니다.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에는 이 책을 들출 일이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서울·큰고장에서 푸르게 살자면 이모저모 마음을 기울이면서 바꿀 길이 잔뜩 있어요. 빠르거나 크거나 많이 누리는 터전인 서울·큰고장이거든요. 이 책은 ‘햇볕불(백열등)’이 나쁘고 ‘반짝불(형광등)’이 좋다고 적으나, 반짝불은 ‘형광물질’이 있어 끔찍해요. 햇볕불은 ‘햇볕을 옮긴 빛’이요, 다 써도 유리·쇠붙이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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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9.

숨은책 598


《Activity Speller grade 7》

 Horace Mann Buckley·Margaret L.White 엮음

 American book com

 1937.



  오늘날 누구나 글을 익히고 쓰고 나누는 하루이지만, 우리가 우리글을 누린 지 얼마 안 돼요. 온(100) 해 앞서는 우리말조차 못 누렸어요. 온 해 앞서까지 ‘글’은 임금·벼슬아치·나리(양반)만 익혔습니다. 수수한 사람은 ‘말’은 하되 글을 가까이했다가는 흠씬 얻어맞거나 쫓겨나거나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어깨동무(성평등)처럼, “누구나 글”로 거듭나기까지 숱한 사람이 몸바치고 목숨바친 끝에 오늘날 글살림을 이루었어요. 1937년에 나온 《Activity Speller grade 7》은 미국에서 미국 어린이가 미국글(영어)을 익히는 길잡이책이고 일곱걸음(7단계)입니다. 미국에서는 1937년뿐 아니라 훨씬 일찍부터 이런 길잡이책이 있습니다. 우리는 1937년뿐 아니라 1917년에도 “우리글 길잡이책”은 없어요. 그무렵 글은 ‘훈민정음’도 ‘한글’도 아닌 ‘한문’이었고, ‘일본글(국어·국문)’이었습니다. ‘국어·국문’은 일본글·일본글꽃(일본문학)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나라지기가 나라일을 엉망으로 하며 나라를 잃고서야 나라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떴고, 나라글을 헤아리는 마음이 자라, 비로소 ‘훈민정음’을 ‘한글’로 바꾸었어요. “우리글 길잡이책”은 아직 멀었습니다. 어린이랑 손잡고 첫걸음부터 새롭게 나아갈 노릇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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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9.

숨은책 597


《강철서신》

 김영환·편집부 엮음

 눈

 1989.2.15.



  푸른배움터를 마치고 서울로 열린배움터를 다니던 무렵, 웬만한 너울(집회)에는 늘 함께했습니다. 서울에서 홀로 살림돈을 벌려고 새뜸나름이로 일했기에 두레(운동권)에 끼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두레에 끼어 너울을 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온누리를 바꾸는 힘은 모임(단체·운동권)이 아닌 들꽃 같은 작은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살림(생계)을 펴면서 틈틈이 함께하며 물결을 일으킬 적에 샘솟는다고 느꼈어요. 이따금 낯선 누가, 또 학생회에서 “운동권에 들어오시지요?” 하고 묻습니다. “저는 작은사람(학생 개인)으로서 함께할 뿐입니다. 더구나 날마다 새벽 두 시부터 새뜸(신문)을 나르자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해서 모임은 아예 못 합니다.” 하고 손사래쳤습니다. 《강철서신》이란 책이며 글이 있는 줄 얼핏 듣기는 했으나 “운동권 아닌 사람한테는 안 보여준다”고 해서 구경한 적이 없습니다. 2021년 10월에 대구에 있는 헌책집 〈직립보행〉에서 처음 구경했습니다. 1989년에는 “편집부 엮음”으로 나왔으나 ‘김영환’이란 분이 북녘을 몰래 오가면서 쓴 글을 묶었다지요. 우두머리(지도자)를 내세우는 무리는 다 썩습니다. 일꾼·살림꾼이 들불로 피어야 아름나라입니다. 우리는 무쇠 아닌 들꽃이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예나 이제나 매한가지이다.

직업운동권이나 직업운동가는

자꾸... 돈 이름 힘이라는 수렁에

스스로 빠져든다고 느낀다.


우리는 운동권 아닌

'사람'으로서 '살림꾼'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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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9.

숨은책 596


《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글·그림

 친구

 1989.6.30.



  처음 《핵충이 나타났다》를 만나던 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멋스럽고 그윽하게 우리 삶터를 헤아리는 그림꽃이 있구나 싶어 차근차근 읽고 나서 느낌글을 써서 둘레에 알리려 했습니다. 둘레에서는 “줄거리가 아무리 좋아도 만화인데?” 하면서 이 책을 꺼렸습니다. “줄거리가 훌륭하면서 어린이도 쉽게 읽도록 엮은 만화라면 한결 아름답지요.” 하고 보탬말을 들려주어도 “아! 만화는 애들이나 보지! 유치하게 무슨 만화야!” 하면서 《핵충이 나타났다》를 아예 손대거나 들출 생각마저 않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던 1994∼95년에도, 싸움판(군대)울 다녀오고서 열린배움터 둘레에서 새뜸나름이로 일하던 1998∼99년에도, 새내기나 윗내기나 또래 모두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무슨 만화책을 보고 동화책을 읽어?” 하는 소리를 신물나게 들었습니다. 책이라면 모두 책이요, 이야기라면 나란히 이야기요, 삶이라면 언제나 삶이지만, 삶을 헤아리고 줄거리를 짜서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을 ‘그림책·동화책·만화책’으로 엮으면 ‘눈(수준)이 낮다’고 밀쳐내기 일쑤였습니다. 오늘날은 달라졌을까요? 신기활 님 그림꽃책은 2013년에 살짝 되살아났지만 이내 다시 파묻혔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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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2.17.

숨은책 591


《富民文庫 6卷 앙고라 飼育과 採毛法》

 중앙산업기술교도소 교도국 엮음

 국민계몽선전사

 1966.8.6.



  어릴 적에 토끼를 기르는 이웃이 많았습니다. 토끼를 기르는 집은 ‘먹는 쪽’이 아닌 ‘파는 쪽’입니다. 동무가 기르는 토끼를 보려고 신나게 풀을 뜯고 배춧잎·무청을 주워서 찾아갔습니다. 동무네가 토끼를 팔면 토끼털을 얻고, 이 토끼털로 실을 꼬아 어머니가 뜨개질을 해서 뜨개옷을 팔았습니다. 이러다 어느 해부터 토끼를 기르는 집이 싹 사라집니다. 오리털이 넘치고 훨씬 값산 아크릴실이 퍼집니다. 《富民文庫 6卷 앙고라 飼育과 採毛法》을 읽으며 어릴 적 보고 겪은 일이 환히 떠오릅니다. 겉에 적은 “새로운 輸出産業 앙고라 兎毛生産, 1000萬弗의 外貨가 節約되고, 1000萬弗의 外貨가 獲得된다.”는 말처럼 마을이며 배움터에서 토끼를 참 널리 길렀습니다. 토끼고기를 구경도 못하고 토끼털로 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일군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책 뒤쪽에는 “1. 토끼기르기 2. 食用개구리 養殖法 3. 副業事典 4. 토끼의 利用과 加工法 5. 西洋松耳 人工培養法 7. 카나리야 飼育法 8. 크로렐라 飼料 培養法”처럼 ‘돈 되는 길’을 알리는 책이 여럿 있다고 나옵니다. ‘부민(富民)’이란 이름부터 돈길이니까 무엇이든 돈으로만 바라보고 움직여야 할까요. 책 안쪽에 붙은 ‘종로서적’ 자취가 새삼스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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