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24.

숨은책 611


《春園文庫 7 사랑의 東明王》

 이광수 글

 문선사

 1955.10.30.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열네 살인 1988년에 ‘이광수’ 이름을 듣고 《흙》 《무정》 같은 책이름을 들었으며, 배움수렁에서 살아남자면 이 글을 읽어야 했는데 1980년 끝자락에 나온 숱한 글보다 훌륭하구나 싶었습니다. 이이가 일본 앞잡이를 했다는 말을 듣고는 “글만 쓰는 똑똑한 놈이 가장 먼저 알랑거릴까?” 싶었어요. 살림짓기하고 등진 채 글바라기일 적에 어리석은 길을 갈 테지요. 《春園文庫 7 사랑의 東明王》을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경복중학교 도서관, 등록번호 21668’이란 자국이 남은 책은 “빌린이 없음”이요, 경복중 배움책숲은 “표어 : 독서는 향상의 길, 주의 : 책장을 넘길 때 손에 침칠을 마십시오”란 글자락을 남깁니다. 그런데 책은 ‘읽은 손때’가 잔뜩 뱄어요. 지난날 경북중학교 푸름이는 ‘이광수 글’은 읽되 ‘읽은 이름’만 안 남겼지 싶더군요. 그나저나 이광수 글을 ‘노벨문학상’으로 보내자고 생각한 이가 있었다니, 이육사·심훈·한용운·윤동주 글도 아닌 헛것을 치켜세우려는 이들은 ‘고은 노벨문학상’을 외치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春園先生은 六·二五動亂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消息이 묘연하여 生還을 빌고 있거니와, 그 밖에도 두가지의 슬픈 사실이 있다. 하나는 先生의 存命中에 ‘노오벨賞’을 받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이요, 또 하나는 아직까지 ‘春園全集’이 成就되지 못한 일이다.” (춘원문고 발간취지 1955.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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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1.

숨은책 581


《重要 英單語講義, 語源と成句と用例をを示せろ》

 岡澤 武 엮음

 光丘學園出版部·東亞出版社

 1943.9.10.



  열일곱 살까지 ‘월요일∼일요일’ 같은 말씨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한창 영어를 익히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첫 낱말부터 끝 낱말까지 두벌을 읽는 동안 문득 아리송했어요. “예전에는 우리한테 ‘요일’이 없었을 텐데? 누가 언제부터 지어서 쓴 말이지?” 이 수수께끼를 푸름이일 적에는 못 풀었지만, 한자 ‘월화수목금토일’을 우리말 ‘달불물나무쇠흙해’라 할 만하겠다고는 생각했습니다. 둘레에 이렇게 쓰는 분이 이따금 있기도 했습니다. 적잖은 동무들은 “넌 참 귀찮게 산다. 뭣 하러 그렇게 쓰니?” 하며 혀를 찼고, “우리말로 새롭게 나타내 보아도 재미있잖아? 훨씬 알기 쉽지 않니?” 하고 대꾸했습니다. 《重要 英單語講義, 語源と成句と用例をを示せろ》는 ‘말밑·삶말(관용구)’을 바탕으로 영어를 깊고 넓게 익히는 길을 들려줍니다. 책끝에 “附. 週日の名と月の名”이라며 ‘월요일∼일요일’을 붙입니다. 찬찬히 짚자니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리키며 쓰는 한자말’은 모두 일본 한자말 같습니다. 우리가 익히는 영어는 처음에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으니 일본사람이 지은 한자말대로 ‘영어’를 쓰고 가르치고 배우는 셈이에요. 영어 낱말책·배움책도 곧잘 일본책을 베끼기 일쑤였는데, 앞으로는 바뀔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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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1.

숨은책 595


《續 農民讀本》

 橫尾三郞

 農村硏究會

 1936.1.10.



  윤봉길 님이 《농민독본》을 내놓던 1927년 무렵 우리나라는 시골나라(농업국가)였습니다. 누구나 시골사람으로서 살림을 지었으니 시골사람이 마음을 새롭게 뜨며 일어서는 길을 펴는 책을 엮을 노릇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을 헤아리거나 걱정하면서 시골에서 살림을 짓고 뜻을 편 글바치는 드물었어요. 하나같이 서울로 나아갔습니다. 이광수 씨는 1932년부터 《흙》이란 글을 썼되 막상 흙사람으로 살지 않았어요. 심훈 님은 1935년에 《상록수》를 내놓았고, 시골집에서 1936년에 숨을 거둡니다. 《續 農民讀本》은 일본사람이 일본 시골을 헤아리면서 쓴 책입니다. ‘속’이란 이름이 붙듯 일본 《農民讀本》도 여럿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도 일본도 시골나라·논밭나라이지만, 우두머리는 시골·논밭뿐 아니라 숲·바다를 헤아리는 마음이 얕거나 없었습니다. 두 나라 우두머리·벼슬아치는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는 굴레를 씌웠고, 일본 우두머리는 총칼을 앞세워 제 나라부터 억누르고 이웃나라로 쳐들어갔어요. 숱한 글바치는 이런 우두머리 앞에 조아렸습니다. 오늘을 돌아보면 시골·논밭·숲·바다를 품으며 하루를 노래하고 사랑하는 손길이 매우 얕습니다. 시골은 ‘친환경’이 없습니다. 고스란히 ‘숲’으로 푸르니까요.


http://books-toeisha.jugem.jp/?eid=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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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1.

숨은책 609


《영국 여성 운동사》

 실라 로우버덤 글

 이효재 옮김

 종로서적

 1982.10.30.



  빌리는 책은 깨끗하게 읽고서 돌려줍니다. 곱게 보라고 빌려줄 테고, 속이야기를 고이 새기려고 빌립니다. 손수 건사하는 책은 두고두고 읽을 생각이니 깨끗하게 봅니다. 한 벌 읽고서 더 들출 생각이 없더라도 함부로 굴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책에 글씨도 그림도 밑줄도 빗금도 못 넣었으나, 열네 살에 들어간 푸른배움터부터 배움책에 이모저모 잔뜩 적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 대목을 적노라니 더는 책을 못 빌립니다. 빌려읽다가는 적고픈 대목을 지나쳐야 하거든요.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이 책에 남기고 싶기에 ‘빌리는 책’은 접고 ‘사는 책’으로 돌아섭니다. 《영국 여성 운동사》는 이효재(1924∼2020) 님이 우리말로 옮깁니다. 순이물결(여성운동)을 새롭게 펴려는 뜻으로 선보입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이든 더 옛날이든 요즈음이든, 집일을 않고 아이를 안 돌보는 돌이(남성)는 참 많습니다. 순이 목소리를 귀여겨듣고 보듬는 길이란 돌이도 돌이로서 빛나는 길입니다. 책 안쪽에 “여주에게. 역자. 1983.4월.”이란 글씨가 투박합니다. 책을 받은 ‘여주’ 님은 어떤 삶길을 걸으셨을까요. 메마른 땅에 푸르게 꿈씨를 심는 나날이었을까요. 누구나 집일하고 살림을 함께한다면 사랑스레 어깨동무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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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0.

숨은책 602


《高興地名由來》

 김기빈 엮음

 재경고흥군 강서회

 1982.5.30.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던 스물 언저리에 ‘서울 땅이름’을 다룬 묵은 책이 있으면 문득 집었습니다. 서울사람이 아니라 서울 땅이름을 하나도 몰랐어요. 이윽고 ‘인천 땅이름’을 다룬 묵은 책을 만나는데 “뭐 이렇게 허술해? 나보다도 모르잖아?” 하는 혼잣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곁님하고 아이들이 푸르게 삶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꾸기를 바라며 두멧시골인 고흥으로 깃들고서 얼마 안 되어 《高興地名由來》란 묵은 책을 만났습니다. 엮은이는 1947년에 고흥군 동강면에서 태어났고, 건설부 국립지리원 행정사무관으로 일했고, 《韓國地名要覽》하고 《韓國地誌》를 엮기도 했다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분은 우리 땅이름하고 얽힌 책을 꽤 냈는데 ‘고흥사람’인 줄 이제 처음 깨닫습니다. 다만 고흥 이웃 가운데 아직 이분 이름이나 책을 눈여겨본 사람은 못 만납니다. 그나저나 이분은 고흥사람이되 동강면에서 나고자란 만큼 도화면 마을이름은 어쩐지 엉성합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곳이라면 깊고 넓게 다룰 테지만, 먼발치라면 아무래도 슬쩍 짚다가 넘어가기 쉽겠지요. 동박새 곁에 동박나무(동백나무)가 있고, 이 곁에 후박나무가 있습니다. 이 둘레에 함박꽃이 피고, 함박눈이 내리고, 고슴도치가 새끼를 함함히 돌보며 함께 살아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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