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12.

숨은책 622


《생명과 희망》

 채수명 글

 채승석 옮김

 예찬사

 1986.8.10.



  1983년 9월에 하늘에서 날개가 떨어졌습니다. 날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269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아직까지 주검도 자취도 찾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소련하고 미국은 이 일을 꽁꽁 감추었고, 우리나라는 사이에서 뾰족히 아무 길도 찾지 않았습니다. 이 날개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탔습니다. 이 가운데 ‘채수명’이라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나고자란 ‘일본한겨레’인데, 온누리가 어깨동무하는 앞길을 꿈꾸며 미국으로 영어를 익히러 다녀오는 길이었답니다. 부푼 꿈으로 홀로 나선 배움길은 돌아오지 못하는 길이 되었고, 채수명 씨 어버이는 열두 살 아이가 남긴 글을 그러모아 일본에서 1985년에 《いのちときぼう―大韓航空機擊墜事件に遭ったひとりの少年》이라는 책을 조촐히 냅니다. 이듬해에 아이 아버지가 우리말로 옮겨서 《생명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나왔고, 이오덕 님이 머리말을 써 주었어요. 이오덕 님은 ‘어깨동무(평화)를 바라지 않고서 싸움연모를 끝없이 만들고 늘리는 어른’을 나무라면서 채수명 씨가 그리던 삶길이 수수한 글자락에 따스히 녹아난다고 적었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어린이를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총칼도 싸움날개(전투기)도 안 만듭니다. 어린이를 잊기에 싸우고 다투며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ㅅㄴㄹ

#蔡洙明文庫 #蔡洙明 #いのちときぼ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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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12.

숨은책 625


《空と風と星と詩》

 尹東株 글

 金時鐘 옮김

 岩波書店

 2012.10.16.첫/2016.8.4.5벌



  열일곱 살에 ‘신동엽 노래’ 가운데 〈껍데기는 가라〉를 배웠어요. 이녁 다른 노래가 궁금해서 책집을 찾아갔어요.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장만해서 〈산문시 1〉를 읽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단출히 적은 글줄은 우리가 저마다 어떻게 삶을 가꾸면서 마음을 빛내는 하루를 지을 적에 아름다이 사랑으로 어우러지는가를 속삭이더군요. 일꾼(노동자)은 뒷주머니에 손바닥책을 꽂는다지요. 사람들은 나라지기(대통령)나 고을지기(시장·군수) 이름은 몰라도 새이름·꽃이름에다가 아름빛(문화·예술)을 가꾸는 사람들 이름을 안다지요. 시골사람은 밭뙈기에 싸움연모(전쟁무기)를 안 받아들이고, 우두머리(대통령)는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꽂고서 노래님(시인)을 찾아간다고 했어요. 《空と風と星と詩》는 윤동주 님이 남긴 글을 일본글로 옮긴 책입니다. 2012년에 처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은 훨씬 예전부터 윤동주 님 노래를 옮겨서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어리석은 윗내기가 수두룩하지만 슬기롭게 삶을 노래하며 아름다이 사랑으로 가려는 수수한 사람도 많습니다. 신동엽하고 윤동주를 읽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며 조촐히 노래를 지어서 들려주고 들을 적에 비로소 이곳은 환하게 거듭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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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7.

숨은책 624


《マンガ 韓國現代史》

 金星煥 글·그림

 植村隆 옮김

 角川ソフィア文庫

 2003.2.25.



  지난 1987∼1988년에 《고바우 현대사 1∼4》으로 나온 책이 일본에서 2003년에 《マンガ 韓國現代史》로 나온 적 있습니다. 한글판은 ‘고바우 현대사’인데, 일본판은 ‘만화 한국현대사’이기에 갸우뚱했습니다. 그림꽃님(만화가) 한 분이 바라본 발자취도 틀림없이 ‘한국현대사’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가 걸은 자취’를 이분 그림꽃이 고스란히 밝히거나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왼눈이 옳거나 오른눈이 맞다고 가를 일이 아닙니다. ‘글바치인 사내’ 눈으로 보았기에 ‘살림하며 아이를 돌본 가시내’ 삶자취를 담아내지 못하고, ‘서울내기’ 눈이니 ‘시골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삶을 지은 사람’이 그린 푸른자취를 풀어내지 못합니다. ‘어른’ 눈으로 본 터라 ‘어린이’ 마음이나 생각이나 꿈을 엮지는 않아요. 그림꽃님은 일본판을 우리나라 어느 새책집에서 사다가 어느 분한테 건넸더군요. “敬呈 金炯國 교수님, 金星煥”이라 적는데, 다 한자로 적으며 ‘교수’는 한글로 적어 알쏭합니다. 아니, 한글이 있어도 낮보았기에 이렇게 했겠지요. 적잖은 책이 ‘한국현대사’ 같은 이름을 붙입니다만 이 가운데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가 아닌 ‘삶·살림·사랑·숲·어린이’를 담은 책은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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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6.

숨은책 623


《새삼스런 하루》

 문익환 글

 월간문학사

 1973.6.1.



  모든 책은 돌고돕니다. 풀꽃나무가 숲에서 일으킨 바람이 푸른별을 돌고돌듯,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엮은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돌면서 새롭게 읽히고 이야기를 남깁니다. 늦봄 문익환 님이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넨 책을 곧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아마 꽤 많이 건네주신 듯하고, 이녁한테서 책을 받은 분은 다시금 다른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네었지 싶어요. 《새삼스런 하루》는 1973년 6월 1일에 나왔다는데, 안쪽에 “千祥炳 선생님께 73.6.1. 지은이 드림”이란 글씨가 있고, 몇 쪽을 넘기면 “73년 6월 18일 서울 상계동 우체국 최성섭”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문익환·천상병·최성섭으로 이으며 읽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2006년에 어느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2006.7.4.” 하고 새롭게 글씨를 남겨 보았습니다. 서른세 해를 흘러 새 손길을 맞아들인 자국 곁에는 앞으로 또 이 책을 읽을 뒷사람 손글씨가 남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읽고서 저희 손글씨를 몇 마디 남길 만하고, 그 뒤를 이어 새로 누가 읽고서 또 몇 마디를 손글씨로 남길 만합니다. 모든 책은 읽히면서 빛납니다. 살림숲(박물관) 보임칸(진열장)에 들어가도 안 나쁘지만, 모름지기 책은 손때를 타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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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4.

숨은책 621


《보내지 않은 편지》

 아델 꾸뚜이 글

 김하 옮김

 연변교육출판사

 1955.2.첫/1955.12.석벌.



  북녘 ‘조선녀성사’에서 1954년에 처음 나온 《보내지 않은 편지》는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벌마다 2만 남짓 찍어 석벌에 이르렀다는데, 그 뒤로 더 찍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숱하게 읽혀 해진 책은 ‘쏘련 각시’가 ‘마음에 든 사내’한테 글월을 쓰기는 했으나 차마 보내지 못한 이야기를 소설 얼거리로 다룹니다. 이른바 ‘사랑 이야기(연애소설)’일 텐데, ‘혁명을 바라보고 이루려고 땀흘리는 순이’가 어떤 매무새여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줄거리라 할 만합니다. 아직도 이런 글이 읽히지는 않겠지요. 모든 사람을 톱니바퀴로 여기면서 ‘나라에 한몸 바치라’고 부추기는, 또한 ‘삶을 짓는 손길’이 없는 글은 누가 왜 써서 읽히려 했을까요?

.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어요. 단지 아오모리 현만 하여도 그러한 계약서가 천여개나 되며 부르죠아 출판물들이 전하는 바에만 의하여도 일본에는 오늘날 현재로 공식적 수속을 밟은 매음부들이 五만 三백 五十三명이 된다는 거예요. “네게는 녀편네 노릇 밖에 더 없다. 너는 공부도 하지 않고 직장에도 다니지 말라. 너의 일은 부엌 살림에, 례배당에, 침대에 있다”, 이렇게 파시스트들은 떠들고 있지요.” (93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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