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3.6.

숨은책 639


《하늘의 절반》

 클로디 브로이엘 글

 김주영 옮김

 동녘

 1985.5.30.



  사내는 부엌에 얼씬거려서는 안 된다고 여기던 나라에서 언니하고 저는 어릴 적부터 온갖 심부름하고 설거지를 했고, 밥살림을 익혔습니다. 한가위하고 설에도 바삐 일하고 함께 먹을거리를 장만했어요. 이동안 우리 아버지는 끝까지 부엌에 코빼기조차 안 비쳤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람으로 서려면 밥옷집 세 가지 살림길을 스스로 지어서 누리거나 나누는 길을 익힐 노릇입니다. 누구는 안 하고 누구만 하는 길로는 모조리 무너집니다. 순이돌이가 나란히 부엌에 서고, 밭에 앉고, 일터에서 뛸 노릇이에요. 《하늘의 절반》은 중국이란 나라에서 순이돌이가 얼마나 어깨동무를 훌륭히 하는가를 다룹니다. 하늬녘(서양) 사람은 중국에서 돌이가 밥을 짓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지요.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어떠한지 아리송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갈 적에 손뼉을 치는 중국이요, 대만·홍콩을 총칼로 짓누를 뿐 아니라, 중국 우두머리는 중국사람이 목소리를 못 내도록 억누르거든요. 칼로 자르는 어깨동무란 없습니다. 키가 다른 사람이 서로 발맞추고 천천히 걸으며 노래하는 어깨동무예요. 총칼 치우기·어깨동무·숲길·배움꽃·글쓰기·살림살이는 언제나 한동아리입니다. 모두 슬기로이 바라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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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빛 2021.10.4.

숲집놀이터 263.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



우리말로 쉽게 하자면 ‘미리맞기’요, 한자말로는 ‘예방주사’요, 영어로는 ‘백신’인데, 이 ‘미리맞기’가 뭔지 제대로 짚는 사람이 드물다. 깜짝 놀랄 만하지만, 어쩌면 아주 마땅할는지 모른다. ‘미리맞기 : 몸앓이를 하도록 나쁜것을 몸에 미리 집어넣기’이다. ‘좋은것을 몸에 미리 넣기’가 아니라 ‘몸을 미리 앓도록 내모는 나쁜것을 넣되, 숲(자연)에서 흐르는 푸른 숨빛이 아닌, 뚝딱터(공장)에서 죽음물(화학약품)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넣는’다. 어떤 사람은 고뿔에 걸려도 가볍게 어지러울 뿐 멀쩡하다. 어떤 사람은 콰당 넘어져도 안 아프다. 어떤 사람은 고뿔에 걸려 며칠을 앓고, 가볍게 부딪혀도 멍이 든다. ‘죽음물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몸에 넣고도 멀쩡한 사람은, 구태여 나쁜것을 미리 안 넣어도 돌림앓이에 안 걸린다. 여느 때에 돌림앓이에 쉽게 걸릴 만한 사람은 ‘죽음물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미리 집어넣으면 목숨을 잃거나 크게 앓는다. 생각해야 한다. 튼튼한 사람은 가만 둬도 튼튼하고, 여린 사람은 미리맞기 탓에 빨리 죽는다. 왜 미리맞기를 나라(정부)에서 밀어붙일까?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종(노예)으로 삼을 뿐 아니라, 여린이(허약 체질)를 쉽게 치우는(죽여 없애는) 지름길이거든. 더구나 ‘군산복합체’ 곁에는 ‘병의학커넥션’이 있다. 나라(정부)는 돈이 될 길을 밀어붙여 사람들을 윽박지른다. 평화 아닌 전쟁을 짓는 군대를 밀어붙이고, 삶(생명) 아닌 죽음(살인)을 짓는 미리맞기를 몰아세운다. 그리고 이 모든 짓을 일삼으면서 그들(정부·권력체)이 오래도록 뒷배를 해놓은 글바치(지식인·과학자)를 허수아비로 내세워 사람들을 홀린다. 누구나 스스로 배울 적에 스스로 빛나는데, 요새는 배움터(학교)에 꼭 가야 하는 듯 밀어붙이고, 다들 그냥 아이를 배움터에 밀어넣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부터 늘 어버이 스스로 아이를 가르치고 사랑했는데, 이제는 남(전문가)한테 홀랑 맡기고 만다. 튼튼한 사람을 골로 보내고, 여린 사람도 골로 보내는 미리맞기인 줄 스스로 알아차리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정부·권력체)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바보로 뒹굴면서 스스로 바보로 뒹구는 줄조차 모르는 하루를 맞이하면서 쳇바퀴를 돌고 만다.


ㅅㄴㄹ


지난 2021년 10월 4일에 써놓았으나

그때조차도 차마

바깥에 내놓을 수 없던 글을

이제는 내놓아 본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보는

스스로 슬기로운 사람으로

누구나 깨어나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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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빛 2022.2.27.

숲집놀이터 264. 한때



철이 되면 김치를 담그느냐고 묻는 분이 많았다. 이렇게 묻는 분은, 사내인 내가 아닌 가시내인 곁님이 김치를 담갔느냐고 묻는 말이더라. 그런데 우리 집은 처음부터 언제나 사내인 내가 집안일을 도맡았으니 “김치 담갔느냐?” 하고 묻는 말은 나더러 김치를 담갔느냐고 묻는 말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뒤늦게 깨닫고는 다시 나한테 김치를 담갔느냐고 묻는데, “저는 어려서부터 김치를 못 먹는 몸입니다.” 하고 대꾸한다. 이런 대꾸조차 ‘묻는 그분한테 진작 여러 해째 똑같이 들려준 말’이다. “그럼 김치를 안 드시나?” “저는 김치를 먹을 수 없는 몸입니다. 그러나 곁님하고 아이들은 김치를 먹는 몸이니, 저는 이따금 김치를 해서 먹이지요.” “허허, 김치를 못 먹는데 김치를 한다고?” “그러니까 김치가 왜 궁금하고, 김치를 담그느냐고 왜 물으세요?” 쉰 살 가까이 살아오는 사이에 나한테 ‘김치 담그기’를 묻던 어느 분하고도 더는 만나지 않는다. 만날 까닭이 없지 않을까? 이 나라에서 나고자란 사람이라면 모두 김치를 잘 먹어야 할까? 고춧가루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앗는데 고춧가루범벅인 김치를 누구나 잘 먹어야 할까? ‘소금에 절인 남새’는 참 오래된 밥살림이지만, ‘배추’가 이 땅에 들어온 지는 아직 즈믄해조차 안 되었다. 즈믄해가 지났어도 이 나라 모든 사람 몸에 배추를 절인 밥살림이 몸에 맞아야 할 까닭이 없다. 아이들은 몽땅 배움터(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모조리 일터(회사)에 나가야 하지 않는다. 논밭을 가꾸어도 즐겁고, 바다를 돌보아도 아름답고 숲을 품어도 사랑스럽다. 집살림을 도맡으면 얼마나 멋스러우면서 기쁠까. 한때 억지로 김치를 몸에 꾸역꾸역 넣으려 했으나, 이제 이 바보짓을 끝냈다. 먹을 수도 없는 김치를 간조차 안 보고서 제법 먹을 만하게 담가서 아이들한테 열 몇 해를 베풀었으나,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손질하고 절이고 간을 맞추고 양념을 해서 먹도록 이끈다. 못 먹는 김치를 굳이 담그지 말자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 사랑으로 살아갈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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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7.

숨은책 640


《온다는 사람》

 엄승화 글

 청하

 1987.11.20.



  2008년에 큰아이를 낳았습니다. 큰아이는 갓난쟁이일 적부터 그무렵 살던 인천 배다리 하늘집(옥탑방) 건너켠에 있던 〈아벨서점〉 할머니하고 어울리며 책집을 놀이터로 누렸습니다. 터전을 시골로 옮겨 책집 할머니는 큰아이를 거의 못 보다가 열다섯 살에 이른 2022년 2월 끝자락에 인천마실을 하며 몇 해 만에 얼굴을 보이고 저녁을 나눕니다. 이 틈에 책시렁을 둘러보다가 《온다는 사람》을 들추니, 속에 “이 책은 판매할 수 없음”이란 붉은글이 찍혀요. 처음 헌책집을 다닌 1992년부터 ‘청하’ 책은 으레 이런 붉은글이 찍힌 채 나돌았습니다. 마을책집에서 안 팔려 되돌리고서(반품) 버린(폐기) 책을 종이무덤(폐지처리장)에서 건져내어 다루던 자국입니다. 뒤쪽에는 팔림쪽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 자취를 갈무리하려고 장만하자니, 책집 할머니가 “이분 시집 잘 안 나오는데.” 하셔요. 누구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엄승화 님이 쓴 〈풍금을 놓아두었던 자리〉, 〈해변의 의자〉라는 노래(시)를 신경숙 글바치가 슬쩍 훔쳐 1992년에 소설에 글이름으로 붙여서 한때 말밥에 올랐으나 글힘꾼(문단권력자)이 떼로 감싸면서 어영부영 넘어갔다더군요. 노래책 하나를 남긴 분은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조용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ㅅㄴㄹ

#풍금이있던자리 #신경숙표절 #신경숙 #해변의의자

#문단권력 #한국문학 #한국문학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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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4.

숨은책 638


《어머니의 노래》

 이와이 요시코 글

 길문숙 옮김

 세상속으로

 1999.7.2.



  일본 오사카에는 한겨레가 많이 삽니다.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한겨레가 무척 많습니다. 《어머니의 노래》는 일본 오사카에서 밤배움터(야간학교) 길잡이로 일하는 이와이 요시코 님이, 이러한 삶이던 현시옥 님한테 글을 가르치면서 들은 이야기에 현시옥 님이 손수 글을 쓰도록 이끌어 갈무리한 책입니다. 일본 우두머리하고 숱한 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판에 온힘을 쏟았을 뿐, 수수한 사람들 삶은 거들떠보지 않았다지요. 어버이를 잃은 아이나 따돌림받는 낮은자리 사람이 1960년 무렵에 일본에서만 120만이 넘었다고 해요. 으뜸길(헌법)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적되, 막상 나라에서 등돌린 사람일 텐데, 다카노 마사오 님도 이 가운데 하나였고, 마흔 몇 살에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붓을 쥐어 글씨를 쓰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녁 같은 사람이 배우는 길을 열라고 일본한테 따지다가 먼저 오사카부터 바꾸자고 나서서 고을살림(지자체 예산)으로 밤배움터를 열도록 했고, 그즈음부터 일본한겨레(재일조선인)도 하나둘 밤배움터에 나올 수 있었답니다. 우리는 자취책(역사책)에 무슨 이야기를 담는가요? 발자국이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자식들이나 손자들의 도시락은 많이 만들었지만 자기 자신이 소풍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80쪽)


ㅅㄴㄹ


#オモニの歌 #岩井好子 #高野雅夫 #タカノマサ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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